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필 교수의 NLP 심리상담 - 23

2016.06.23 14:39:01 제687호

또 하나의 감정

얼마 전 지방에 강의를 갔다가 중간에 시간이 남아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기로 마음을 정했었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최신영화를 검색하고 그 중에 관객순위 1위 영화를 선택하였다. 마침 시간도 맞고 관객순위 1위라는 평가에 주저없이 관람하였다. 그러나 영화내용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는 달리 나에게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그래서 주변사람들에게 그 영화를 별로 권하지 않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가 경험하는 일들의 결과에는 감정이 남게된다.


즉, 경험이전에는 감정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물론 본인이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직접경험은 당연한 것이고 또한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하여 어떤 감정을 갖게 되는 간접적 경험도 우리가 경험하는 범주에 포함된다. 가령 어떤 물건을 구매하려 하거나 혹은 영화관람을 하려고 할 때 주변사람들의 반응을 들어보거나 사용자 후기를 살펴보는 것들이 바로 간접적 경험에 포함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험의 결과인 감정이 그 다음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을 할 때에는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신경을 쓰는 행위들이 모두 이러한 인간의 심리요인에 의한 것이다. 즉 되도록이면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정서적 감정을 주려고 노력하고 부정적 정서적 감정들은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경험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대한 별다른 정서적 감정이 들지 않아서 그 경험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수도 없이 많이 다녔던 식당들이 많지만 그 중에 기억나는 식당들은 긍정적인 정서적 감정의 기억이 있는 식당이거나 혹은 부정적인 정서적 감정으로 기억되어지는 식당들이고 나머지 식당들은 별다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처럼 경험을 하였지만 거기에 대한 별다른 정서적 감정 없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상태를 중립적 정서적 감정상태라고 한다. 필자는 이러한 인간의 정서적 감정의 분류들을 서비스 장면에 적용하면서 긍정적인 정서적 감정 상태를 만족, 부정적인 정서적 감정상태를 불만족 그리고 중립적 정서적 감정상태를 무(無) 불만으로 명명하고 사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통하여 갖게 되는 긍정적인 정서적 감정상태인 만족, 부정적인 감정상태를 불만족 그리고 중립적인 정서적 감정상태를 무(無) 불만으로 분류한 상태에서 비추어 볼 때 많은 기업들이나 조직들이 현실적인 측면에서 신경을 쓰고 노력하는 부분은 바로 부정적인 정서적 감정상태인 불만족 해소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고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크면 클수록 서비스의 대응이 신속해지고 서비스의 질(質)도 높아지게 된다. 아마도 부정적인 정서적 감정상태인 불만족이 불매운동과 같은 집단행동을 야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기업이나 조직들이 고객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상태인 불만해소에 초점을 두고 많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물론 고객이 갖는 부정적인 정서적 감정인 불만을 해소하는 것은 필요하고 당연히 해결해야 할 일들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정적인 정서적 감정상태인 불만족의 제거가 자동적으로 긍정적인 정서적 감정상태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Bradburn(1969)의 장기적인 연구를 통해서 긍정적인 정서적 상태와 부정적 정서적 상태는 서로 독립적인 관계를 지닌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많은 기업들과 조직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불만을 없애면 그것이 곧 만족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한 불만을 이야기 하지 않으면 만족한 상태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불만이 없는 것이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정서적 감정상태인 무(無) 불만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나타난다. 즉, 불만을 제기하지 않은 모든 것을 만족이라고 표기하고 생각하고 있다. 병(病)이 없는 것과 건강한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가정생활에 불만이 없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듯이 불만을 해소하고 불만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수많은 노력을 한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무(無) 불만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노력하는 사람들은 더 피곤해지고 지쳐갈 것이다. 자신의 노력에 대하여 불만을 표현한다면 고치려고 고민하게 되지만 노력에 대하여 아무런 기억을 못한다면 그것만큼 허탈한 것이 없을 것이다. 병원도 마찬가지이다. 내원하는 수많은 환자들이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것이 만족이 아니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노력한 병원의 흔적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무(無) 불만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병원에 대한 무(無) 불만이 진정한 만족으로 전환될 때 좀 더 활기차고 생기 도는 병원이 될 것이다. 무(無) 불만은 사람의 또 하나의 감정이다.

 

글/ 손정필 교수(평택대학교 교수 /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jpsh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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