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니다, 팝니다” 중고 직거래 사기 피해액 ‘눈덩이’

2023.06.26 11:04:23 제1021호

선입금 받고 물품 미배송, 피해 원장 골머리
의료기기 개인 원장 거래 원칙상 ‘불법’ 주의

 

[치과신문_이가영 기자 young@sda.or.kr] 치과의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치과재료 및 기기 등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면서 접근해 선입금을 받은 후 물건을 배송하지 않는, 이른바 ‘먹튀’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유사 수법으로 피해를 입은 치과의사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고, 금전적 피해 또한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악화로 물건처분’ 접근, 선입금 후엔 ‘모르쇠’

‘먹튀’ 의혹을 받고 있는 A원장은 D커뮤니티에서 치과 중고물품을 구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보고 쪽지를 보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피해 원장들의 대다수는 D커뮤니티 특성상 치과의사들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A원장의 신분이 확실하다는 점을 믿고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B원장은 D커뮤니티 게시판에 치과장비 구매희망 글을 올린 후 A원장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A원장은 “치과 사정이 힘들어져 기존 장비를 처분하려 한다. 물건을 싸게 넘기겠다”고 제안했으며, 실명과 전화번호는 물론, 본인이 운영 중인 치과명과 치과명의 계좌까지 오픈한 상태였다. 이에 B원장은 실명 일치여부를 확인한 뒤 A원장에게 돈을 입금했다. 입금완료 후 A원장이 편의점 택배 접수내역을 보내며 순조롭게 거래가 진행되는 듯했으나,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B원장에게 거래물품이 도착하지 않았을 뿐더러 송장번호조차 조회되지 않았고, 이에 재차 배송여부를 문의했지만 ‘곧 도착할 예정이다. 배송 중 문제가 생겼다’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연기하더니 결국 장비를 전달하지 않았다.

 

C원장 역시 유사한 사례로 피해를 입었다. 치과재료를 구매키로 하고, 돈을 입금했더니 ‘아직 물건이 도착하지 않았느냐, 직원이 물건을 보내서 확인할 길이 없다’ 등 핑계를 대며 물건을 보내지 않은 것. 이에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자 A원장은 거래금 전액 환불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도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상태다.

 

치의전용 커뮤니티 돌며 여전히 피해자 양산

D원장은 이에 대해 “A원장에게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본인 역시 돈을 보내고 물건을 받지 못해 ‘먹튀’에 휘말릴 뻔했는데, 끊임없이 항의한 후에야 결국 환불을 받아낼 수 있었다”면서 “같은 치의로서, 동료를 믿고 거래한 신뢰를 저버리고 기망한 것도 모자라 뻔뻔한 태도로 피해자들을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명으로 운영되는 사이트에서 누가 그렇게 사기 행각을 벌일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피해자가 더 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이 사실을 공론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A원장으로 인한 논란이 불거진 이후 피해 원장들이 모여 단체채팅방을 개설했고, 현재 30여명이 속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D커뮤니티에 접근이 어려워진 A원장이 M커뮤니티 등 타 사이트를 돌며 비슷한 수법을 반복하고 있어,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피해자 30여명, 구제방안은 ‘글쎄’

피해액만 수천여 만원으로 추정될 만큼 피해 규모 역시 큰 상황이지만, 사실상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개인 간 의료기기 거래는 명백한 불법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의료기기법 17조에 따르면 의료기기는 중고 의료기기와 새 의료기기의 구분 없이, 의료기기 판매업을 신고한 영업자만 판매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 판매를 업으로 하는 자는 영업소 소재지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판매업 신고를 해야 하며, 이는 온라인 판매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를 위반할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D커뮤니티를 비롯해 온라인에서 치과재료 및 치과의료기기 등의 중고거래가 서슴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더구나 판매업 등록·신고 없이 진행되는 모든 의료기기 거래는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치과의사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치과의사들의 상황을 악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 간 의료기기 거래 ‘명백한 불법’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인이라 할지라도 판매업을 신고하지 않은 개인은 의료기기를 판매할 수 없으며, 온·오프라인에서 의료인 간 이뤄지는 의료기기 중고거래 역시 모두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신고 판매자에게 물건을 구매한 경우 불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보진 않기 때문에 따로 처벌은 내려지지 않지만, 중고 의료기기는 위생 상태가 취약할 수 있고, 세균감염 위험 및 성능 하자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안전한 의료기기 구매를 위해서는 의료기기 판매업을 신고한 영업자에게 구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본지는 이와 관련해 A원장에게 사실을 확인하려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진료 중이니 한 시간 후 다시 전화 달라’는 말을 끝으로 현재까지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이가영 기자 young@sda.or.kr
본 기사의 저작권은 치과신문에 있으니, 무단복제 혹은 도용을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치과의사회관 2층 / 등록번호 : 서울아53061 / 등록(발행)일자 : 2020년 5월 20일 발행인 : 강현구 / 편집인 : 최성호 / 발행처 :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 / 대표번호 : 02-498-9142 /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