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상임감정위원 장영일

2012.10.29 10:34:10 제515호

“의료분쟁,소송이 답은 아니다!중재원에서 현명한 해답 찾아야”

13년간 끌어온 의료사고 환자의 피해구제와 관련한 의료법 개정이 지난해 국회를 최종 통과, 지난 4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원장 추호경·이하 중재원)이 설립됐다. 중재원은 의료분쟁과 관련해 조정과 감정 등 크게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적으로 개인의 영역이었던 감정분야는 중재원이 설립되면서 공적영역으로 다뤄지게 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치과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중재원 상임감정위원으로 임명돼 6개월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장영일 상임위원(前 서울대치과병원장)을 만나 중재원의 역할, 특히 감정부의 역할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상임감정위원의 역할과 지난 6개월간의 활동상은?

중재원은 보건의료인 및 법조인, 소비자단체 임원 경력자 등 공정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전문가 50~100인으로 구성된 ‘의료사고감정단’을 운영하고 있다. 감정단은 분쟁해결에 필요한 사실조사와 과실 및 인과관계 규명 등 활동을 벌인다. 감정위원 뿐 아니라 이 위원들의 업무를 보좌하기 위한 실무경력 전문가인 조사관도 구성돼 있다. ‘감정’ 업무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인력구성을 비교적 세밀하게 짜놓고 있는 셈이다.

 

중재원에서 치과와 한의과, 제약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데, 치과의사로서는 유일한 상임감정위원이다. 한의과나 제약 쪽의 민원 빈도수가 많지 않아 현재로서는 그 분야까지 커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향후 중재원의 역할이 커지게 되면 해당 전문분야의 인력 진출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감정의 객관성을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가?

한 사건에 대해 의료인 2명, 법조인 2명, 소비자단체 관계자 1명 등 총 5명의 감정위원이 구성된다, 의료계에서 지적하고 있는 내용이 2명밖에 없는 의료인이다. 이는 누구를 편들기 위함이 아니다. 법조인 2명의 구성은 전문가의 감정수행 자체에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한 담보라고 이해하면 된다.

 

사실 다년간 의료기관장으로 일해왔기 때문에 상임감정위원 대상자에 올랐을 때, 소비자단체에서 오히려 객관성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감정부의 역할이 중재원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객관성과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중재원의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 이 점은 스스로도 철저하게 주지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조정 참여율이 40%라고 하던데…

의과 쪽의 중재원에 대한 신뢰가 아직까지 미온적인 것이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치과계에서는 중재원에 대해 특별히 부정적인 견해가 있지 않은 것 같다. 중재원이 발표한 자료대로 지난 6개월간 총 신청건수 중 조정참여율은 40%에 달했다.

 

의료조정 참여는 신청인의 민원을 피신청인이 받아들이고, 이후 감정단에 의한 감정수행, 마지막으로 조정 및 합의 등 크게 세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다시 말해 최종 조정참여 여부는 이 세 과정을 무사히 통과했을 때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40%대의 조정참여율은 유의한 수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매달 조정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재원이 환자나 의료인에게 현실적으로 줄 수 있는 혜택은?

중재자의 역할이 없다면 의료분쟁은 결국 의료소송으로 직결된다. 그 과정에서 환자 측은 영업방해와 같은 행위를 일삼기도 하고, 의료기관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맞고소를 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 마련이다.

 

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하는 순간 서로간의 감정싸움은 일단 매듭지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적게는 2년, 길게는 4~5년의 시간과 비용을 보다 합리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항간에는 감정결과를 가지고 결국 소송으로 갈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지만, 일단 조정 후에는 절대로 소송을 걸 수 없도록 장치가 마련돼 있고, 조정 중에라도 소송을 거는 일은 극히 드물다.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다면 일단 중재원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중재원의 조정과정은 그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소송은 누가 이기든 지든 간에 결국 환자와 의사, 혹은 환자와 의료기관 간의 ‘불신’으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 법적 분쟁은 의료계에 대한 불신을 더욱 크게 만드는 것이다. 서로간의 도의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감정을 배제한 후 객관적인 감정 과정을 거친다면 굳이 법으로 해결하지 않고 서로 웃으며 합의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그것이 중재원의 역할이고, 객관성을 담보하는 것이 우리 감정 파트의 역할일 것이다.

 

신종학 기자/sjh@sda.or.kr

신종학 기자 sjh@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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