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으로부터

2015.07.27 14:47:42 제645호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244)

‘평온’이란 조용하고 평안함을 말한다. 마음에 번잡함이 없어지고 차분해지고 평화로운 상태를 말한다. 엄마 품에 안기어서 평화롭게 잠을 자고 있는 아이를 연상하게 한다. 번잡하고 복잡하고 혼탁한 현대사회에서 정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느끼기 참 어려운 감정이 되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평온하였던 기억의 끝을 찾아가보지만, 초등학생 시절 한창 더운 여름에 대청마루에서 낮잠을 자다가 시끄러운 매미소리에 깨어났을 때의 그런 평온함은 성인이 된 이후의 기억에서 찾을 수 없다. 아마도 삶의 무게 속에서 잊고 살아온 듯하다.


메르스로 인하여 강연과 강의도 멈추고 진료실 환자도 줄어드니 번잡한 삶 속에서 쉼 없이 돌아가던 시계바늘이 느려지고 멈추어 섰다. 덕분에 오늘 아침의 고요함은 커피 향을 즐기게 해주고 창 너머에서 매미소리가 들리게 해준다. 어찌 매미가 오늘만 울었겠나마는 오늘만 유독 들리는 이유는 그동안 마음이 번잡하였던지 아니면 깨어 있더라도 뉴스나 드라마, 영화 등의 자극적인 내용에 심취하여 듣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음식을 먹을 때 자극적인 맛에 심취하여 점점 더 매운 맛을 찾는 것과 같은 이치인 듯하다. 몸이 평안하니 마음도 평안한 모양이다. 일요일 저녁에 먹은 피자한 조각으로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토사곽란을 겪고, 2~3일 동안 굶거나 흰죽만 먹었더니 지금은 온몸이 가볍고 마음도 평안하다. 지인 중의 한 분이 전자레인지로 조리한 음식을 안 드시는 분이 계신다. 전자레인지의 충격파가 때려서 조리된 음식은 분노를 지니기 때문에 먹으면 악한 마음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이다. 그분의 논리대로인지는 모르지만 2~3일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은 이유인지 지금 몸과 마음이 오랜만에 가뿐하고 편하다. 어쩌면 불교에서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필자가 도인들처럼 흰죽만을 먹고 살 수는 없다. 때로는 자극적인 음식도 먹어야하고 때로는 술도 마셔야한다. 그리고 세상은 다시 또 복잡하고 번잡하고 정신없이 돌아갈 것이다. 필자도 다시 그런 세속 생활에 돌아갈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속에서 고뇌하고 번민할 것이다. 잠도 못 이루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번민과 고뇌는 스스로 만든 것일 수도 있으나 외부로 받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작게는 가족이나 직장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나 크게는 사회나 국가 간의 문제가 스트레스를 준다. 일본의 독도 침탈 행위를 들으면 분노가 올라온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스스로 만든 스트레스가 20%정도이고 외부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80% 정도 되는 듯하다. 이렇게 분노에 노출된 것이 만성화되어서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조금만 자극받으면 폭발하게 된다. 보복운전도 같은 연유일 것이다. 필자도 분노가 올라올 때는 평정심을 찾기 위하여 큰 숨도 쉬고 미소근육을 당겨도 본다. 그리고 ‘평온의 기도’을 몇 번 정도 읽어본다. 그러면 조금씩 평정이 찾아진다.


‘평온의 기도’는 ‘니버의 기도’라고도 하는 유명한 기도문이다. “-니버의 기도- 라인홀드 니버/하나님,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정함을 주시고/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일에 대하여는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옵소서/그리고 이 두 가지 차이를 알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게 하시고 순간마다 즐기며 살아가게 하옵소서/ 곤란한 일을 당할 때면 평화로 가는 통로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하옵소서/ 죄악이 많은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시고/ 내가 원하는 그 모습으로 생각지 말게 하옵소서.”


평온이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는 쉬운 일이겠지만 항상 많은 것을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성인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복잡함을 넘어선 현대사회에서는 듣기 어려운 단어이거나 사회적 패배자의 미사적 표현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젠 스스로 평온의 방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환경이 언제까지나 평안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평온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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