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필 교수의 NLP 심리상담 - 8

2015.11.09 10:21:23 제658호

생채기 예방주사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아름다운 단풍을 뒤로하고 나면 감기라는 것이 우리 곁을 찾아온다. 감기라는 것이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있는 듯 마는 듯 스쳐 지나가겠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일정기간 머물다가 간다. 기침이나 코막힘과 같은 증상으로 잠깐 머물다 가는 경우도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고열이나 폐렴과 같은 무서운 합병증을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동네병원에 가면 독감예방주사를 접종함으로써 감기를 사전에 예방하려고 한다.


30~40년 전만 하여도 독감예방주사라는 것이 지금처럼 흔하지도 않았고 그러한 조치를 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물론 그 시절에는 의료시설이 열악하였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지금과 같은 다양한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고 또한 지금처럼 복잡한 사회관계와는 다른 단순한 관계 속에서의 생활이 그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여야 하는 사회환경에서 살아가다 보니 더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감기라는 바이러스에 많이 노출되게 된다. 그래서 이전과는 다른 독감예방주사와 같은 조치를 취함으로써 감기로부터 건강을 지키려고 한다.


똑같지는 않지만 서비스 분야도 비슷한 것 같다. 현재 대한민국 대부분의 산업이 서비스문화에 기초하고 있다. 유통, 금융, 항공, 호텔과 같은 전통적인 분야에서부터 교육, 행정, 의료 등 모든 분야가 서비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사회환경체제에서 생활하다 보니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 모 백화점에서 종업원들이 고객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 화제가 되었었다. 참 가슴 아픈 사연이다. 일의 정황을 떠나서 하나의 인격체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한 개인의 자아존중감에 상처를 주는 인격 모독 행위이다. 마침 그 사건이 일어난 백화점 점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터라 전화를 하였다. 도대체 어찌된 상황인지 어떻게 해결을 하였는지 궁금했었다. 구체적인 사실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10월부터 강화된 그 매장의 서비스 규정 때문에 고객이 납득하지 못한 것과 그 과정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한다. 고객이 무릎을 꿇게 한 것인지 아니면 고객과 발생한 갈등을 빨리 수습하려고 그냥 직원이 자발적으로 그러한 행동을 하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한다. 아무튼 그 장면을 지나가는 고객이 휴대폰으로 영상에 담았고 언론에 노출시켰다고 한다. 그 후 직원 두 명에게 일주일간의 휴가를 통하여 정신적 안정을 취하게 하였다고 한다.


필자는 이 사건을 접하면서 제2의, 그리고 제3의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릎을 꿇는 그런 일들은 아닐지라도 흔히 말하는 수퍼갑질에 대한 서비스 종사자들의 심리적 정신적 피해가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아존중감(Self-esteem)은 자기 자신을 긍정적이고 가치 있는 존재로 생각하는 개념을 말한다. 사람들에게 자아존중감이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자아존중감 지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자아효능감(Self-efficacy)이 함께 상승한다.


자아효능감이란 자신이 스스로 주어진 상황을 극복할 수 있고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신념이나 기대를 말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모든 곳에서 개인이 높은 자아효능감을 가지고 생활한다면 자신에게 내재되어진 잠재능력(Potential Ability)을 발휘하게 되고 사회는 더 생산적이 될 것이다. 특히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의 기초가 되는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자아효능감을 가지고 일을 한다면 더 좋은 양질의 서비스를 우리는 고객으로서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자아효능감을 높이는 그 근원이 바로 자아존중감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퍼갑질을 하는 고객들의 태도나 시간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열악한 상태에서는 서비스 종사자들이 자아존중감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고객과의 관계 속에서 생채기와 같은 상처를 가슴속에 안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신체적으로 생긴 생채기는 눈에 보여서 치료하기가 쉽겠지만 마음속 깊이 생긴 생채기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치유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고객과의 관계에서 얻게 된 생채기를 힐링(Healing)하는 것과 아울러 그런 상처가 생기지 않게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생채기 예방주사라고 생각한다. 가을이 지나가는 환절기에 독감예방주사뿐만 아니라 생채기 예방주사를 접종하는 것을 병원에서라도 먼저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본다.



글 / 손정필

평택대학교 교수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신종학 기자 sjh@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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