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감기와 같다

2024.01.20 07:46:20 제1049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646)

최근 국립중앙의료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는 ‘2021-2022 응급실 자해·자살 시도자 내원 현황’을 보고했다. 2022년 전국 응급실 이용자 769만4,472건 중 자해·자살 시도자는 4만3,268건(남성 1만5,675건, 여성 2만7,593건)이었으며, 이 중 10~20대가 46%를 차지했다. 수년간 50∼70% 급증한 이유로는 코로나19로 인간관계가 단절된 것과 경기침체로 취업난이 심해진 탓으로 분석했다.

 

이 땅의 젊은 세대들이 발을 디디고 살아갈 희망을 잃은 슬픈 환경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지금 우리사회가 처해진 환경은 비단 젊은이들에게만 가혹한 상황은 아니다. 노인자살률도 세계 1위다. 물론 10~20대와 노인들의 원인이 다르다. 노인 자살의 대부분은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노인 4명 중 1명이 경제적 어려움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원인들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심리적 우울로 귀결된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현실적인 자각에서 오는 실망과 좌절, 미래에 대한 불안이 종합적으로 합쳐지며 우울을 만든다. 물론 이 세 가지 요소가 하나씩이어도 힘든데 동시에 나타나면 더욱 힘들어진다.

 

심리학에서 ‘우울은 감기와 같다’고 표현한다. 빈부귀천에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과거를 돌아보면 좋은 일도 있지만 후회할 일도 많다. ‘그때 그 주식을 샀더라면, 그때 그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면’ 등 후회는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러다가 힘든 현실을 자각하고 좌절하거나 실망하는 상황이 되면 더욱더 후회감이 증폭되어 나타난다. 이런 현실적 실망과 좌절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는 마음속에서 동시에 벌어지며 결국 우울을 유발한다. 마음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것 또한 마음이다.

 

‘우울하지 말자’고 생각한다고 안 우울해지는 것이 아니다. 우울한 느낌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우울은 심한 정도의 깊이에 따라 분류한다. 심한 경우로 주요 우울장애는 DSM-5 규정 9가지 항목에서 5개 이상 증상이 매일 연속적으로 2주 이상 나타나는 경우다. 반면 심하지 않게 경미한 증상이 2년 이상 지속되면 기분부전장애다. 이외에 경미한 경우로 미분류형 우울장애가 있다. 가벼운 우울장애, 단기 우울장애, 월경전기의 우울장애 등이 속한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람들은 스스로 우울이라고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 증상이 신체와 정신·심리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만성피로나 불면 등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심리적 불안과 우울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울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몇 가지를 살펴보면,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귀찮아지거나 싫어지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무서워지는 대인기피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사건에 대해 과거보다 긍정적 평가보다 부정적 평가가 증가하는 경향이 생긴다. 미래를 생각할 때에 희망적 생각보다 절망적 생각이 증가된다. 외부활동의 가치가 점차 줄어든다. 이런 식으로 본인도 모르게 나타나고 있다면 우울모드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렸다면 스스로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등산이나 여행 등 활동을 늘리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고, 스포츠를 하거나 야구장 등에서 관람하는 등과 같은 활동적인 노력으로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를 할 정도의 의지나 에너지마저 고갈됐고, 스스로 생각해도 우울한 시간이 많고 가만히 혼자 있을 때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면 이미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정도로 우울이 진행된 것이다. 우울증이 감기와 같이 모두에게 올 수 있지만, 감기처럼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낫는 것은 아니다. 우울은 감기와 달리 경미한 단계나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전문적인 심리상담사와 상담을 받거나 정신과 의사의 약물치료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우울은 극복하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고 10~25%의 높은 이환율을 지닌, 회복해야 하는 질환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성장 일변도로 달려온 우리사회가 조정되는 과정이다. 모두가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기를 꿈꾸고 기도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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