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라는 직업은 차가운 금속 기구를 통해 미세한 치아의 결을 다루는 지극히 이성적인 영역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누구보다 뜨거운 예술적 유전자를 깊이 공유하고 있다. 20년 이상 전, 우리 마음을 설레게 했던 두 팀의 음악을 복기하며 그 까닭을 찾아보고자 한다.
2002년 MBC 대학가요제 금상을 거머쥔 연세치대 중창단 ‘여울’의 ‘그러지마’는 치대생 특유의 세련된 감성과 화음의 정수를 보여준 명곡이다. 당시 월드컵의 열기가 채 가시기 전, 본과생들로 구성된 이들은 ‘공부만 하는 모범생’이라는 편견을 깨고 대중 앞에 섰다. ‘그러지마’는 감미로운 아카펠라적 화성과 팝적인 멜로디가 매끄럽게 조화를 이룬 곡으로, 치열한 학업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청춘의 서정성을 대중에게 잘 전달했다.
이에 앞서 1997년, 서울치대 음악 동아리 ‘아침이슬’의 프로젝트 그룹 ‘개구장애’가 선보인 ‘엘도라도’는 시대적 저항 정신과 이상향에 대한 뜨거운 갈망이 담긴 곡이었다. ‘개구장애’라는 팀명 자체가 치과적 위트(개구장애: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 증상)를 담고 있어 흥미롭다. 이들의 ‘엘도라도’는 당시 대학가의 지배적이었던 민중가요적 정서 위에 치대생으로서 느끼는 존재론적 고민과 새로운 세상을 향한 외침을 얹었다. ‘여울’이 세련된 화음의 미학을 보여주었다면, ‘개구장애’는 묵직한 울림과 시대의 아픔을 공유하는 치대생의 지성적 고뇌를 음악으로 진솔하게 풀어냈다.
전설적인 톱스타 영화배우 신영균, 한국 대중음악의 거장 작곡가 길옥윤 선생부터 2000년대 무렵의 ‘여울’과 ‘개구장애’에 이르기까지, 치과인들이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직업적 특수성이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학적 논리와 예술적 심미안의 결합으로 완성되는 치과 치료는 기능적 회복뿐만 아니라 안모의 조화와 치아 본연의 형태미를 재현하는 정교한 작업이다. 즉, 치과의사는 매일 진료실에서 ‘생체 재료를 이용한 조각’을 하는 예술 행위를 수행함으로써, 치과 practice를 통한 훈련이 예술적 창작 활동의 훌륭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또한, 폐쇄적인 구강 내 공간에서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진료환경은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함으로 인해, 그 해소 창구로서 음악과 예술은 치과인들에게 단순한 취미를 넘어 영혼을 치유하는 ‘정서적 환기구’ 역할을 해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진료실에서 환자의 고통을 해결해 주는 ‘기능인’으로서의 삶에 집중하곤 한다. 하지만 ‘여울’의 화음과 ‘개구장애’의 가사를 다시금 떠올려보면, 우리 안에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보려는 예술가의 혼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치과대학 시절, 임상 전단계 실습실에서 공을 들여 왁스 업(wax-up)을 하던 정성은 오선지 위의 악보를 채우던 열정과 다르지 않다. 졸업 후 임상 현장에서 환자의 미소를 되찾아주는 과정 또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숭고한 창작 활동이다.
길옥윤 선생이 음악으로 국민의 마음을 위로했듯, 우리가 환자의 치아를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행위 역시 인술(仁術)이라는 이름의 예술이다. ‘여울’과 ‘개구장애’가 보여주었던 그 찬란한 재능은 지금 우리 손에 들린 핸드피스와 미러 속에도 그대로 녹아 있을 것이다. 이 가을 우리들 속에 잠재해 있는 예술적 유전자를 일깨우기 위해 ‘그러지마’와 ‘엘도라도’를 다시 들어보고 싶다.
오늘도 진료실의 조명 아래서 묵묵히 환자를 마주하는 동료 선후배 여러분, 우리의 정교한 손끝과 따뜻한 감수성은 우리 직업이 가진 최고의 자산이자 자부심입니다. 우리는 단순한 치과의사를 넘어, 삶의 균형을 맞출 줄 아는 진정한 ‘예술적 지성인’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