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필 교수의 NLP 심리상담 - 18

2016.03.31 15:06:52 제677호

마음챙김(mindfulness)

개나리의 밝은 노란색이 따스한 봄기운과 함께 우리 곁에 다시 찾아왔다. 이맘때면 새 학기의 시작으로 학생들은 저마다의 다짐을 하는 시기이지만 특히 고등학교 3학년들에게는 자신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담을 느끼는 시기일 것이다.

 

아마도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고등학교 3학년들은 수능이 끝이 나고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에만 간다면 세상의 모든 고통에서 해방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간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막상 대학을 가더라도 또 다른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 수능을 앞둔 학생들에게는 별다른 느낌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군대 문제, 취업 문제 그리고 등록금 문제, 친구 문제 등 수없이 많은 일들이 있다. 마찬가지로 취업을 목전에 둔 대학생들은 취직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신입사원들은 모두가 직장생활을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다른 문제들로 고통스러워한다.

 

어찌 보면 우리들은 인생이란 바다에서 고통이라는 파도를 한두 번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직면해야 할 발달과업(Development Task)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어떤 측면에서는 삶에 직면하는 고통이 바로 우리의 성장과 성숙을 만들어내는 발달과업인 것이다. 우리는 고통을 직면하면서 지금보다 더 성장하고 그러한 고통을 지나가면서 삶이 한층 더 성숙해진다.

 

신체적인 성장도 성장통이라는 고통을 통하여 이루어지지만 정신적인 성장인 성숙 또한 고통을 겪어야만 한다. 그러나 문제는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여러 가지 고통을 견디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직면하고 있는 고통이 너무도 힘들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들이 사회 일각에서 생기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직면한 고통이 너무 힘들어서 폭행이나 파괴 등과 같은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많은 사회문제는 자신에게 직면한 발달과업과도 같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회피하면서 나타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이처럼 고통을 참지 못하는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즉각적 만족의 문제점(PIG, problems of immediate gratification)’이라는 심리학적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성숙된 사람일수록 현재의 감정이 바로 해결되고 지금의 충동이 만족되어야만 한다고 믿고 있다. 고통 속에서 다른 대안을 찾는다거나 참는다는 것은 곧 불안으로 이어지고 심한 경우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지나간다는 것이다. 한 잔 술에 목숨을 거는 알코올 중독자도 일정시간 단주에 대한 고통을 버티게 되면 그 충동으로부터의 고통이 사라진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자들은 술을 무작정 회피하는 것보다 오히려 술을 보면서 견디는 훈련을 해야만 그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이처럼 직면한 고통을 요령 있게 참아내거나 바라보는 능력을 ‘고통의 용인(distress tolerance)’이라고 한다. 이러한 견딤의 힘인 고통의 용인은 현재 자신의 감정상태가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판단을 배제하고 바라보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 있을 때 가능하다.

 

마음챙김의 가장 중요한 것은 자아가 존재하고 내가 고통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깨닫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통을 겪는 순간 우리는 자칫 자신을 잃어버리고 우리 행동의 주체인 자아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어떤 고통 속에 있는지’ 자아를 나의 몸 속에 의식을 나의 감정 속에 머물게 하는 훈련을 하여야 한다. 즉, 지금-여기(here&now)에서의 나를 찾아야만 한다.

 

지금 이 순간에 나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자신의 호흡을 의식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호흡을 하고 있지만 막상 호흡을 한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반대로 눈을 감고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을 의식하는 순간 우리자신은 살아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고 비로소 우리의 몸 속에 있는 자아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지식은 책이나 강연을 통하여 얻을 수 있겠지만 삶의 지혜는 직면한 고통을 견디어서 얻게 되는 보물과도 같은 것이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수많은 고객들 때문에 고통스러운 일들을 직면하게 된다. 고통을 피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챙김이 더 절실한 것 같다. 그래서 직면한 고통이 삶의 지혜가 되는 보물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을 보내고 맞이한 봄에 ‘마음챙김’으로 한층 성숙해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글_ 손정필 교수(평택대학교 교수 /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jpsh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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