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지 못하고 공부만 하며 자살을 생각하는 청소년

2019.08.22 10:43:39 제837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35)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8년 6~8월에 초·중·고생 9,0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아동·청소년 인권 실태조사에서 33.8%가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45.6%는 하루 공부시간이 3시간 이상이었고, 초등학생(41.4%), 중학생(46.1%), 고교생(48.6%)으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증가됐다.

 

반면, 평일 여가시간 2시간 미만은 초(34.5%), 중(40.4%), 고(54.8%)로 나타나 여가시간 부족(평균 44.2%)인 것으로 분석됐다. 평균 하루 공부시간 3시간 이상의 응답자에서 초(41.4%), 중(46.1%), 고(48.6%)로 나타났다. 반면 일주일 동안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경우가 23.5%였다.


이 자료에서 몇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초등학생의 여가시간 부족(34.5%)과 평균 하루 공부시간 3시간 이상(41.4%)이다. 이는 여러 면에서 사회적인 문제를 유발시킨 초등학생의 과도한 학원이 대표적 원인이다. 우선 아이입장에서 한창 놀아야 할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노는 시간 부족과 장시간 학원수업은 지루함과 집중력 감소를 유발시키고, 이것은 심리안정이나 정서 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한다. 요즘 증가하는 ADHD와도 무관하지 않다. 엄마들은 학원비 증가로 인해 생활비에 쪼들리게 되고 이는 사회 부정이나 우울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사회에서는 양육비 지출을 감당하려면 삶의 질이 저하된다고 생각하는 젊은 부부들의 증가로 출산 기피 현상도 나타났다. 신생아 출산율이 급격히 저하하는 큰 원인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1.4%의 초등학생들이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공부를 한다는 것은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사회적으로나 반드시 해결돼야 할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이지만, 현실과 같은 극단적 경쟁사회에서 해결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는 사회가 성숙해져 극단적 경쟁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을 자각하고 타인을 위한 배려하는 마음이 공유될 때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면 그만이란 사고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 공유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사회 전체가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언젠가는 사회가 인식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과정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상처받고 힘들어할 것이다. 이런 초등학생 성장기를 겪고 나서 맞이하는 사춘기 또한 결코 평탄하지 않다. 환경은 더 혹독해지고 신체와 호르몬 변화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이때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아이들이 자살을 생각해 보게 된다.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1년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경우가 33.8%로 ‘자주 생각한다(5.2%)’, ‘가끔 생각한다(28.6%)’였다. 자살을 생각하게 된 이유로는 학업 부담·성적 등 학업 문제가 37.2%로 가장 높았고, 미래 진로에 대한 불안 21.9%, 가족 간 갈등 17.9% 등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자주 생각하는 5.2%’의 청소년이다. 교실에서 100명 중 5명이 자살을 자주 생각하는 사회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원인이 학업 부담·성적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거나 환경이 바뀌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부모와 청소년의 관계이다. 청소년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보다는 대부분은 부모의 생각과 의지에 따라 끌려가는 상태가 더 많다. 만약 부모가 기대를 줄일 수 있다면 청소년들의 삶은 좀 더 빠르게 행복해질 수 있다. 청소년들은 학업과 공부의 치열한 입시지옥에서 살고 있고, 부모들 또한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우울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직면하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여기에 두 가지 형태 부모가 있다. 경쟁에서 힘든 삶을 사는 부모 중에는 자식들이 자신들과 다른 삶을 살기를 강요하기도 한다. 반면 스스로 성공했다고 느끼는 부모 중에는 자신들과 유사한 삶을 강요하기도 한다. 요즘 유명인의 딸이 고등학생 때 논문을 제1저자로 썼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인다. 왠지 부모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것이 사실이라서 부모에게 휘둘려 청소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기회를 잃었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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