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산 친구 별장 가는 길

2017.11.09 15:29:25 제753호

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산천과 대지는 다채로운 색깔로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의 단풍이 만연하여 오색의 세계로 우리를 몰아넣고 있었다. 마침 친구의 초청으로 송산에 있는 포도밭 속의 별장을 가게 됐다. 지난달 22일 일요일을 택해 우리 자전거팀은 송산라이딩에 나선다.

한 해가 바뀐 지 엊그제 같은데 벌서 만추! 달력도 두 장만 남았다. 우리는 가을을 ‘백추(白秋)’라고 한다. 백색은 맑고, 깨끗하고, 내면이 충만한 색으로 모든 것이 익어가는 계절인 가을을 ‘백추’라고 부르게 됐다. 우리 인생에도 60~70대에 해당하는 백추! 자신의 인생에서 이루든 못 이루든 천직을 내려놓고 이제 인생을 마무리할 시간! 우리는 지나온 세월에 무엇을 이루고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반추할 수 있는 나이다. 무엇보다도 함께 고락을 같이하고 서로 땀을 닦아주며 서로 기대 같이 울고 웃으며 걸어간 친구가 생각나는 때이다. 과연 몇 명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는가? 나이 들어서 별장에 와달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나에게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를 초대한 친구는 한평생을 군인으로 근무하다 대령으로 전역했다. 장인이 돌아가시며 살던 집을 친구의 아내인 딸에게 물려주어 그것이 친구의 시골집이 됐고, 잘 수리하고 치장해 수백 평의 잔디밭과 채소밭, 수목들이 우거진 멋있는 별장이 됐다. 서울에서 생활하다 주말이면 내려가 별장생활을 한다고 한다. 일요일에는 우리 자전거팀의 일원으로 선두 역할을 맡아 팀라이딩을 이끌어간다. 우리는 전철로 상록수역에서 만나 송산을 가기로 했다.

아침 8시 30분 상록수역에 내린 나는 9시에 모이기로 한 팀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는 7~8℃로 서늘하다. 겉옷은 팩라이트쉘의 고어텍스를 입었다. 라이딩 시 땀 배출이 쉬운 투습력이 탁월한 고어텍스 기능성 유니폼이다. 라이딩 시 땀이 옷 밖으로 배출되지 않으면 즉시 저체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라이딩 시에 기능성 옷은 필수이다. 조금 기다리니 팀원들이 모였다. 모두 6명, 별장 친구는 부인이 운전하는 밴에 자전거를 싣고 상록수역까지 나오는 성의를 보여줬다. 이곳 지리를 모르는 우리를 위해 선두에 서서 팀을 이끌기 위해서였다.

역을 벗어나 곧바로 어울림공원에서 낙엽을 밟으며 단풍 속을 달려 나아간다. 비봉로로 접어들어 반월천을 지나 동화천에 이르니 일제강점기시대 설치한 수인선 협궤철도가 다리 위에 을씨년스럽게 토막 난 다리 모양으로 걸쳐 있었다. 우리는 역사의 뒤안길에 남아있는 이 철도를 보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삼화 2교차로에서 6차선 도로로 진입하여 공룡알 화석지로 향했다. 도로를 따라가다보니 화성시 비봉면 남전리에 남이장군묘가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가평 남이섬에 있는 남이장군묘는 가묘이다. 어느새 6차선 도로는 끊기고 건설 중인 도로로 진입했다. 공사 관계자의 제지를 뒤로하고 끝없는 항토길을 달리게 됐다. 이 도로는 송산그린시티를 관통하는 도로로 2018년 준공될 것이라고 한다. 마치 사막을 달리는 것 같은 광활한 황토길… 우측으로 끝없는 초지 멀리 우음도의 송산그린시티 전망대가 우뚝 솟아있고 공룡알 화석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끝없는 고정리 밭길을 지나자 공룡알 화석지 방문센터가 드넓은 평원에 외롭게 서있었다. 길건너 공룡알 화석산지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이곳은 중생대 백악기(1억3,500만년~6,600년 전)에 살았던 초식공룡인 프로토케라톱스의 집단서식지로 공룡알의 화석이 남아 있는 곳이다. 입구에서 시작된 탐방로는 1.5㎞나 뻗어있고 갈대숲으로 이어져 마치 광활한 사막을 가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했다. 나무테크를 따라 가다보면 군데군데 사진촬영지도 있고, 꼬마공룡인형이 애교스럽게 우리를 맞이한다. 우리 눈앞에서 그 당시의 공룡이 뛰어다닐 것 같은 환상마저 들었다. 화석지에 다다르면 거대한 바위가 우뚝 서 있는데, 마치 자연이 만든 조각 같았다. 이 누두바위 속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공룡알이 있었다.


우리는 태양이 비껴 비치는 초원을 돌아 달려갔다. 걸어가는 탐방객은 한참을 걸어야 갈 정도로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벌판 위에 옹기종기 서있는 닭섬, 개미섬, 상한염, 중한염, 하안염 등 옛섬들이 동산처럼 둘러친 이곳. 태양이 비치니 이국의 초원지대를 지나는 여행객처럼 우리는 낯선 곳을 달리고 있었다. 이곳에 2020년까지 시화나래 둘레길을 조성하여 공룡알 화석산지를 가로지르는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완성한다고 한다.

우리는 갯벌과 갈대로 뒤덮인 섬 아닌 산, 우음도로 향했다. 육지에서 소울음소리가 들린다고 이름 붙여진 우음도(牛音島)! 정상에는 송산그린시티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오르는 길은 경사가 10% 이상으로 가팔라 다리와 등허리가 오싹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 전망대에서 본 송산의 전경은 그림같이 가슴이 펑 뚫리는 기분이었다. 시화호 건너 안산 반원공원, 호수 위로 이어진 송전탑, 끝없는 지평선, 갯벌과 갈대, 띠풀, 점점이 박힌 닭섬, 개미섬, 이름 모를 섬, 공룡알 화석지가 한눈에 파노라마처럼 들어온다.

우리는 송산별장으로 가는 길에 수많은 포도농장을 지나쳤다. 포도는 안산의 명물이다. 오솔길을 따라 오른 별장! 넓은 잔디밭 한켠에 2층 벽돌 건물이 오뚝 서 있고, 나무와 꽃나무들이 주위를 둘러선 울창한 숲속의 별장이다. 넓은 잔디 위에는 정원탁자가 놓여 있어 수십 명이 파티를 할 수 있을 정도다. 봄에는 벚꽃, 연산홍, 목련화가 아름다움을 더하고 한쪽 텃밭에는 아로니아, 과일, 채소를 재배하고 있었다. 정원테이블에는 삼겹살 굽는 연기가 자욱한데 갖가지 텃밭에서 따온 채소요리와 술 한 잔에 우리의 즐거움은 송산 가을 숲속에 녹아들고 있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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