奧地, 남춘천지맥

2015.08.06 16:51:06 제646호

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춘천지맥은 백두대간 강원도 두로봉(1422m)에서 갈라져 서쪽으로 뻗은 능선인 한강기맥이 오대산(1564m) 계방산(1577m)을 지나 청랑봉(1052m)에서 북서방향으로 갈라진 기맥이다. 응복산(1103m) 백암산(1099m) 줄기를 타고 서쪽으로 뻗은 능선이 매봉(800m), 가리산(1051m)을 지나 춘천부근의 대룡산(899m), 연엽산(850m)를 거쳐 서남으로 진행하다 소주고개를 지나 봉화산에서 두개의 지맥으로 갈라지는데 북쪽 지맥은 새덕산 (487.5m)을 마지막으로 능선은 북한강(410m) 경강역 부근에서 북한강으로 가라앉아 그 맥을 다하는 125km의 산줄기를 말하고, 한치재 부근에서 남쪽으로 갈라지는 지맥은 송이재봉(490m)을 세우고 슬어니 고개를 거처 마지막으로 솟아오른 물갈봉(432m)를 지나 방하리 부근 본말에서 북한강으로 가라앉는 지맥이다.


이지맥은 서쪽에 북한강, 남쪽에 홍천강으로 에워싸여 있고, 지리적 요충이며 사람들의 왕래가 없어 오지로 꼽히며, 자연경관이 뛰어난 청첩산중이다. 지금은 도로가 포장되어 넘기가 쉬운길이지만 여전히 오지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힘들게 이 고개를 넘으면 멀리 북한강이 보이고 날씨가 좋은날에는 동쪽으로 용문산이 보인다. 이 오지를 싸고 있는 북한강과 홍천강의 지리적 이해를 하지 않으면 남춘천지맥을 이야기 할 수 없다.


우리가 라이딩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는 구간은 의암호와 청평호 사이의 가평구간이다. 홍천강은 홍천군 서석면 생곡리 미약골산에서 발원하여 내촌천이라 불리며 흐른다. 홍천강 유역에는 수타사 계곡, 팔봉산국민 관광단지, 남궁억의 묘 등이 있어, 경치와 역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강이며, 구불거리는 강의 경치는 많은 물도리동을 형성하여 수려하기가 그지없다.


2011년 광복절 날 우리 바이콜릭스 팀은 예전에 경춘선  신남역이었던 김유정역에서부터 70번 지방도로를 따라 남으로, 홍천강 팔봉산관광단지에서 홍천강을 따라 하류로 이동하여 백두대간 남춘천지맥의 준령을 넘어, 북한강을 따라 가평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가게 되었다. 장장 70km의 고개와 강기슭을 돌아가는 벅찬코스다.


오전 7시에 집을 나서 경춘선 열차로 오전9시에 김유정역에서 내렸다. 역은 한옥으로 지어져 김유정의 체취가 물씬 났다. 1930년 신남역으로 명명하였으나 2004년 김유정을 기리는 뜻에서 김유정역으로 개명하였다. 역사를 나오니, 모든 것이 김유정 일색이었다. 역 앞의 이정표는 김유정 문학관 가는 길, 김유정 레일바이크 등 동네가 김유정의 혼이 가득하였다.


9시20분이 되어 13명의 대원이 역 앞에 모였다. 선두가 역 앞의 지도를 보며 오늘 코스에 대해 브리핑을 한다. 오늘의 고개는 큰 것이 3개, 덕만이 고개, 보리울 고개, 슬어니 고개다. 이 고개들이 오늘 얼마나 우리를 괴롭힐까 기대가 된다. 준비체조 후 페달을 밟는다. 광복절이라 자전거에 태극기가 자랑스럽게 펄럭인다. 그동안 계속 폭우가 내렸기 때문에 오늘은 맑은 날씨이나, 산야가 물기에 촉촉히 젖어있고 깊은 산 속에는 운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70번 지방도로를 타고, 물이 소용돌이치며 세차게 흐르는 팔미천을 따라 남으로 달린다.


