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상승할 때는 다른 사람의 수익률에 눈이 가곤 한다. 내 계좌는 조금 늘었는데 누군가는 큰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여러 자산에 나눠 투자하느라 수익을 충분히 얻지 못한 것 같고, 많이 오른 자산에 조금 더 투자했어야 했다는 아쉬움도 생긴다.
상승장에서는 이런 아쉬움이 더 커진다. 현금을 일부 남겨두면 주식에 모두 투자한 계좌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얼마나 더 벌 수 있을지가 아니라 내 계좌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가 걱정된다.
투자 성과를 살펴볼 때는 수익률과 함께 최대낙폭도 확인해야 한다. 최대낙폭(MDD, Maximum Drawdown)은 일정 기간 투자자산이 이전 고점에서 이후 저점까지 떨어진 비율 중 가장 큰 값을 뜻한다. 수익률이 얼마나 벌었는지를 보여준다면, 최대낙폭은 그 기간에 얼마나 큰 하락을 견뎌야 했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1억원으로 시작한 투자자산이 1억5,000만원까지 늘었다가 9,000만원으로 줄었다고 가정해보자. 원금과 비교하면 손실은 10%지만, 고점 대비로는 40%가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가 손실을 느끼는 기준은 처음 투자한 원금에 머물러 있지 않다. 한때 1억5,000만원이었던 계좌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1,000만원이 아니라 6,000만원을 잃었다고 느끼게 된다.
손실이 커지면 회복에 필요한 수익률은 더 빠르게 높아진다. 20% 하락한 자산은 25% 올라야 이전 금액으로 돌아오지만, 절반으로 줄어든 자산은 두 배가 돼야 한다. 1억원이 5,000만원으로 줄어드는 데는 50% 하락이면 충분하지만, 다시 1억원을 만들려면 100%의 수익이 필요한 것이다.
50%를 벌었다가 50%를 잃으면 본전일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1억원이 1억5,000만원까지 늘었어도 여기서 절반이 줄면 7,500만원만 남는다. 수익을 모두 반납하고도 원금에서 2,500만원을 더 잃은 셈이다.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이런 리스크가 더 커진다. 예상대로 시장이 움직일 때는 적은 자금으로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움직이면 손실도 커진다. 시장은 조금 조정을 받았을 뿐인데 내 계좌는 크게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평소라면 기다릴 수 있었던 하락도 레버리지를 쓰면 버티기 어려워질 수 있다.
큰 손실을 겪은 뒤에는 주가가 반등해도 계좌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처음에는 장기투자라고 생각하며 기다리지만, 회복이 더딘 데다 다시 하락하기까지 하면 더 잃기 전에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고 매도한 뒤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아니다. 주가가 오르면 다시 들어갈 시점을 고민하고, 또 떨어질까 봐 망설이다 매수를 놓치기도 한다. 결국 시장은 회복해도 그때까지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투자자의 계좌에는 손실이 남을 수 있다.
손실 회복을 기다릴 수 있는 여유도 투자자마다 다르다. 근로소득이 꾸준히 들어오고 당장 쓸 돈이 아니라면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자금을 더 넣어 투자할 수 있다. 반면 은퇴 후 투자자산에서 생활비를 꺼내 쓰고 있다면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하락한 자산을 일부 팔고 나면, 이후 시장이 반등해도 남은 자산만으로 손실을 회복해야 한다.
근로소득이 꾸준히 있더라도 자산 규모가 커지면 손실을 메우는 부담은 달라진다. 1억원의 20%는 2,000만원이지만, 10억원의 20%는 2억원이다. 투자자산이 열 배로 늘었다고 소득도 열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20%의 손실이라도 일해서 다시 마련해야 할 돈으로 생각하면 그 무게가 다르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손실이 두려워 현금만 보유할 수는 없다. 시장이 상승하면 수익을 얻을 기회를 놓치고, 물가가 오르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줄어든다. 결국 수익을 얻을 기회를 남겨두면서 손실도 감당할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 자산배분에서 투자 대상을 나누고 비중을 조절하는 이유다.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면 한쪽에서 난 손실을 다른 쪽 자산의 수익이 일부 메워줄 수 있다. 현금으로 남겨둔 돈은 주가가 하락했을 때 다시 투자할 여력이 된다. 다만 보유한 자산들이 함께 떨어질 수도 있어, 분산 투자했다는 것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무엇을 보유하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보유하느냐도 중요하다.
필자는 자산배분에서 시장의 방향과 매매 시점을 판단하는 것만큼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자산이 40% 하락하고 다른 자산의 가격은 그대로라고 해보자. 하락 전 그 자산을 전체의 10%만 보유했다면 전체 손실은 4%지만, 절반을 보유했다면 손실은 20%가 된다. 같은 자산에 투자하고 같은 하락을 겪어도, 얼마나 보유했는지에 따라 계좌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포트폴리오 전체가 4% 줄었다면 약 4.2%의 수익으로 이전 금액을 회복할 수 있지만, 20% 줄었다면 25%의 수익이 필요하다. 자산 가격이 얼마나 떨어질지는 통제할 수 없어도, 그 자산을 얼마나 보유할지는 정할 수 있다. 투자 비중을 정할 때는 예상대로 올랐을 때 얻을 수익뿐 아니라, 반대로 하락했을 때 감당해야 할 손실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처음 정한 투자 비중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달라진다. 특정 자산이 다른 자산보다 크게 오르면 계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진다. 추가로 매수하지 않았더라도 그 자산이 하락할 때 전체 계좌가 받는 영향은 이전보다 커지는 것이다. 수익이 늘어난 것만 보고 있으면 어느새 한 자산에 투자 비중이 쏠려 있다는 사실을 놓치기 쉽다.
이렇게 달라진 비중을 목표에 맞춰 다시 조절하는 것이 리밸런싱이다. 목표 비중을 넘어선 자산은 일부 줄이고, 그 자금으로 비중이 낮아진 자산을 보충하거나 현금 비중을 늘린다. 일부 매도한 자산이 계속 오르면 아쉬울 수 있지만, 그만큼 해당 자산이 하락할 때의 부담도 줄어든다. 현금으로 남겨둔 자금은 이후 조정에서 다시 투자할 수 있다. 고점과 저점을 정확히 맞히지 못하더라도 비중을 조절하면서 다음 기회를 준비할 수 있다.
다만 과거의 최대낙폭이 앞으로 발생할 손실의 한도는 아니다. 과거 최대낙폭이 20%였던 포트폴리오도 시장 환경이 달라지면 더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이전에는 서로의 손실을 보완했던 자산들이 함께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수치를 참고하되, 그보다 큰 손실이 발생해도 생활에 지장 없이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누구나 높은 수익률을 원하지만 큰 손실을 겪고 나면 이전 금액으로 돌아가는 데도 상당한 수익과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얼마나 더 벌 수 있을지와 함께, 예상과 다르게 시장이 움직이면 얼마나 잃을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상승장에서 과도하게 늘어난 비중을 미리 줄여두면 하락장에서 견뎌야 할 부담이 줄어든다. 그래야 손실을 회복하는 동안에도 여유를 갖고 다음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자산배분은 이를 위한 도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