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

2015.01.05 13:53:45 제619호

조영탁 법제이사의 의료법과 의료분쟁 - ①

의료분쟁은 비단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의 보고에 따르면 치과 관련 신청 건수는 7,000여 건으로 2000년 1,373건과 비교하면 다섯 배 이상 증가하였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지난 2년여간 조정, 중재 신청한 2,278건 중 치과 분야는 201건으로 진료과목별로 4위에 해당한다. 원광대학교 신호성 교수가 554명의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바에 의하면, 53.9%인 293명은 의료분쟁을 경험하였는데 대부분 개원 5년 이내였으며, 개원 10년 이내에는 응답자의 76%가 의료분쟁을 겪었다고 하였다.

 

의료사고란 의료행위를 받은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말한다. 본질적으로 인체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각 개인의 환경이나 유전적인 요인에 따라 다양한 변이를 나타내므로 예상치 못한 치료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즉, 의료 행위가 있는 곳에서는 항상 의료사고의 위험과 의료 분쟁의 가능성이 있다. 의료사고는 상황에 따라 의료분쟁으로 발전하여 여기에서는 과실유무와 나쁜 결과, 그리고 이에 따르는 인과 관계와 책임여부를 따지게 된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의료인은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잘 수행했는지 그리고 환자 또한 의무를 잘 수행했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일단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누구의 잘잘못과는 상관없이 의사 측이나 환자 측 모두가 많은 시간적 경제적 그리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의료분쟁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예전에는 의료인과 환자의 관계가 수직적이어서 의료행위로 인한 나쁜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환자들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겼다. 반면 지금은 환자는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능력을 고려하여 의료의 질이나 양을 결정한다. 선택한 의사나 병원에 대하여 치료에 상응하는 진료비를 지급한 후 진료청구채권자로서 진료채무자인 의사에게 채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계약관계로 변화한 것이다.

 

또한 대중매체 특히 인터넷의 발달은 일반적 의학 지식의 대중화를 가져왔다. 인터넷을 통해 의학지식이 대부분 공개된 상태에서 의료행위 이후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나는 악결과가 발생하게 되면 의료과오 여부에 대해 의심하고 의료소송에 이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의료인이 증가하면서 절대적으로 의료행위가 증가한 것도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의료과오 소송은 좋지 않은 결과에 불만도 있겠지만 치료과정에서 환자가 의사가 불성실하다고 오해하거나 지나치게 감정이 대립하면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분쟁이 생긴 경우 먼저 분쟁초기에 의사는 성실하고도 냉정하게 환자가 가지는 의문에 대하여 설명을 하여 의문과 감정을 풀어주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의료분쟁 방지의 요체는 의사와 환자의 인간관계(신뢰관계) 구축이라 할 것이다.

 

맹자에 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유수지위물야 불영과불행)이란 경구가 있다.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신영복 선생님은 “동양고전 독본 강의”에서 “물이 웅덩이를 건너 띌 수 없듯이 첩경에 연연하지 말고 우직하게 정도를 고집하라”고 해제하였다.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원칙에 충실해야했다거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는 건 그동안 건너 띄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서울시치과의사회 법제이사인 필자는 회원들의 고충 중 하나인 의료분쟁에 대한 사례들을 돌아보면서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이후에는 의료법 위반 사례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다. 흐르는 물이 웅덩이를 채우고서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듯이 정도를 찾아가는 길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란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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