70번 도로는 덕만이 터널 공사로 군데군데 공사중이다. 차는 다닐수 없지만, 자전거는 그런 것 개의치 않는다. 도로에서 빠져나와 옛길로 들어서 덕만이 고개(1km,8%)에 도전한다. 인적이 없는 덕만이 고개 옛길!


그 고을이 덕만리 마을이라 덕만이 고개라고 명명하였다고 한다. 이름이 꽤 친숙하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오르는 업힐이다. 금새, 숨이 가쁘고, 허벅지가 뻐근해 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단련된 몸이라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덕만이 고개’라는 비석이 서있었다. 해발 510m, 웬만한 산하나 오르는 것과 같다. 다운힐은 헤어핀 경사10%의 내리막이다. 구불구불 내려가는 다운힐 아리딩은, 순발력과 균형이 중요하다.


경춘고속도로 밑을 통과해 광판리를 지나자 멀리 어렴풋이 팔봉산의 기괴한 모습이 보인다. 8개의 봉우리가 산을 이룬 팔봉산! 작은 금강산을 홍천강가에 옮겨 놓은 것 같다. 어유포리를 지나자 구만천을 만나고, 곧, 팔봉산 유원지에 도착한다.


86번 도로를 따라 홍천강이 같이 흐른다. 홍천강변은 굽이굽이 구부러져 물도리동을 만들어 놓았다. 강가의 모래톱에 야영객들의 텐트가 그림 같다. 홍천강을 가로지르는 두미교, 산수교를 지나 수도 없이 홍천강을 건너왔다갔다 한다. 개야터널 앞에서 소낙비가 쏟아진다. 우리는 길게 휴식할 시간이 없어 빗속의 홍천강변을 달린다. 자주하기 어려운 빗속의 질주, 우리는 어린아이마냥 즐거움에 신명이 나고 있었다.
403번 국도를 타고 얼마간 곳에 나타나는 2km, 10%의 보리울 고개! 운동이 부족한 대원은 힘이 부치는지 자전거를 끌고 간다.


시원한 내리막의 쾌감! 마곡유원리에서 충의대교를 건넌다. 마지막으로 홍천강을 건넜다. 2km를 홍천강과 함께 가다. 홍천강과 작별을 한다. 이제는 백두대간, 남춘천지맥을 넘어야 한다. 그동안 쉽게 보였던 밭들은 사라지고 첩첩산중으로 들어가는데 그 길이가 3km에 이른다. 10%~12%의 살인적인 경사!


슬어니 고개다! 숨이 턱에 차고 온몸에 고통,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몇 구비 돌아 오른 정상! 모두들 주저앉아 버렸다. 멀리 북한강이 보이고 이 고개는 눈이 언다고 해서 ‘설어니’란 말이 있고, 오르면 혼이 나간다고 ‘슬어니’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북으로 송이재봉과 남의 물갈봉 사이의 능선 백두대간 남춘천지맥을 넘은 것이다.


이제 다운힐! 고개를 달려 내려오니 오늘의 괴로움이 다 끝났다는 생각에 몸이 한결 가벼워 졌다. 북한강변으로 내려와 북으로 가평을 향해 북한강을 달리는데 북한강은 저녁 안개가 피어오르고 마치 동양화처럼 눈앞에 전개된다. 줄에 매달려 자라섬에서 남이섬으로 하늘을 가로지르는 zip-wire가 물안개를 가르고 있었다.


물안개 낀 신비스런 북한강변을 누비는 우리의 마음속에는 아름다운 두개의 강을 따라 백두대간을 넘었다는 자부심이 가득하였다. 우리는 경강교를 건너, 가평역에서 전철을 타기로 하였다. 70km, 10시간의 강행군이 끝나가고 있었다. 멀리 가평역의 불빛이 보인다. 우리는 어둠의 그림자가 되어 역의 불빛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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