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논단] 깨진 유리창의 법칙

2021.10.28 13:05:42 제941호

박병기 논설위원

100-1=99 100+1=101. 마이클 레빈의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서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100-1=0, 100+1=200’이라 말한다. 하지만 필자는 ‘100-1는 -∞, 100+1는 +∞’라 답을 쓴다.

 

1993년 광주에 개원을 하고 1994년 조선치대 치주과 대학원을 다닐 때이다. 1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교수님의 임상을 observation 하였다. observation을 마치고 치과로 돌아가는 길에 단품전문 식당에 들려 혼밥을 하였다. 혼밥은 언제나 어색하다. 단품만을 취급하기에 식사가 빨리 나온다. 6개월 정도 다녔지만 주인은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식사를 시키고 조금 후에 단체 손님이 들어왔다. 단체 손님 식사가 먼저 나온다. 그냥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주인이 “식사가 나오는데 왜? 그냥 가냐?”며 먹지 않은 음식 값을 지불하라고 한다. 한마디 하였다. “내가 저 손님들보다 먼저 왔잖아요.” 그날 점심을 굶었다. 그리고 다시는 그 식당을 가지 않는다. 지금도 그 식당을 가지 않는다.

 

저자 마이클 레빈(Michael Levine)은 미국에서 저명한 엔터테인먼트 홍보업체인 레빈 커뮤니케이션즈 오피스의 창업자 겸 사장이다. 마이클 레빈의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책은 1982년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발표한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을 기업경영과 조직관리에 적용해, 성공하는 기업을 위한 혁신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비즈니스에서 깨진 유리창의 6가지 특징에 대해 설명하며 깨진 유리창이 사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말한다.

 

개원을 하고 치과경영에 대해 관심을 갖았을 때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치과에서 먼 곳에서 점심약속이 있어 진료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치과에 도착했다. 몇 분의 환자분들이 대기실에 기다리고 계셨다. 30분을 하염없이 기다던 환자들이 의사 앞에서는 침묵하고 있지만 식당에서의 필자와 같은 감정을 가지고 계셨으리라. 기다리다 지쳐 치과를 나가신 분도 있다. 필자가 들어오기 전에 오신 분들의 진료비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진료를 시작하며 환자분들에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1년 전부터 오전 8시부터 점심 없이 1시까지 진료를 한다. 아침에 빨리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일요일에도 5시면 잠이 깬다. 치과 옆 사무실에 도착하면 6시 전후가 된다. 진료를 마치고 1시가 넘어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은 아직도 어색하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혼자 밥을 해 먹는다. 식사 준비를 해놓고 고전 글쓰기를 한다. 6년 전부터 고전 읽기를 시작하였다. 논어와 대학을 마치고 지금은 중용을 읽고 글쓰기를 한다. 7시 20분 알람이 울리면 치과에 출근하여 치과 내부와 외부를 청소한다. 필자가 환자라 생각하고 치과 내부와 주위 환경을 돌아보며 청소를 한다. 직원들은 7시 40분 전후 출근한다.

 

내 치과의 깨진 유리창이 무엇일까? 환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환자의 눈에 보이는 깨진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여 놓은 것은 없는가? 예약된 시간에 온 환자의 이름을 묻고 있는 직원을 본다. 깨진 유리창이다. 깨진 유리창을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치과와 내 삶의 경영에 대해 고민하며 읽었던 책들을 중 20권을 소개하며 글을 쓰고 있다. 이번 책이 15권 째이다. ‘보물지도(모치즈키 도시타카 지음, 나라원 출판사)’를 처음 소개하였다. 연재하는 과정에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이승헌 지음 한문화 출판사)’를 첫 번째로 바꾸었다. 1964년생인 필자는 책을 읽기 전에는 60세까지 경제적인 목적을 위해 일을 하고 그 이후에는 비경제적 목적으로 일을 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준비하였다.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는 이러한 필자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120세까지 산다면 지금까지 산 것 보다 더 산다. 60년 동안 무엇을 하지? 책이 필요한 시간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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