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필 교수의 NLP 심리상담 - 2

2015.07.23 10:23:05 제645호

소통하는 병원

소통이라는 말이 가정과 학교에서, 그리고 어느새 사회전반에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소통이 사회전반에 화두가 되고 있다는 것은 심리상담전문가로서 반가운 일이지만, 왜 소통이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무엇인지에 대해 소홀한 것 같아 한 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선 지금 대한민국 사회전반에 소통이 왜 필요한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도 신체적인 외모뿐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도 발달하듯이 사회도 마찬가지다. 산업문명과 함께 사회문화도 발달하게 된다. 얼마 전 국제시장이라는 영화에서는 힘들었던 지난 시절을 담아내었다.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그 당시 사회 모습을 지금의 젊은이들은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시절에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려고 했다. 오로지 선택의 기준은 생존이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일을 하다 보니 비인간적인 대우가 사회전반에 팽배했다. 이러한 사회문화단계를 무지의 단계라고 한다. 무지의 단계 속에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살아가기는 했지만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일들에 개인이 대응하기에는 버거웠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 조합(Union)이다.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상황에 대해 자신들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문화단계를 이성의 단계라고 한다. 이때에는 사회전반에서 이성을 바탕에 둔 합리성과 정당성에 초점을 두고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 즉, 주고받는 것(Give & Take)에 중점을 두고 사회의 모든 선택기준은 거래에서 시작된다. 열심히 일한만큼 얻어가게 되는 구조이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산업 또한 발전하게 됐다.


요즘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빌면 이전과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어렵게 들어간 회사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퇴사를 한다는 거다. 퇴사의 이유는 다른 회사로의 이직도 그 이유이지만 또 다른 이유는 그냥 싫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그리고 사회전반에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는 자신의 감정이 어느새 모든 것에 중심이 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사회문화단계를 감성의 단계라고 한다.


감성의 단계에서는 모든 선택의 기준이 자신의 감정에 있다. 그러다 보니 이성의 단계에 익숙한 사회에서는 도저히 감성의 단계의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게 됐다. ‘기분이 좋지 않아서’,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그냥 우울해서’ 등등. 이러한 감정들이 문제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전반에서 소통을 강조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는 서로가 이야기를 나누자는 방안이 소통이라고 한다. 소통은 그것만이 아니다. 소통은 만났던 상대방의 표정, 눈빛, 자세, 목소리의 음정과 음색, 크기 등이 항상 기억나야 한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의 이 같은 갖가지 특징이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분명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러한 것을 ‘기계적 의사소통’이라고 한다. 영혼 없는 표현. 마치 벽보고 이야기하는 엔서링 머신과 같은 것이다. 지금의 사람들이 무기력한 것은 바로 영혼 없는 소통을 하는 기계적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이다. 화초를 키울 때에도 물을 정기적으로 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햇살이 더 필요한지 물이 더 필요한지를 항상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초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인간은 어떠하겠는가? 내 가족이, 내 동료가 어떤 표정과 눈빛을 가지고, 어떤 음정으로 이야기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로 진정한 소통이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기계적인 의사소통으로 무기력에 지쳐서 병원을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그들의 표정과 눈빛, 목소리에 관심을 두는 본질적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들은 아픈 대를 치료받는 것뿐만 아니라 기계적 의사소통으로 상처받은 마음의 치유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병원도 단순히 치료만 하는 곳이 아니라 진정한 소통을 통한 치유를 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소통하는 병원. 꼭 필요하고 참 아름다운 병원이 될 것이다.


글 / 손정필

평택대학교 교수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신종학 기자 sjh@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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