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필 교수의 NLP 심리상담 - 12

2016.01.13 12:54:56 제666호

용서의 진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 만큼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배우자의 마음을, 자녀의 마음을 그리고 직장상사나 부하직원의 마음을 우리자신의 일방적인 관점에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불화의 원인이 되고 상처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려고 시작된 학문이 심리학이다.

 

이러한 인간의 마음을 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는 최초의 시도가 바로 분트의 실험실의 심리학이었다. 1879년 독일의 라이프치히 대학교수인 빌헤름 분트(Wilhelm Maximilian Wundt)는 연구자 자신의 의식을 스스로 분석함으로써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내성법(Introspection)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사회심리학, 발달심리학을 거쳐 학습심리학, 인지 및 지각 심리학, 산업 및 조직 심리학, 임상 및 상담심리학 등 현재 심리학의 초석이 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심리학의 발전은 그 시대의 사회적 요구들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분화된 심리학의 분야들이 21세기가 되면서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긍정심리학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긍정심리학은 말 그대로 사회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행복해 하지 못하는 현상을 반영하는 심리학의 새로운 영역이다. 물론 전통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긍정심리학이나 행복심리학을 심리학의 분야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불행이나 부정적인 사회전반의 현상을 반영하는 부분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하기야 필자가 유학시절이었던 20여 년 전에 그 당시 수업과목에 슬픔과 상실을 위한 상담(Greif & Loss Counseling)이라는 과목에서 치유(Healing)라는 그 당시로는 생경하였던 단어를 접하였고, 그 후 몇 년이 지난 후 긍정심리학이나 행복심리학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다. 그 당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개인들이 느끼는 슬픔과 상실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문제로 가시화되었고 그래서 치유라는 표현들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그 이후에는 행복과 긍정을 다루는 부분으로 전개되어갔다.

 

우리나라에서도 치유(Healing)라는 표현이 몇 년 전부터 TV프로그램으로 소개되어서 이제는 치유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사회에도 슬픔과 상실에 대한 치유와 그리고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긍정심리학이 필요한 시대에 도래하였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최근 5~6년 전부터 용서심리학(Helping Clients Forgive)이라는 분야가 긍정심리학에 이어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용서를 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말 그대로 사람들이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방법을 다루는 분야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용서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용서란 나에게 상처를 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그 상대방을 원망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자신에게 상처를 준 상대방을 너그러이 이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우리들은 그렇게 완벽하고 위대한 존재가 아니다. 또한 용서란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과 화해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화해를 하면 좋겠지만 화해를 하려는 나의 마음과는 달리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지 않는 상대방 때문에 더 깊은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우리의 마음속에 용서라는 아름다운 행동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것은 용서에 대한 이처럼 많은 오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몹쓸 짓을 하였고 치명적인 상처를 준 그 상대방은 그 상처 때문에 우리 자신들이 아파하는 동안 너무도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용서란 그냥 스스로가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 미움에 대한 마음을 그만두는 것이 바로 용서이다. 그래야만 분노와 미움이 지나간 우리 마음속에 행복이라는 희망을 채울 수 있다. 그래서 용서는 포기와 다르다. 분노와 미움대신 그 자리에 행복을 키워가는 아름다운 작업이다.

 

그 사람이 기억조차도 못하는 상처는 이제 용기 있게 던져버리자. 2015년을 지나오면서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가정에서 배우자에게, 직장에서 상사에게 받았던 많은 상처들 때문에 많이 힘들고 괴로웠을지도 모르겠다.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온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들은 지나간 시간에서 받은 상처를 용서라는 이름으로 한 해를 보내고 행복이라는 희망의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용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이다.

 

글_ 손정필 교수 jpshon@gmail.com

평택대학교 교수 /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신종학 기자 sjh@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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