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논단] 국립치의학연구원, 치과계 미래가 시작되다

2024.02.07 13:45:53 제1051호

양영태 논설위원

지난 12월말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통과된 것은 사실상 기적에 가깝다. 매 집행부 때마다 연구원 설립은 최우선 공약이었고 각 후보마다 자신있게 추진하겠다는 열의를 보였었다. 선거 이후에도 이 공약은 최선을 다해 모든 집행부가 노력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번번이 무산됐다. 물론 법률안이 최초로 올라간 것이 2012년 때라 지금쯤이면 충분히 가능했었을 것이기에 이번 집행부가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통과되었을 것이라면 벌써 통과되었어야 맞다.

 

통상 법안이 만들어졌다 해도 사장되는 것은 수두룩하다. 아마도 연구원 설립에 대한 법률안도 그런 처지에 내몰릴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연구원 설립법률안이 최초로 올라간 이후에 이에 대한 심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치과분야 중 산업분야가 다른 직종에 비해 규모가 그다지 커 보이지 않았었던지, 아니면 각 치과기자재 장비 설비에 대한 국산화율이 낮아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여러 우려 속에 치과계 염원만 커져가던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이 박태근 집행부에 이르러 드디어 결실을 얻게 된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동안 매 집행부마다 문을 두드리고 노력해 온 과정이 있었기도 했지만, 이 문을 열 수 있는 키를 누가 어떻게 만들었느냐 하는 것은 오로지 문을 연 당사자의 노련한 정치력과 드러내지 않은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2021년 보궐선거 후 내부 임원에 의해 2년간 끊임없는 내홍을 겪었고, 지난해 선거 이후에도 내홍을 일으켰던 세력에 의해 지속적인 고소고발을 당해 오면서도, 회원만을 바라보며 이뤄낸 순수한 열정의 결과였기에 박태근 집행부의 탁월한 정치력과 인내심에 깊은 감사를 전하고자 한다.

 

치과계는 연구원 설립법안이 통과된 이 날을 영구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는 치과계의 발전을 한 단계가 아니라 열 단계 이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점이 된다는 점에서 구강보건전담부서가 정부기관 내 설치되는 것보다 더 실리적이고 능률적인 무기를 장착하게 된 것과 같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치과계가 치과의술 면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할 정도라는 것은 이미 입증되어왔다. 그러나 치과산업과 우리나라 치과의술을 해외에 마케팅하여 실리를 얻는 데는 매우 취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치과의술이나 치과산업이 각기 민간 차원에서 해외를 뚫고는 있지만 사실 아직 전체적으로 큰 성과라고 할 수 없었던 것은 중추적인 기관이 없기 때문은 아니었나 한다.

 

치과산업의 경우 이제 여러 품목에서 국산화가 되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세계적인 치과업체의 재료와 장비들을 여전히 사서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치과의술 발전에 비해 치과산업의 국산화 발전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이러한 점들을 서서히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아마도 국립치의학연구원이 설립되면 할 일이 산더미일 것이다. 물론 혼자 할 일은 아니다. 그동안 민간이 쌓아온 치과의술의 연구성과들과 치과산업의 연구결과들이 서로 융합되어야 할 것이다. 의학연구원이나 한의학 연구원에 비하면 참으로 그 출발이 더디다 못해 참담한 수준이지만 늦은 만큼 빨리 달리면 된다. 최근 각 시도 지자체들의 움직임이 뜨겁다고 한다. 처음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추진이 일어났을 때부터 유치에 열을 올리던 지자체들의 유치경쟁이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충남은 천안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부산, 대구, 광주에서의 유치 활동도 매우 활발하다. 어느 지역에 유치되든 간에 치과계로서는 즐거울 따름이다.

 

어느 지역에 설립되든 각기 훌륭한 입지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최적의 장소는 충분한 검토 후에 정부에 의해 결정될 것이지만, 건전한 경쟁은 건강한 결과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치협이 할 일은 어느 지역에 설립되든 국가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여 다양한 연구결과들과 경쟁력 높은 산업결과물을 속히 끌어내는 일이다. 치과계 미래를 만든 박태근 집행부 노력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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