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필 교수의 심리상담 16

2016.03.07 15:22:37 제673호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인생을 흔히 마라톤으로 비유한다. 기록이라는 시간의 의미도 있겠지만 42.195㎞를 묵묵히 달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생과 마라톤을 비슷하다고 비유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마라톤을 완주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필요한 것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이 페이스메이커의 도움이 크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페이스메이커를 이해하는 것이 그냥 마라톤을 하는 사람과 함께 달리고 연습하는 것으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상은 그것보다 더 큰 의미가 숨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마라톤을 훈련하는 동안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다리의 근육은 굳어져서 더 이상 한 발짝도 내딛기 힘든 고통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것은 그러한 고통을 바로 페이스메이커가 곁에서 이해하고 격려해 준다는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 그것도 혼자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그 고통의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은 그 순간에도 누군가가 자신을 이해하고 격려해 준다는 것 자체만으로 초인적인 힘을 내고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것 자체가 감동이다. 그래서 마라톤을 인생과 비유하는 것 같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통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러한 고통 속에 주저앉지 않고 계속 정진해 나가는 것은 저마다의 페이스메이커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자신만의 인생의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인 인생의 페이스메이커가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배우자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스승이나 친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인생의 고통을 견딜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극한의 고통도 누군가의 이해와 지지만 있으면 견디어 내는 기적 같은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PACE - PACE - LEAD라고 한다. 즉, 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누군가가 맞추어 주면 그 사람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따르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누군가의 상황을 맞추어 준다는 것이 쉬운 일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사실상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경험은 오로지 그 사람만이 겪고 있는 고유의 주관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 사람이 경험하고 있는 고유의 주관적 경험을 자신의 경험이나 가치로써 쉽게 판단하고 대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상대방을 이해하기 보다는 자신의 경험으로 평가 판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한다. 우리들이 경험하는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고 분란의 근원이기도 하다.

 

서비스 현장도 비슷한 것 같다. 병원을 찾는 고객들의 상황을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대하게 된다면 그것은 갈등과 분란을 일으키는 이유가 된다. 설령 당장은 갈등과 분란이 없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엄청난 갈등과 분란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일반인과 다르게 더욱 민감한 주관적 상태에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이해 받기를 원할지도 모른다. 그러한 고객들의 주관적 상황을 고객의 입장에서 이해해 준다면 병원의 처방을 더 잘 신뢰하고 따르게 될 것이다. 이러한 프로세스가 바로 PACE - PACE - LEAD인 것이다.

 

결국 환자들은 의사를 신뢰하고 병원을 신뢰하면 병원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것들을 수용하고 따르게 된다. 이러한 신뢰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고 외로워하는 고객들의 주관적 경험을 이해해주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원리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일하는 내부고객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병원을 운영하고, 하루 종일 진료에 시달리고 있는 의사가 겪고 있는 고통을 누가 이해해 줄 것인가? 그리고 다양한 고객들을 늘 밝은 표정으로 응대하려고 노력하는 스탭들의 마음은 누가 위로해 줄 것인가? 그래서 병원에 종사하는 내부고객 모두에게도 서로의 상황을 이해해 주려는 PACE - PACE - LEAD 프로세스가 필요한 것 같다. 고통의 순간은 늘 외롭고 힘들다. 그래서 고통의 순간을 견디는 것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의 순간에는 더 절실하게 누군가의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일반적인 삶의 공간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병원과 환자,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에 더욱 서로의 주관적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상식 장면을 보면 자신의 현재를 있게 만들어준 소감을 이야기 할 때 꼭 이야기 하는 것이 자신이 힘든 시기를 누군가가 지지하고 이해해 주었던 사람을 거명한다. 우리도 병원을 방문하였던 고객의 입에서 그리고 함께 병원에 근무하였던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그들의 행복한 인생의 페이스메이커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글_ 손정필 교수(평택대학교 교수 /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jpshon@gmail.com

신종학 기자 sjh@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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