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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전문가보다 AI를 더 믿는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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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774)

최근 환자와 상담하다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환자들이 궁금한 것을 이미 AI에게 물어보고 답을 확인받으러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자도 환자가 질문하면 직접 대답하기보다 AI에게 물어보고 그 대답을 환자에게 보여준다. 필자가 대답하면 여러 번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모니터상에서 AI 답변을 보면 두 번 다시 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점차 AI 답변을 점점 선호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표면적으로는 AI에 대한 신뢰성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몇 가지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

 

첫째는 환자가 의사에게는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하는 반면, AI를 신뢰하는 이유는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라는 느낌 때문이다. 의사가 치료방법을 설명하면 환자는 무의식적으로 의사의 설명이나 답변이 환자보다 병원이나 의사에게도 이익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한다. 아무리 의사가 진심으로 설명하더라도 환자에게는 치료를 권하는 당사자 설명이라는 한계가 있다. 반면, AI가 같은 내용을 설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환자는 AI를 특정 답변을 하는 이해관계자로 생각하지 않고 완벽한 객관자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내용이라도 의사보다 AI가 높은 신뢰도를 지닌다.

 

둘째는 알고리즘 신뢰 현상이다. 최근 생성형 AI의 연구를 보면 알고리즘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다. AI의 답변이 정확도가 높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다.

 

셋째는 권위의 이동이다. 전통적으로 의사 권위는 흰 가운, 학위, 진료 경력 같은 상징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런 아날로그적 권위는 디지털 세대에게는 희석되고 사라져가고 있다. 그들은 사람보다 AI가 친숙하다. 실제 틀린 답변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AI인데도 불구하고 정확도와는 무관하게 기술 자체에 대하여 믿음이 있다. 기계의 정보력이니까 믿을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다. 또 AI의 답변이 잘 정리된 문장과 논리적 구조로 제시된다는 점도 인간의 구어체 설명보다 더 완결된 지식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요인도 있다.

 

넷째는 감정의 비대칭성이다. 의사와 1대 1 대화는 표정, 어조, 시간 압박 같은 비언어적 신호가 동반된다. 환자는 무의식중에 의사의 피로도나 바쁜 기색을 보면 오류 가능성을 의심한다. 반면 AI와의 대화에는 이런 사회적 눈치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결과적으로 환자는 AI에게 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었다는 착각 속에서 신뢰할 만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미 지금은 AI 시대다. 이렇게 환자의 심리를 생각하고 임상 현장에서 AI를 활용한 답변을 하면, 반복해서 답변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 환자에게 지식적 정보 전달은 AI가 해결하게 하고, 의사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의 영역 즉, 정서적 안심, 맥락적 판단, 관계적 신뢰에 집중할 수도 있다. 신뢰는 총량이 정해진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환자가 AI에게 심리적 신뢰성 높은 정보를 얻고, 의사에게서 인간적 믿음을 얻는다면, AI와 상호 보완이 되어 오히려 전체 진료에 대한 신뢰는 더 높아질 수 있다. 결국 핵심은 AI가 더 똑똑하다가 아니라 환자가 어떤 조건에서 의심이 없어지는가다.

 

의료계에 AI는 이미 이용되고 있다. 환자는 처방전을 사진 찍어서 AI에게 묻고, AI는 증상에 대한 치료방법과 약의 효능까지 모두 알려준다. 피검사를 하고 결과지를 사진 찍어 올리면 어떤 의학적 문제가 있는지 모두 일목요연하게 가르쳐준다. 이젠 의사나 병원의 오류가 용납되는 시대가 아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AI가 제공하는 정보와 전문가의 판단이 서로 다른 영역이라고 설명하는 때가 올 것이다.

 

과연 그때 전문가의 판단이 AI보다 옳을지는 알 수 없다. 이미 수학계에서는 지금까지 풀지 못하던 세계 7대 수학 난제 중 하나를 AI가 88시간 만에 해결하였다. 의료계에도 긍정적으로 AI가 미칠 영향은 지대할 것이다. 물론 환자가 AI를 의료에 활용하기 시작하면 모든 정보가 공유될 것이다. 그때 신경치료한 치근단 사진을 보고 AI가 무엇이라 판단할지 궁금하다. 과연 AI는 인간적인 오류를 오차로 인정할지 아니면 실수나 실패로 인식할지도 궁금하다. 인간미 없는 AI 시대가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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