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 전문의운영위 전원 결국 ‘총사퇴’

2011.12.26 14:29:00 제475호

복지부, 전공의 대폭증원에 과목별 배정원칙도 무시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사전문의운영위원회(위원장 최남섭·이하 전문의운영위)가 위원 ‘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치협의 전공의 배정안을 무시한 복지부가 내년도 수련치과병원 전공의 정원 대폭 확대는 물론, 과목별 전공의 배정원칙까지 무시하고 특정 병원의 전공의 정원을 수정한 것에 대한 강력한 항의다.

 

지금 상황에서 치협이 복지부가 정한 전공의 배정을 뒤집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문의운영위는 지난 19일 회의를 열고 참석 위원 만장일치로 ‘총사퇴’를 결의했다.


전문의운영위 최남섭 위원장은 “복지부는 치협의 배정안을 무시하고, 복지부가 만들어 놓은 배정안을 수련기관에 통보했다”며 “이는 치협을 정책 파트너로서 인정하지 않는 처사”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전문의운영위에 참여하고 있는 모 위원도 “운영위원 사퇴가 자칫 무책임해 보일 수 있지만 치과계 정서를 감안하고, 정책 파트너인 치협의 대표성을 무시한 복지부에 항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내년도 전공의 배정안을 발표하면서 “치협의 원칙 없는 전공의 정원 배정안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치협의 수련기관 실태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안을 만들었다”며 “그 결과가 올해년도보다 20명이 늘어난 331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인기과목을 보호하고 인기과목에의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과목별 배정 원칙을 복지부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모 치대병원의 경우 구강악안면방사선과에 1명을 배정했지만 지원자가 없다는 이유로, 치과보철과로 정원을 이관해 줄 것을 복지부에 직접 요청했다. 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이고 추가모집에서 결국 보철과 정원 1명을 추가해 주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치대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전공의 정원 변경 요청을 해왔고, 검토 결과 이를 받아들였다”고 해명했다. 또 “실태조사를 토대로 정해진 배정안의 재검토 결과 일부 수정이 필요했다”며 “향후 명확한 전공의 배정기준이 도입될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와 관련해 최남섭 위원장은 “복지부가 해서는 안되는 일을 저질렀다”며 “복지부가 만든 과목별 정원 이동 불가 원칙을 스스로 깨버린 것”이라고 비토했다. 전공의 과목별 배정 원칙은 이번 건으로 인해 무의미하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복지부가 수련기관 감싸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전문의제도운영에 관한 치과계 정서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지부는 전공의 배정에 있어 ‘불필요한 민원발생 상황의 최소화’라는 기본원칙을 밝힌 바 있다. 철저하게 민원인 입장에서 제도를 운영한 나머지 과목별 배정 원칙이라는 대원칙마저 뒤집은 복지부가 과연 원칙을 운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의운영위 위원 총사퇴 소식이 치과계에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치협이 전문의 운영 자체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새나오고 있다.
최남섭 위원장은 “운영위원 총사퇴가 치협이 향후 전문의 제도에 손을 놓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복지부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위원장을 비롯한 현재 운영위원들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한 것일뿐”이라며 “전문의 관련 업무는 치협 산하 위원회별로 나눠 업무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남섭 위원장을 위시한 현 운영위 위원들이 총사퇴를 결의한 이상, 전문의제도 전반에 대한 치협 차원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전공의 배정과 관련한 업무를 치협이 지속해야 할지부터 그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올해 전공의 수는 311명이다, 이에 비해 수련기관들이 신청한 내년도 전공의 수는 총 403명이다. 소수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치협이 수련기관 실태조사나 전공의 배정에 대한 업무를 포기한다면 매년 전공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전공의 관련 업무는 전문의제도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치협이 관련 업무를 포기하는 것은 소수정예 전문의 배출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남섭 위원장은 “운영위 사퇴는 어찌됐건 전공의 배정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라며 “복지부는 앞으로 독단적으로 전공의를 배정하는 일은 없어야 하고, 치협 또한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신종학 기자/sjh@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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