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필 교수의 NLP 심리상담 - 9

2015.11.16 14:24:06 제659호

의미(Meaning)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먹거리가 부족하였던 지난 시절의 추억 중에 하나가 바로 풍선껌이다. 지금 생각하면 생고무처럼 질기고 단단한 풍선껌이었지만 그 시절에는 그 풍선껌이 정말 귀해서 함부로 다룰 수도, 버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단물이 이미 빠져버린 껌이지만 책상이나 벽에 붙여놓고 다시 음미하곤 하였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 요즘 어린 아이들에게 그런 이야기는 진부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많은 사람이 가난했었던 시절이었기에 그렇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가난이라는 환경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풍선껌에 부여하는 의미 때문이다.


그 시절에는 풍선껌을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였기에 소중하고 가치 있게 다루었다. 가만히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자신이 긍정적인 의미로 투사하는 물건은 너무도 소중하고 가치 있게 다룬다. 비록 중고차일지라도 자신의 차에 긍정적인 의미를 둔 사람들은 늘 세차를 하고 광택을 내는데 많은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남들이 보아도 그 차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사랑하는 자녀에게는 긍정적인 의미를 두기 때문에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 있는 존재로 생각한다. 참 신기한 것은 아무리 값비싼 차라고 하여도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순간 소홀히 하게 되고 방치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남들도 그 차에 흠집을 내고 함부로 하기가 쉽다. 자식이라도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애정과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 아이는 밖에서 남들에게 푸대접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즉, 우리는 사람이나 사물이나 어떤 일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때 그러한 대상이 소중하게 느껴져서 가치 있게 다루게 된다. 그렇게 될 때 다른 사람도 그것에 대한 애정을 함께 느끼고 가치 있게 대하게 된다.


반대로 자신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부정적이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남들도 그것을 비슷하게 인식하여서 함부로 하게 된다. 서비스도 비슷한 것 같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이나 환경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이나 환경에 자신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다.


얼마 전 개인적인 이유로 대학병원 두 곳을 다녀왔다. 첫 번째 갔었던 병원에서는 의사든 간호사든 모든 사람들이 분주하고 지쳐있던 느낌이었다. 얼마나 격무에 시달렸으면 저렇게 힘이 들까 하는 안쓰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 병원에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오히려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갔었던 병원은 그야말로 생기가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물론 알 수 없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토록 다른 차이를 내는 원인이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 차이에 대한 이유는 바로 의미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현재 하는 일에 대한 의미가 자신의 현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갔었던 병원에서는 하얀 가운이 왠지 변색이 된 듯 낡아 보였고, 특히 간호사들이 신은 흰색신발은 더 이상의 하얀 느낌을 가질 수가 없었으며, 걸을 때 보였던 까맣게 변해버린 신발 밑창은 마치 병원 복도의 오염을 그대로 방증하는 듯하였다. 그런데 두 번째 방문하였던 병원은 정말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가운과 신발, 그래서인지 표정 또한 너무도 밝게 느껴졌다. 환자들이 묻는 말에 투박한 표정과 말투로 대하는 첫 번째 병원과는 달리 친절하면서도 단호한 표현으로 상황을 정리하는 모습에서 같은 대학병원이지만 이런 엄청난 차이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자신이 긍정적인 의미를 두고 애정과 관심을 두는 곳에 가치를 두게 된다. 중요한 자리에 몸가짐을 마음을 함부로 하고 나가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비싼 옷이 아니라 자신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옷으로 자신을 꾸미고 가장 좋은 표정과 말투로 자신을 표현하려고 할 것이다. 취업면접을 하는 청년들은 그 어느 때 보다 자신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자신감에 넘치는 긍정적인 마음을 표현하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연인을 소개 받은 사람은 이성에게 좀 더 잘 보이려고 꾸미고 좋은 모습으로 대하려고 한다. 이 모든 것은 상황이나 환경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이나 환경에 부여하는 의미의 문제인 것이다.


현재의 나의 표정, 말투 그리고 내가 입은 옷, 신은 신발, 이 모든 것은 상황이나 환경이 아닌 내가 있는 상황이나 환경에 대한 나의 의미를 반영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가치 있게 대하기를 바란다면 내가 나를 가치 있게 대하여야 한다. 의미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의미를 찾지 않으면 결코 발견할 수 없다. 소풍의 즐거움 중에 하나가 보물찾기인 것처럼 인생과 일에 대한 즐거움도 긍정적인 의미를 찾는 것에 있는 것 같다.


글 / 손정필

평택대학교 교수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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