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어디에

2023.12.07 11:09:07 제1043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640)

최근 지인인 일본 교수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반가운 마음에 열어보니 여러 가지 생각과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었다. 학교에서 한국유학생들의 타투가 문제가 되어 조언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간호대나 물리치료학과와 같이 고객을 대면해 실습하는 학과의 경우에서 학생 타투가 문제가 되었다. 타투에 대한 거부감이 큰 일본인들에게 타투를 한 학생들로부터 실습을 받게 하는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일본 문화적 정서에는 타투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한국은 문제가 없냐는 질문이었다.

 

일본에서는 타투를 하면 목욕탕에도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일본인 학생인 경우에는 학교 측에서 실습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강력하게 타투를 지울 것을 요구하는 문화인데 한국유학생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이에 필자는 한국에서 타투는 할로인 파티처럼 한국 문화가 아니고 좋은 이미지나 정서도 아니었다고 답했다. 최근 들어 연예인들의 영향을 받은 젊은 세대에서 갑자기 유행됐다고 답했다. 옛날 한국에서는 죄인들에게 낙인으로 사용하던 것으로 결코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이든 일본이든 유학생은 기본적으로 현지 문화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니 학교 측에서 유학생들에게 문화적인 차이를 설명해주고, 일본 학생과 같이 타투가 있으면 실습을 할 수 없다는 것도 고지해주고 선택은 본인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학교 측에서 외국 유학생 신입생을 뽑을 때 미리 학생들에게 타투가 있으면 안되는 학과를 모집요강에 넣어주기를 당부했다.

 

최근에 타투가 유행한 1세대에서 타투를 후회하고 지우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결혼하고 자녀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들이 피부과에 타투를 지우려는 문의가 증가했다고 한다. 자녀들이 엄마나 아빠의 타투에 대해 호기심으로 묻는 것과 아이 친구들이 부모님의 문신을 보고는 계속 친구에게 질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본인은 타투를 했지만 자녀들이 타투하는 것은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마치 자신은 담배를 피워도 자녀들은 피지 말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마음일 것이다.

 

예전에 어떤 여성 중견 연예인이 TV에서 연예인이 목 근처에 타투를 하는 것은 프로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프로다움을 느낀 적이 있었다. 한국 특성상 사극이 많은데 목을 드러내는 한복을 입을 수 없어서 사극에 출연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전문가는 늘 준비돼 있어야 하는데 타투를 했다는 자체가 비전문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꽤 유명한 연예인이었는데 역시 명성이 우연이 아니란 생각을 하게 했다. 물론 필자도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생각을 가급적이면 열어놓고 비평을 안 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귀여움을 넘어서는 타투를 보면 뉴욕 낙서 지우기가 떠오른다.

 

뉴욕에서 범죄율의 증가로 고심을 하던 1994년에 새로 취임한 시장이 벽의 낙서를 지우고 나서 범죄율이 75%까지 감소했던 일은 심리학에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설명할 때 반드시 나오는 일화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미국 범죄심리학자가 한 가지 실험을 하면서 유명해졌다. 으슥한 골목에 비슷한 자동차 두 대를 놓고 실험했다. 한 대는 유리창이 조금 깨진 상태로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보았더니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만 배터리와 타이어를 빼가고 사방에 낙서하고 거의 고철상태가 돼 있었다. 이는 사회 무질서에 대한 이론으로 자리를 잡았고 사소한 무질서나 범죄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다. 이유는 이미 깨진 유리창이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타투를 보면서 깨진 유리창이 생각나는 것은 필자가 꼰대이기 때문일까.

 

엊그제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 스물다섯 살 엄마가 6개월 된 아기를 화가 나서 15층 창밖으로 던진 사건이 있었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필자의 사고와 이해의 선을 넘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우리사회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말 모르겠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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