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사면초가! 의료인은 누가 보호하나?

2012.02.06 08:55:54 제480호

작년 9월 치과 치료에 앙심을 품은 환자가 휘두른 칼에 치과의사가 살해당했다. 당시 범인은 충치치료를 한 치아가 시리다는 이유로 1년이 넘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다 나가라며 떠미는 치과의사를 미리 준비한 부엌칼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했다.


또, 작년 말 한 여자원장은 진료실에서 막무가내로 발치를 요구하는 환자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었지만 아직 특별한 진전이 없고 가해자의 친구라는 자들이 찾아와 협박조로 위협해 해당 원장은 불안한 상태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30년이 넘게 동네치과를 해온 치과의사가 치료에 불만을 품고 보상을 요구하며 진료실과 대기실에서 난동을 부리던 환자를 고발하기도 했다. 이 문제로 벌금형까지 받은 이 환자는 정식재판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다.


더 이상 진료실은 안전한 곳이 아니다. 언제 환자가 난동을 부릴지, 폭행을 가할지 아니면 칼질을 해댈지 불안하다. 요즘 같아서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환자가 주머니에 손만 넣고 앉아 있어도 환자의 입보다는 주머니에 흉기라도 있는 것은 아닌지 더 신경이 쓰인다. 까칠한 성격을 가진 치과의사의 재수 없는 사건으로 치부한다면 세상을 너무 모르시는 말씀이다. 보도도 안 된, 이보다는 작지만 유사한 사건들이 수없이 있다.

 

진료실에서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느낀 치과의사들은 CCTV가 설치되는 보안업체와 단체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CCTV를 설치해도 문제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대화를 녹음을 하거나 심지어는 진료실에는 CCTV를 설치할 수도 없도록 하고 있다. 사생활 노출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이다. 진료실에서 사생활이 CCTV에 찍혀 곤욕을 당한 사람이 있어 생긴 법 같은데, 의사들의 생명보다는 그 사생활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였기에 이런 법이 국회를 통과하였으리라.


현실이 이런데도 의료인을 오히려 잠정적인 가해자로 보는 시각은 더 팽배해지고 있다. 전현희 의원이 발의한 ‘의료인 폭행 금지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최영희 의원이 발의하여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개정안’은 성추행을 포함한 성범죄자는 10년간 의료인·학습지 교사로 일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성추행이란 다소 주관적이어서 성적 불쾌감만 호소하여도 성립될 수 있다. 수년 전에도 여자환자가 치과진료 중 의사의 팔꿈치가 가슴에 스치자 성추행으로 고소한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진료 중 환자와의 신체적 접촉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우리는 환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성범죄자가 될 수 있다. 객관적인 증거를 제공하는 CCTV를 설치해도 환자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았다면 불법이다. 진료밖에 모르는 우리에게 10년의 자격정지는 사형선고이다. 이제 우리는 금품 갈취를 목적으로 이 법을 악용하는 자들에게 가장 만만한 대상이 될 것이다.


의료는 환자와 의료인의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이런 원론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환자는 의사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생각하고, 의사는 환자를 잠정적인 고소인으로 생각하면 진료는 겉돌게 되고 치료는 힘들어 진다. 의료인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사회적인 보호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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