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2015.11.09 10:21:51 제658호

고흥 해안 기행 (1)

지금까지 자전거로 많은 전국 여행을 했지만, 전라남도 고흥은 언제나 관심밖에 있었다. 작년 우주로켓을 발사하면서 유명해진 나로도는 우리나라 우주의 꿈을 실현시키고 있는 곳이다. 그 나로도가 고흥반도 남쪽 외나로도 해안절벽 위에 있다. 이제 나로도가 나의 자전거 여행의 목적지로 머릿속에 각인되어왔다.


2015. 10. 24일 토요일 우리 자전거팀 바이콜릭스는 먼 남쪽 땅끝 고흥반도로 떠나게 되었다. 토요일 새벽 5시에 밴의 픽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전날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24일 새벽 3시에 눈을 떴다.


그러나 창밖에는 세찬 바람과 함께 장대비가 쏟아졌다. 예보엔 오전만 비가 온다고 했지만, 쏟아지는 비는 쉽게 그칠 기미가 없어 보였다. 캄캄한 새벽 서둘러 장비와 짐을 챙겼다. 전 구간 포장도로(온로드)이므로 하드테일(샥옵서버가 앞에 한개만 있는 자전거) 라이트스피드를 선택하고 35L 방수배낭에 자전거 배낭을 넣고 하루숙박에 필요한 옷가지와 생활용품, 그리고 식수, 카보로딩 음식을 챙기고 자전거 타이어 압력과 브레이크를 체크했다. 배낭을 메고, 자전거를 끌고 엘리베이터로 내려와 아파트 현관에 서니 폭우가 쏟아져 나갈 수 없었다. 한 20분정도 비를 피해 건물사이 캄캄한 계단에 앉아 빗속의 고독을 느꼈다. 아무도 없는 아파트, 외로움이 몰려왔다. 그러나 언제나 내 옆을 지켜주는 말없는 자전거를 의지하며, 밴의 불빛을 기다렸다. 조금 있으려니 환한 빛줄기가 나를 향해 오고 있었다.


차속에는 3명의 대원이 타고 있었다. 반가워서 빗속으로 뛰어 나갔다. 차 속에는 반가운 대원들이 나를 맞이한다. 여성대원 한명, 남자대원 2명이다. 10년 단골 밴의 기사님은 우리보다 연세가 위인 노익장이시다. 뛰어 내려와 빗속에서 내 자전거를 뒷 칸에 셋팅한다. 타자마자 악수로 브라보 바이콜을 외친다.


고속도로는 처음 정체를 보이다가 이내 뻥 뚫려, 차들이 제 속도로 달린다. 8시! 날씨가 개이고 안개가 자욱하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아침식사는 소고기국밥이 운동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우리는 앞으로 전개될 고흥의 자연경치와 역사, 특산물에 대한 궁금증으로 모두들 눈빛이 반짝거렸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자전거여행은 이 세 가지가 필수과목처럼 계획에 들어가 있었다. 천안논산고속도로를 거쳐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12시 30분에 고흥, 소록도를 거쳐 거금도에 도착하였다. 거금대교 남단공원이 우리의 라이딩 출발점이다. 고흥군은 고구마로 유명하고, 수산물로는 참장어, 감숭어, 꼬막, 서대, 붕장어가 특산인 것 같다. 공원 한 편에 거금도를 여행할 수 있는 자전거 대여소도 있고, 좋은 자전거가 비치되어 있었다.


곁에는 할머니가 고구마를 사라고 외치고 있었다. 우리는 거금대교를 넘어 소록도 한센병원을 방문하러 주차장에서 다시 자전거를 차에 싣고 도보로 병원 방문에 나섰다. 한센병원은 1916년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나병환자를 일정지역에 격리시키기 위해 소록도에 자혜의원을 설립한 것이 그 시초였고, 1982년 국립소록도 병원으로 개칭, 지금에 이르고 있다.


