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山은 한국 산山과 다르다

2023.11.13 10:25:27 제1039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636)

2주 전 일본 북알프스라고 불리는 산에서 한국인 50대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고 동반자 1명이 실종되었다고 일본 경찰이 발표했다. 올해 1월 일본 야쿠시마 미야노아라다케 산에 등산 간 한국인 30대 청년 실종사건이 다큐 방송에 나올 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던 차에 일본에서 또 들려온 등산사고 소식은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한다. 필자가 일본에서 3년간 유학 생활을 해보았기 때문에 일본山에 대해 조금은 안다.

 

일본山은 한국山과 완전히 다르다. 한국인이 일본山을 오르면서 산악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일본山을 한국山 정도로 간단히 생각하고 사전준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하기 때문이다. 일본山은 결코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일본山 대부분은 설악산 정도로 깊다. 두 번째는 일본인들은 등산을 잘하지 않기 때문에 등산로가 발달돼있지 않다. 한국까지 알려진 산이라면 유럽의 유명한 산에 해당할 정도 급이다. 다시 말하면 등산 가이드가 필요할 정도라 생각해야 한다.

 

일본에는 3,000m가 넘는 산이 21개나 있고, 2,000m 이상인 산도 50개나 있다. 한라산이 1,947m이고 백두산이 2,744m인 것을 감안하면 일본山이 어떤 수준인지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200개 이상의 화산이 있다. 이런 이유로 아마도 일본인들에게 산이란 위험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산에 대해 일본인들은 한국인처럼 친근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신성하거나 경이롭기 때문에 범하면 안 되는 곳이란 생각이 과거부터 있었다. 30대 청년이 실종된 미야노우라다케 산도 1,936m로 한라산과 거의 같은 높이다. 한마디로 한국山을 오르는 것이 등산이라면 일본山을 오르는 것은 등정이나 등반이라 생각해야 한다. 사전준비 없이 오르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일본 국토의 73%가 산으로 전국 어디를 가도 나무가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이 적어 숲이 울창하다. 산을 몇 분 정도만 올라가도 원시림 같은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한두 걸음만 잘못 디뎌도 한순간에 등산로가 사라지는 것을 목도한다. 등산로가 있다고 하여도 사람 발길이 뜸하기 때문에 있어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게다가 산의 위험성을 잘 아는 주민들이 규정을 잘 지키기 때문에 샛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山의 등산로처럼 나무에 길을 안내하는 끈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된다는 등산상식도 일본山은 험준하여 적용되지 않는다. 산이 높고 깊다보니 계곡에 낭떠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山은 등산을 하면 일단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일본山 정상에 오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인들이 산에 가는 것은 산 초입 계곡에서 산천어 낚시하고 잡은 고기를 구워 먹고 놀다 오거나 혹은 온천이나 화산 등 등산코스로 개발된 곳을 등산 가이드를 따라 관광하는 목적이다. 한국인처럼 산 정상에 오른다는 생각 자체가 없다. 만약 정상에 오르는 것을 생각한다면 등산이 아닌 등반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 일본山이다. 30대 한국인 청년 등산 실종사건도 아마도 일본山을 한국山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올라가면서 발생한 사고가 아닐까 생각된다. 50대 한국인 저체온증 사망 사고도 아직까지 같이 간 다른 등산객 1명이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을 고려해보면 3,190m 고산지대에 대한 지식과 사전준비 부족일 듯하다. 등반 가이드 혹은 산에 대해 잘 아는 현지인의 도움도 없이 두명이서 한국山을 등반하듯이 가볍게 올랐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판단된다.

 

최근 들어 일본山을 등산한 후기가 SNS에 종종 보인다. 행여 사전준비 없이 일본山을 등산하는 한국인들이 증가할 것에 대한 우려가 가중된다. 그리된다면 제2, 제3의 희생자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치과신문 지면을 통해서라도 준비 없이 일본山을 등산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리고자 한다. 일본山 등산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하고 가급적이면 현지 가이드를 동반할 것을 추천한다. 아니면 최소한 현지인과 같이 동반해야 한다. 일본山은 한국山과 매우 다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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