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고 진실된 것은 가까운 주변에…
연극 ‘안내놔? 못내놔!’는 1970년대 이탈리아의 부패한 사회상을 풍자한 희극이다. 그런데 진행될수록 희극으로 보다는 속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던 건 여주인공 안토니아다. 일도 잘 벌이고 꾸며대기도 잘하는, 굳이 찾는다면 주변에서 쉽게 찾아질 것도 같은 ‘아줌마’다. 슈퍼에서 훔쳐 온 물건을 남편에게 들킬까 종종거리지만 개 사료를 남편에게 먹일 만큼 담대하기도 하고, 이념을 부르짖는 남편보다 통속적이지만 누구보다도 생명력 자체에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연극 중 언급되는 출산의 여신, ‘산타 에브랄리아’가 현실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바로 안토니아의 모습일 거라고 생각한다. 안토니아와 마가리타가 목에 걸고 다니는 식료품 주머니가 아기로 위장되는데 이는 먹거리-출산-생명력과의 연결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소중하고 진실된 것은 멀리 있지 않다. 주변에 있는 사소하고 유치한 것 속에도 근원적 가치가 담겨져 있을 수 있다. 끝 무렵, 안토니아의 남편이 말한다. 자루를 훔쳐 도망가면서 희열을 느꼈다고. 합리성의 틀을 깨고 나온 자유의 느낌이자 생명의 힘의 경험일 것이다. 식료품 봉투를 들고 숨 가쁘게 내닫는 두 명의 사랑스러운 여인들은 정말로 살아 있는, 그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정제되지 않은 삶 속에서 부대껴도 주어진 시간을 살아내는 자, 그들은 타인에게도 힘을 준다. 마치 그녀들이 그랬던 것처럼.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리오 포의 원작에 감동하고 덴탈 씨어터 팀의 열정에 또 한 번 감동하는 시간이었다. 희극을 통해 가볍지 않은 주제를 전달해 준 세련되고 세심한 연출과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