소록도는 섬의 형태가 어린사슴을 닮았다고 소록도(小鹿嶋)라고 부른다고 한다. 해변테크를 따라 걷는 산책길은 해안절경을 보며 걸어 갈 수 있고 중간 중간 쉼터가 있었다. 소록도병원은 편백나무 숲에 싸여있고 뒤편에 공원이 있어 편백의 숲을 이루고 있다. 구라탑, 검사실, 감금실 등의 자료관이 있고 병원에 기여한 사람의 공적비가 있었다. 입구에는 조그만 특산물 판매점이 있다. 소록도를 떠나 소록대교를 건너 본격적인 고흥해안 라이딩에 나선다. 점심시간이 지나 허기가 졌다.


인근에 고흥 최대의 항구 녹동항이 있어 여기서 고흥의 특산 붕장어탕을 맛보기로 했다. 페달을 밟는 발놀림이 빠르다. 언덕을 돌아내려가니 조그만 항구! 녹동항이다. 인터넷에서 선택한 성실 장어탕집을 찾았다. 유명한 맛집인지 사람들이 꽉차있었다. 붕장어탕 맛을 보니 기가 막힐 정도로 맛이 있다. 이 집에서 파는 진공 반건조 붕장어를 여행 기념으로 샀다. 점심을 먹고 항구 이곳저곳을 쇼핑하였다.


한 집에서 건조서대를 조금 샀다. 그리고 고흥갈치젓갈도 샀다. 갈치속젓은 어리갈치속젓이다. 사가지고 온 건어물을 밴의 뒷 칸에 올려놓고 다시 페달을 밟는다. 77번국도로 봉암리, 오마리 해변을 지난다. 해안경치가 너무 수려해 눈을 감을 수 없다.


알려지지 않는 해변은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아 자연그대로이다. 해변경치는 풍남리 해변에서 절정을 이룬다. 가화리 논밭에는 추수가 끝난 하얀 볏짚뭉치가 논 위에 옹기종기 놓여있었고, 당오리를 지나자 다시 오르막이 시작됐다. 5%의 오르막길이 끝이 없다. 2㎞를 갔을까? 산언덕에 정자가 있었다. 낙엽 떨어진 정자가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그 뒤로 멀리 고즈넉한 발포 포구가 보인다. 배들이 정박해 있는 이 조그만 포구가 이순신 장군이 1580년 처음 만호로 부임하여 18개월 동안 계셨던 곳인가! 충무공의 흔적을 찾아 충무사로 페달을 밟는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충무사를 뒤로하고, 언덕을 달려 내려와 포구에 닿으니 석양이 지고 있는 포구에는 고깃배들이 떠있고 잡은 고기를 뭍으로 옮기고 있었다. 부근 정자에는 어부를 기다리는 40~50대의 부인네들이 정자에 앉아 과일과 과자를 먹고 있었다.


정자 한구석에 60세쯤 돼 보이는 어부가 술에 흥이 겨워 기타를 치는데 조율이 안 된 것 같았다. 물끄러미 나를 보더니 기타자랑을 한다. 비싼 기타라고. 그런데 갑자기 조율 좀 해달라고 매달린다. 어쩔 수 없이 기타 줄을 튜닝해주자, 기타 잘 치시는 것 같은데 한 곡만 쳐달라고 한다.


나는 마지못해 로망스를 치기 시작하였다. 정자에 앉아있던 아낙네들의 이야기가 멈추었고 나는 연주에 몰입하였다. 갈매기 나는 황혼의 금빛 물결이 일렁이는 이 포구에 기타 음율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연주가 끝나자 손뼉치며 좋아했다. 한곡 더 요청이 있었으나, 시간상 포구를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해가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전거로 포구를 돌아 갈 수 있는데 까지 자전거를 달려야 했다. 다시 발포포구 언덕을 돌아 석양의 해가 지는 곳, 산언덕에서 지는 해를 보며 라이딩을 마감했다. 우리를 실은 밴은 나로1교, 나로2교를 넘어 외나로도에 도착하였다. 벌써 밤이 내리고 있었다. 세찬 바닷바람에 오싹했다. 우리는 횟집에 들려 이 지역의 특산 민어, 도미 등의 회로 오늘의 라이딩을 자축했다. 40㎞ 6시간의 여정이 끝나가고 있었다. 사방은 깜깜한데 멀리 나로비치호텔의 불빛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먼남쪽 외나로도에는 하얀 밤파도가 하염없이 치는데 그 파도소리 들으며 우리는 잠에 빠져 들고 있었다. 내일 나로도 우주센터를 그리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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