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치과의사 800여명, 불법의료광고 “더 이상 못참겠다”

2024.01.12 13:00:41 제1048호

‘치과불법의료광고대응’ 단톡방 열고 자정노력 나서
단톡방 방장은 평범한 동네치과 원장 '익명 인터뷰'

[치과신문_신종학 기자 sjh@sda.or.kr] “정품 임플란트 OO만원”, “40대 임플란트 환자 모집”, “비용 걱정 NO, 개수 제한 NO” 등등.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인터넷 SNS에 도배가 되다시피 하는 의료광고들이다. 대부분 의료광고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초저가’를 내세운 광고들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가늠하기 힘든 지경이다.

 

이런 가운데, 일반 개원의들이 SNS 단체대화방에서 뭉쳤다. 일명 ‘치과불법의료광고대응단체카톡방(이하 불법광고대응방)’에는 1월 중순 현재 800여명이 모여있다. 대부분 치과개원의들로 치협 및 시도지부 임원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단체대화방은 지방에서 개원하다 서울로 자리를 옮긴 어느 한 동네치과 원장에서 시작됐다.

 

처음 불법광고대응방을 개설하고, 여러 치과의사와 정보를 공유해 불법의료광고 신고에 직접 나서고 있는 A원장을 지난 5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이날 A원장이 이 같은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목적, 그리고 치협이나 시도지부 등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진솔한 얘기를 털어놨다. 인터뷰는 A원장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진행했다.

 

“불법의료광고하는 치과는 진료도 비양심”
“사전심의도 받지 않은 불법의료광고를 하는 치과들의 가장 큰 문제는 진료마저 비양심적으로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이다.” A원장이 불법의료광고가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뜻이 맞는 치과의사들과 함께 문제를 제기하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한번은 ‘전체 임플란트 뼈이식 비용 포함 700’이라는 문구를 대문짝만하게 걸어 놓은 광고를 봤는데, 물론 이 광고는 심의를 받지 않은 광고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광고에 있는 시술 전·후를 비교한 방사선 사진이었다. 임플란트 시술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치과의사라면 환자의 생니를 그냥 다 뽑아 전체 임플란트랍시고 해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치과는 이를 자랑스럽게 광고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광고를 단체대화방에서 접한 치과의사들은 “정말 양심도 없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어떻게 전체 치아를 다 뺄 생각을 하는가”, “불법광고하는 치과들이 대부분 진료도 제대로 하지 않더라”는 등 분통을 터뜨렸다.


A원장에 따르면 불법광고대응방에서 소통하고 있는 치과의사들에 의해 지금까지 수백 건에 달하는 불법의료광고에 대한 다각적이고 대대적인 민원 및 신고가 이뤄졌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들 일선 개원의들의 활동이 자정작용으로 일부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A원장은 “수백명의 치과의사들이 모여있는 소통창구를 통해 불법의료광고 민원을 서로 독려하고, 문제를 제기하다 보니 스스로 광고를 내리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얼마전까지 오픈채팅방으로 운영하다보니 단체대화방에 광고대행사 직원, 불법 및 과대광고를 하는 치과 원장 등 다양한 사람들이 소위 눈팅(?)을 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중에는 SNS에서는 사전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는 치과도 있고, 광고대행사의 권유로 별생각없이 광고를 집행했다가 뒤늦게 문제를 인지한 경우도 꽤 있었다. 지금은 오픈채팅방에서 비밀번호를 걸어둔 비공개방으로 전환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대대적인 민원으로 보건소 등 관할 당국에 의해 행정지도가 이뤄진 건도 다수다. 특히 유명 초저가 치과의 경우 조만간 시정명령을 통한 법적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원장은 “사실 보건소의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들이 크게 타격을 입고 불법광고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영업정지 이상의 행정처분이 필요하다”며 “최근 서울을 비롯한 거점지역에 대형치과를 오픈하고 불법광고를 일삼고 있는 P치과에 대해 엄중한 행정처분과 경찰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적 대응, 치과의사 단체가 앞장서야”
이처럼 민원을 제기하고 법적 조치까지 요구하는 과정은 상대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매우 크다.

 

A원장은 “일선 개원의들이 치협이나 시도지부에 바라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치과계가 공멸할 수도 있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자본력으로 무장한 P치과에 행정처분이 내려진다면 그들은 크게 저항할 것이 분명하다. 법적으로 전문가가 아닌 일반 개원의들이 이에 맞서기는 당연히 버겁다. 사실상 게임이 안 된다고 보는 게 맞다”고 토로했다. 

 

그는 “일선 치과의사들은 불법의료광고에 대해 방어적인 자세가 아닌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원한다”며 “치협이나 시도지부가 법률 전문가를 동원해 불법행위에 대한 문제를 우선 지적하고, 필요시 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원장은 마지막으로 “치과의 과도한 가격경쟁이 불법행위를 양산하고, 결국 그 피해가 환자에게로 돌아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불법이 더욱 만연해지기 전에 우리 스스로 자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한 이렇게 서로 소통하는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종학 기자 sjh@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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