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필 교수의 NLP 심리상담 - 51

2017.12.05 11:22:57 제756호

바람(Wind)

견디기 힘들 정도의 겨울추위를 흔히들 ‘칼바람’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추운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준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앙상한 가지에 매달려 있는 잎새들은 지나가는 가을의 끝을 어떻게든 지켜보려고 애써보지만 차가운 동장군 앞에서는 낙엽이 되어 흩어져간다.

 

 그래서 동장군은 가을의 흔적들을 저만치 밀어내기 위하여 차갑고 거센 바람으로 나타나서 겨울이라는 계절의 성곽에 입성한다.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하여 바람이 많이 분다. 아니 바람이 많다기보다 바람에 민감해지는 계절이다. 추위에 더해지는 바람은 더없이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다. 혹독한 추위라도 바람이 없으면 그나마 견딜 수 있지만 그 추위에 바람까지 불어오면 체감으로 느끼는 추위는 배가 된다. 그래서 겨울에는 온도계로 측정한 추위와는 별개로 바람을 계산한 체감온도라는 것이 실제 추위라고 이야기 한다.

 

혹독한 추위의 겨울이 과거와 비교하여 고통스럽지 않고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이유는 날씨의 변화보다도 실내난방과 겨울 옷들 때문이다. 지금이야 겨울이라는 계절이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지만 난방과 옷가지가 변변치 않았던 이전에는 겨울은 견디기 힘든 기간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생활하기가 힘들었던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들에게는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놀이들이 있었다. 겨울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강가에서 썰매를 타기도 하고, 혹은 그 얼음 위에서 팽이치기도 한다. 아마도 놀이 자체가 겨울 추위를 이겨내는 요인이 된 것 같다.

 

특히 겨울을 더욱 춥게 만드는, 바람이 부는 날에는 어른들이 만들어 준 연을 하늘 높이 날리는 놀이를 한다. 일부러 바람이 더 많이 부는 높은 언덕을 찾아서 연을 날린다. 아무리 멋지고 튼튼하게 만든 연이라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연을 하늘 높이 그리고 멀리 날리려면 바람을 이용하여야 한다. 아마도 하늘 높이 날아 올라가는 연을 보면서 추위도 함께 날려보내는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추운 겨울을 더욱 춥게 만드는 바람이 불 때 그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바람을 이용하여 하늘 높이 저 멀리 날아 올라가는 연을 보면서 추위를 견디고 즐기는 놀이는 인생의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의 삶도 비슷한 것 같다. 누구나가 살아가면서 시련과 고통이라는 바람을 직면해야 한다.

 

즉, 시련과 고통을 직면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시련과 고통이라는 바람을 견디고 넘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이나 환경과 같은 조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추운 겨울을 더욱 춥게 만드는 바람을 제어하지 못하듯이 우리 앞에 펼쳐지는 시련과 난관이라는 조건은 어찌할 수가 없다. 비록 추운 겨울이지만 바람을 이용하여 연을 날리는 놀이를 하며 추위를 즐기듯이, 시련과 난관이라는 조건 속에서 자유로운 선택은 할 수 있다. 상황이나 환경이라는 조건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 조건들이 우리를 제한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 조건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해고된다’, ‘현재 일하는 부서가 없어진다’ ‘월급이 20% 삭감된다’ ‘현재의 직급에서 해임된다’ 이러한 상황이나 환경은 누구나 직면하기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일이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그러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아니 모든 사람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다가올 현실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적 조건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현실이 우리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비록 그런 현실적 조건 속에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우리 스스로에게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해고되고 나면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열 가지 긍정적인 사실들을 열거해 보시오', ‘현재 일하는 부서가 없어졌을 때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열 가지 긍정적인 사실들을 열거해 보시오.’ 필자가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 과정에서 참가자 자신들이 처해있는 상황에 대하여 위와 같은 질문에 답하는 활동을 하였다. 참가자들은 절망과 고통 속이라는 조건에서도 긍정적인 사실들을 발견해 내는 어마어마한 경험을 스스로 하게 된 것이다.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바람을 이용하여 바다를 항해하는 배는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러한 조건 속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동네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위에 모여서 연을 날리고 있네’라는 ‘연’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바람이 있어야 연을 날리듯, 시련과 고통이 있어야 행복과 성공도 존재한다.

 

글_ 손정필 교수 (평택대학교 교수 /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jpshon@gmail.com
기자
본 기사의 저작권은 치과신문에 있으니, 무단복제 혹은 도용을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치과의사회관 2층 / 등록번호 : 서울아53061 / 등록(발행)일자 : 2020년 5월 20일 발행인 : 강현구 / 편집인 : 최성호 / 발행처 :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 / 대표번호 : 02-498-9142 /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