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논단] 치과 불법광고 척결위원회를 발족합니다

2024.03.14 13:30:33 제1056호

이수형 논설위원

요즘 한창 덤핑 치과들의 불법광고를 때려잡느라 젊고 에너지 넘치는 치과의사들이 고생이 많다. 카카오톡에 불법광고를 신고하는 오픈단톡방이 있어 들어가서 분위기 파악 중인데, 기세가 대단하고 실제로 어느 정도 성과로 이어지는 듯 하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언론에 불특정돼서 성난 군중으로만 묘사되고 마는 건 아깝다. 이렇게 고생하는데, 정작 어디 회의나 정책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에서는 대화 파트너 자리가 아닌 객석에 있게 될까봐 아깝다. 청년 치과의사를 위한 자리가 있는가.

 

치협, 서울지부 등 치과의사단체, 지역 모임, 학회 등은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진짜 청년을 위한 자리’를 만들기 어렵다. 그런 단체들에는 기본적으로 수십년에 걸쳐 활동해온 이미 나이 많은 선배들이 수두룩하게 포진해 있다.

 

정말 반골기질이 강하거나 전투력 넘치는 젊은 치과의사들은 애초에 그런 모임을 거부한다. 사회 참여를 통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 정도의 온건한 성향의 사람이나, 대선배의 자녀인 2세 치과의사, 학연이나 지연으로 억지로 끌려와준 온순한 사람들이 ‘젊은 치과의사’의 포지션을 담당한다. 그들 중에 그나마 패기 넘치던 이들조차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위로 올라가면서 초보 이사 딱지를 떼고 총무나 부회장쯤 되는 직위를 맡을 때쯤이면 애초에 더이상 청년도 아니거니와 개원연차는 쌓여있고, 서있는 곳에서의 풍경이 이미 달라져 있게 된다.

 

치과 단체들의 순기능과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그 시스템을 이해하고 애정하는 마음이 있지만, 최소한 ‘청년 정신을 오롯이 반영할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는 기존의 시스템에서 무언가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이렇게 젊은 치의를 대변하는 단체가 거의 없는 와중에 정작 실제 단체를 만들기는 참 어렵다. 누가 대표를 맡고, 모임을 어떻게 운영하며, 회칙, 세부 운영 등 실제 필요한 운동의 핵심이 아닌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또 이런 단체가 생기면 필연적으로 회장 개인에 대한 리스크, 디테일의 리스크가 발생한다. 신규 단체가 엉뚱한 곳에서 사고가 터지면서 동력을 상실해버리면 그만큼 뼈아픈 것도 없다.

 

단체를 만들어야 뭐라도 해보겠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에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공유해본다.

 

이 아이디어의 목표는 해당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낼 때 떼쓰는 아이, 물가에 내놓은 아이 취급 받지 않고, 동등한 단체장으로서 존중과 대우를 받으면서 이야기할 기회를 가짐에 둔다. 그에 따라 실행방법으로 다음을 제시한다.

 

일단 뭐라도 단체를 만든다. 이름은 모임의 취지를 고려해서 ‘치과 불법광고 척결위원회’(이하 척결위) 정도로 해보자. 이 단체의 차별화된 가장 큰 특징은 실시간적인 변동성에 둔다. 이 단체에 관련된 것들은 유연하게 거의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도록 해둔다. 이 모임은 회장이 되는 데에 어떠한 제약을 두지 않는다. 스스로 회장이라고 칭하는 순간, 그는 척결위의 회장이 된다. 다른 사람이 회장이라고 표방하면 그에게 회장직이 실시간으로 넘어간다. 부회장직도 그러하다. 총무직도 그러하다. 기타 상상할 수 있는 어떠한 하위 직책도 그러하다.

 

이 글을 읽고 인지하는 순간 이 모임은 실재한다. 모임의 취지에 부합한다면 모든 활동을 허용한다. 게다가 회장이 공석이다. 누구든 자유롭게 사용한다. 평회원이 회장이 될 때까지 모든 것이 1초 이내로 가능한 것이 특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앞으로 언론사에 인터뷰할 일이 있는 젊은 치의는 본인을 척결위 회장이라고 해보면 어떨까. 치협에 가서 또는 보건소에 전화를 해서 뭔가를 항의할 때 본인을 척결위 회장이라고 하면 어떨까. 농담 같아 보여도 몇 명만 꾸준히 사용해서 이 모임의 실재함을 인지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어디가서 무시받지 않는 모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단톡방에서 불법광고를 신고하는 행위는 저들의 액션에 따른 리액션이자 안티테제다. 그 다음 단계를 논의하려면 대화의 장에서 대화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어딘가의 개원의 A, 치과의사 B에 머물지 말자. 같은 무대에서 의자와 마이크를 얻어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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