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하는 국제유가가 미국의 기준금리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경기침체에 대해서 (2)

2023.10.19 11:59:04 제1036호

최명진 원장의 자산배분 이야기 111

물가는 계속 상승하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한계에 부딪히다

작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물가가 내려가는 시기에는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제약적으로 기준금리 인상할 거라는 내러티브로 행동해왔다. 앞으로 물가가 다시 반등해서 두 번째 피크를 향해 오르면 물가를 진정시켜야 하지만 기준금리는 마음껏 올릴 수는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2022년은 기준금리가 제로로 시작할 정도로 낮았고 물가도 오르다가 6월에 피크를 찍고 하락했기 때문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조금씩만 올려도 정책적 효과가 많이 났었는데 지금은 금리를 더 많이 올릴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있다.

 

지난 3월 은행위기가 대표적인 예다. 2023년 10월 기준으로 미국의 중소형 은행들의 미실현 손실이 SVB 사태와 유사하게 커지고 있다. 그리고 경기선행지수, 영구실업률, 구리 같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등 경기침체 경고음이 발견되고 있다.

 

비록 BTFP를 통해 연준이 은행에 한해 긴급하게 유동성을 공급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양적 긴축을 하고 있다. 그에 비해 미국 정부는 반대로 막대한 재정 정책을 통해서 유동성을 풀었다. 정부에서는 지출을 늘리고 중앙은행에서는 금리를 올리는 엇박자의 정책을 계속해 온 것 이다.

 

정부가 돈을 풀어서 재정정책을 쓰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장기 미국채 금리가 계속 오르면 정부의 막대한 이자 지출 비용이 늘어나게 돼서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곤란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연준도 미국채 금리가 더 오르지 않게 어느 정도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채 10년물 금리와 30년물 금리가 전고점을 뚫고 과거 2007년 금융위기 시기 이상으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연준에게 필요한 것

이런 상황에서 연준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까? 만약 경제위기나 경기침체가 온다면 자연스럽게 물가가 진정되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물가를 진정시킬 수 있다. 오히려 경기침체로 기준금리를 내리는 네거티브가 생긴다면 미국 정부도 국채 발행에 부담이 없게 된다.

 

그래서 지금 현재 미국과 미국 연준에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경제위기나 경기침체일 수도 있다. 물론, 미국이 아닌 곳에서 경기침체가 일어나면 더 이상적이다. 1995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멕시코 위기에 이어서 동아시아에서 외환 위기가 터진 것처럼 지금도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유럽이나 중국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 중국의 경기침체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일어나 인플레이션을 진정시켜주면 미국에서는 고마운 상황이기도 하다.

 

‘연준은 경기침체를 원하면 만들 수 있다.’

 

2022년에는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경기침체를 유도하는 것보다 더 유리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달러 가치 하락을 재고하기 위해 연준은 강하게 기준금리 인상을 했다. 하지만, 연준이 원한다면 금리 인상을 하지 않아도 경기침체를 유도해 물가를 잡을 수 있다. 경기침체가 오면 달러의 가치가 올라가는데 미국 입장에서는 금리인상과 같은 효과이기도 하다. 오히려 미국채 가치가 상승하면서 금리인상 보다 더 유익할 수도 있다.

 

 

위 표는 각국 중앙은행의 현재 기준금리와 물가 지수, 실질금리 그리고 현재 물가가 오르고 있는지 나타낸다. 중국은 코로나 쇼크에서 가장 먼저 탈출하고 경제성장률도 가장 먼저 반등했다. 이후 가장 빠르게 경기 침체에 진입해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 보다 먼저 반등했다가 먼저 침체에 빠진 상황이고 이제 유럽이 중국의 침체를 따라가고 있다. 미국도 언젠가 따라갈 지도 모르는 일이다.

 

중국은 경기가 안 좋아서 최근까지 기준금리를 3.4%까지 연속해서 내리고 있지만 CPI(YoY) 가 0.1%에 그쳤다. 물가상승률이 너무 낮으니 실질금리도 3.4%나 된다. 미국이 지금 제약적인 기준금리 상황으로 CPI(YoY)가 3%인데도 기준금리를 5.5%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금리는 2.2%에 그치는 것과 대비된다.

 

중국은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크게 낮은데도 실질금리가 더 크다. 중국이 미국보다 더 인플레이션에 제약적인 기준금리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경기침체로 물가가 낮은 채로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만약 미국이 필요하다면 경기침체를 이용해서 물가를 안정화시킬 수도 있다.

 

물론 지금 당장의 내러티브는 아니다. 현재 내러티브에서 연준은 물가가 오르는 속도를 기준금리를 적절히 인상하면서 경제가 이상적으로 연착륙하거나 골디락스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만약 기존의 내러티브가 안 통하는 시기가 오면 어떻게 될까? 트리거는 유가 상승이 될 수 있다. 유가는 연준이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이 코로나19 이후 전략 비축유를 많이 풀어서 현재 유가에 개입할 여력도 줄어들어 있다.

 

그런데 기준금리를 이미 많이 올려놔서 단기적으로 더 올릴 수 없다. 기준금리를 무시하고 계속 올리면 장기 미국채 가격이 폭락하고 은행위기 보다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도 문제다. 부동산 모기지도 장기 금리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금리를 계속 올리면 주택 시장도 무너지게 된다.

 

따라서 연준은 현재 금리를 인상하면서 지나치게 빠르게 올라가는 물가를 따라갈 여지가 없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연준은 시장의 내러티브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꿔서 만들 능력이 있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은 세 번의 물가 피크와 네 번의 경기침체를 겪었다


1970년에서 1980년까지 인플레이션 시기 세 번의 물가 피크가 있었다. 세 번의 물가 피크를 극복하는 동안 경기침체가 10년 동안 네 번이나 왔다. 40년만에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지금은 아직 금리 인상 이후 경기침체가 오지 않았다. 2023년 10월 기준으로 물가가 첫 번째 피크 이후 반등하며 결국 두 번째 피크를 향해 오르려고 하는 상황이다.

 

연준은 물가에 맞춰 기준금리를 올리다가, 물가가 내려오면 기준금리를 물가에 따라서 내리게 된다. 과거 차트를 통해 기준금리를 내리게 되는 전후로 경기침체가 일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경기침체가 불가피하게 일어난 측면도 있었겠지만, 어떻게 보면 경기침체를 이용해서 인플레이션을 잡은 격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물가 피크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오면 물가가 높은 상태에서 오는 경기침체이기 때문에 2008년에 일어났던 디플레이션 경기침체와 다르다. 앞으로 일어날 스태그플레이션 시기 경기침체에서는 안전자산의 역할로 미국채 보다 금의 역할이 더 커질 전망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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