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고 있는가?

2015.11.16 14:24:20 제659호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258)

한 매체에서 50대 남성을 대상으로 심리상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였다. 그 중에 우울증의 척도를 알아보기 위한 ‘외로움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69%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18%, ‘전혀 그렇지 않다’는 13%에 불과했다. 이 결과는 단적으로 표현하면 지금 현 시대의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 중에서 많은 사람이 정서·심리적으로 불안과 우울을 경험 하고 있다고 해석하게 한다.


불안과 우울은 부정적인 정서와 심리의 양대산맥이다. 이 두 가지의 단어는 시간과 연관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시간은 셋이나 둘로 구분한다. 존재하는 현재와 존재하지 않는 것(과거와 미래)이다. 혹은 지나온 과거와 존재하는 현재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이다. 우울은 지나온 과거의 잔존효과이다. 지난 과거가 현재의 상황을 지배하면서 생겨나는 감정이고 정서이다. 반면 불안은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한 상상이 현재에 반영된 것이다. 정신의학에서 뇌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단순함을 지닌다. 그래서 시어머니를 생각하면 눈앞에 없는데도 무섭고 연인을 생각하면 가슴이 뛸 수 있다. 따라서 미래에 불행한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불안은 증폭될 수 있다. 또 지나온 과거의 안 좋았던 추억이나 경험은 현실 생활 속에서 유사한 상황이 되면 다시 떠올라 우울하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그 감정 속에서 상주하여 탈피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불안과 우울을 긍정적 의미로 해석해보면 일종의 생존을 위한 심리적 도구이다. 지난 과거의 불쾌한 경험이 우울이라는 심리적 각인을 통하여 재발을 방지하는 효과를 지닌다. 불안은 미래에 다가올 위험에 대하여 대비하고 준비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이렇듯이 긍정적인 면도 있다. 따라서 약간의 우울과 불안은 삶의 조미료와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조미료가 아닌 주식으로 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재를 사는 것은 몸 만이고 생각은 과거에 살거나 미래에 살고 있다. 극단적인 예로 수험생이 있는 집은 몇 년을 모두 수능에 집중하여 살고 있다. 물론 현실이 너무 힘든 상황에서는 꿈을 놓지 않음으로써 힘든 현실을 감내할 수 있다고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조언하였다. 유대인 포로수용소 출신 생존자였던 그는 미래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일 때나 꿈이 사라질 때에 어렵고 힘든 현실을 포기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부정을 긍정적인 꿈으로 바꾸어서 현실을 감내하는 힘으로 사용하면 어려운 현실을 견딜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한번은 공자에게 제자가 죽음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였다. 이에 공자는 현재도 잘 모르는데 오지도 않은 죽음까지 걱정을 하냐고 답변하였다. 이와 같이 많은 성현이 현재에 충실할 것을 이야기하였다.


현재에 충실할 수 있다면 지난 과거로 인하여 우울할 필요도 없고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하여 불안해 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감정 속에 들어가서 과거의 감정을 지우고 털어 낸다면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쉬워진다. 그것을 불교에서는 회향이라고 표현하였다. 불안한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미래를 긍정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불안은 희망으로 바뀐다. 그래서 성경은 ‘하늘을 나는 새도 먹고사는데 하물며 너희들이 내일을 걱정하느냐’라고 말씀하셨고 ‘뜻대로 하소서’로써 미래에 대한 모든 것을 신에게 의탁하여 현재에 불안을 믿음으로 승화하였다.


행복은 우울과 불안과 동전의 앞과 뒷면 사이이다. 하나의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나면 하나의 행복이 탄생한다. 누군가를 용서하는 순간에야 진정으로 그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이렇듯이 행복과 불행은 외부적 조건보다는 내면적 조건이 더 많다. “좋은 대저택에서 우아하게 와인을 마시고 있는 귀부인이 행복할까요?”라고 누군가 질문하였다. 누구도 알 수 없다. 외로움을 느끼는 50대 남성들에게 공허를 뭔가로 채우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 안에 들어가서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을 이해하기를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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