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폐기물 처리계약 담합, 이대로 좋은가?

2018.03.19 16:29:11 제769호

[특별기고] 박찬경 서울시치과의사회 자재이사

서울시에 개원 중인 A원장은 거래하던 폐기물 수거업체가 제 날짜에 폐기물을 수거해가지 않아 불편함을 겪고 있던 중 일방적으로 수거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는 통보를 받고 거래 업체를 바꾸기로 결심하였다.

 

그런데 처리업체를 변경하려 다른 업체를 알아보던 중 이상한 일을 겪게 되었다. 신규 계약을 상담하는 타 업체들이 처음에는 친절하게 계약 조건을 안내하다가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가 있다는 말을 들은 뒤에는 절대 계약할 수 없다고 말을 바꾸는 것이었다.

 

서울시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모든 업체에 연락을 취해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결국 A원장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존 업체와 재계약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서울시치과의사회에 접수된 실제 민원 사례로 현재 의료폐기물 업계의 부조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인가?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의료폐기물 처리업체의 독과점 구조에 있다. 의료폐기물 처리 계약은 3자간 계약으로, 의료폐기물 배출자(병의원)-수집운반업자(수거업체)-처리업자(폐기물 소각장)간의 계약으로 이뤄진다.

 

환경부에서 등록·관리하는 의료폐기물 처리업체는 전국에 13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권역별로 한강청, 금강청, 낙동강청, 대구청, 영산강청에서 각 업소를 관리한다. 문제는 전국 수많은 병의원에서 나오는 의료폐기물을 단 13개 업체의 소각장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수도권에서 보낼 수 있는 정도의 거리에 있는 업체는 단 4군데에 불과하다. 폐기물 처리업체(소각장) 수는 적은 반면 병의원은 많은 이러한 구조는 독과점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현재 중간처리업체(소각장) 측에서 업계(수집운반업체)가 타 업체와 계약한 병의원의 폐기물 처리를 의뢰하면 계약을 받아주지 않으며 이러한 이유로 수집운반업체가 다른 업체와 계약됐던 병의원과 계약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9년 7월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상대방의 거래처를 서로 침범하지 않기로 담합한 7개 의료폐기물 중간처리사업자에 대해 검찰 고발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경쟁을 회피하면서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2007년 10월 24일 서로 상대방의 기존 거래처를 침범하지 않고 최대한 존중해주자는 합의를 했다. 이를 토대로 수의 계약 시 견적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높은 가격으로 견적을 내는 등의 방법으로 특정 병원과 거래하고 있는 기존 거래 사업자가 그 병원과 재계약하도록 해 합의내용을 실행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벌 이후에도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와 그로 인한 폐단은 2018년 현재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1회용 의료기구의 사용이 증가되면서 의료폐기물의 양은 증가하고 있으나 소각장의 수는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3년 14만7,658톤이던 의료폐기물이 2016년에는 22만1,592톤으로 3년 사이 50.1%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의료폐기물 지정 소각장 신설은 ‘님비현상(NIMBY : Not In My Backyard)’ 때문에 지역 주민과의 분쟁과 소송에 진척이 되고 있지 않은 상황으로 여전히 전국에 단 13개만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울산시 울주군, 안성시 양성면, 금산군 등지에 의료폐기물소각장 신설이 시도되고 있으나 지역 주민 반대로 법적 분쟁 중이다.

 

이러한 독과점의 시장상황을 잘 알고 해외 투자업체들이 국내 소각장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특히 인수 과정에서 영업 이익에 비해 높은 가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독과점 구조를 이용해 조만간 처리 비용을 크게 올리는 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일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수집운반업체는 수집 비용을 크게 올릴 것이며 병의원은 요구하는 비용을 그대로 지불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을 것이며 그로 인한 피해는 의료를 제공받는 최종 소비자인 모든 국민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문제는 자율경제 논리로 해결이 불가능 하며 정부차원의 합리적인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 의료폐기물 소각장의 신설이 근본적인 해결방법이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폐기물 처리 문제는 악순환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 악순환의 고리는 결국 모든 국민들에게 미치게 될 것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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