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 통치 전문의 경과조치 잉여금 환급 처리 ‘지지부진’

2024.04.22 11:24:47 제1061호

협회장 선거마다 단골 공약, 대표적인 포퓰리즘으로 남을 수도
이번 회기에 치협 전문의경과조치잔여금운용특위 세 차례 회의
오는 4월 27일 치협 대의원총회에서 발전적 논의 이뤄질지 의문

[치과신문_이가영 기자 young@sda.or.kr] 오는 4월 27일,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대의원총회에서 통합치의학과전문의 경과조치 교육비 및 응시료 잉여금(이하 통치 잉여금) 처리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잉여금 처리를 위한 구체적 윤곽은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내용에 따라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통치 잉여금의 시작은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2021년 시행된 ‘통합치의학과전문의’ 경과조치 시험에는 1만명에 육박하는 치과의사가 응시했다. 당시 통합치의학과전문의 취득을 위해서는 300시간 이상의 수련교육을 받아야만 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졌고, 시간당 1만원의 수강료가 책정돼 있었다. 당초 예측했던 응시인원을 훌쩍 뛰어넘어 9,000명이라는 폭발적인 인원이 시험에 응시하면서 연자비와 교육 장소 대관료 등의 비용을 처리하고도 치협 전문의경과조치 별도회계에는 현재 120억원에 가까운 잉여금이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잉여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경과조치 종료 이후 해당 잉여금은 치협 별도회계로 지정됐는데, 이를 두고 ‘비용을 지불한 응시자들에게 잉여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과 ‘이미 치협에 귀속된 만큼 치과계 전체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각을 세우며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지난해 치러진 제33대 대한치과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통치 잉여금에 대해 ‘지불한 당사자들에게 환불해 주겠다’는 공약을 잇달아 발표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현 협회장인 박태근 후보는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강의료 잉여급 환급 규정 마련’을 제시하며 ‘통치 잉여금 환급’에 힘을 실었다. 다른 후보들 역시 △통합치의학전문의 시험 잉여금 100억 무조건 즉시 전액 환불(최치원) △통치 잉여금 전액 환불(장재완) △통치 교육 잉여금 환급(김민겸) 등의 공약을 내걸고 통치 잉여금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물론 법적 문제 해결 등 환급까지 복잡한 절차가 예상되긴 했지만, 네 후보 모두의 공통 공약사항으로 제시된 만큼 응시자들에게 통치 잉여금을 돌려주는 방향으로 무게추가 기운 듯했다.

 

그러나 선거 이후 1년여가 흐른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잉여금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도 전무한 상황이다. 치협은 지난해 하반기 ‘전문의 경과조치 잔여금 운용 특별위원회(이하 잔여금운용특위)’를 구성하고 몇 차례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서 통치 잉여금을 환급이 아닌 치과의사회관 노후시설 보수 및 증축 등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지난 2월 23일 열린 은평구치과의사회(이하 은평구회) 정기총회에서는 치협 상정 안건으로 ‘통합전문의 별도회계 적립금을 협회 회관 신축기금 적립금 전환의 건’이 다뤄졌다.

 

안건 제안에 나선 은평구회 모 회원은 “노후화된 협회 회관의 보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금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미 잉여금이 있으니 이를 치과계 전체 발전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이미 협회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논의하고 있는데, 구회에서 안건을 올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 “통치 잉여금에 대해서는 협회장 선거 당시 당사자들에게 환급을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 등 반대의견이 제기됐고, 장시간 논의 끝에 결국 부결됐다.

 

치협 잔여금운용특위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특위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잔여금운용특위 모 위원은 “회원들의 뜻을 모아 치협이 잉여금 운용 방안을 우선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향후 법률 자문 등을 거쳐 응시생들에게 돌려줄 것인지 아닌지, 돌려준다면 어떤 방식으로 돌려줄 것인지, 돌려주지 않는다면 이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구체화된 로드맵을 구축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논의도 없을뿐더러,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처리방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통합치과학회 역시 말을 아꼈다. 통합치과학회 측은 응시생들이 납부한 금액인 만큼 환불을 비롯해 어떤 방법으로든 당사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또한 공론화되지 않다 보니 잉여금 자체를 회원들이 모르는 경우도 많고, 잉여금 처리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없어 공개적인 의견을 전달하기는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결국 박태근 회장의 주요공약이었던 만큼 치협 대의원총회에 보고가 돼야 얽힌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0억원대 규모의 통치 잉여금 환급 약속이 치과계의 대표적인 포퓰리즘 공약으로 남을 것인지 4월 27일 치협 대의원총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가영 기자 young@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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