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날개는 두 개이다

2019.04.19 17:35:46 제821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19)

’새의 날개는 두 개이다’ 지극히 당연한 참 명제이다. 두 날개 간의 관계는 협력관계이지만 대립관계이기도 하다. 심리적으로 표현하면 애증의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만날 수 없고 만나면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에 만나서도 안 되는 숙명적 관계이다.

 

요즘 우리나라 대표 항공사 두 개가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다. 굴지 대표 항공사가 이유는 다르지만 같은 시기에 위기에 처했다. 대한항공은 오너 갑질 등 다양한 오너리스크에서 시작해 회장 사망으로 경영권 변화라는 위기에 직면했고, 아시아나는 과도한 부채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두 항공사가 처한 위기는 이유가 각각 다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상속 형제 간 싸움에서 생긴 가족 간 반목이 있었다는 점이다. 두 곳 모두 초대 회장 사후에 형제 간 분쟁이 발생하였다. 일명 ‘형제의 난’이라 불리는 한국형 재벌구조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상속 분쟁으로 삼성, 현대, 롯데에 이르기까지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이들 역시 그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날개는 항공사 대표 이미지이다. 날개는 하나로는 날지 못한다. 반드시 반대편 날개의 도움이 필요하다. 동물학에서 동적인 기능을 요하는 것과 대체기능이 필요한 것은 통상 두 개를 지니고 정적인 경우 한 개이다. 손발이 두 개이고 머리가 하나인 이유이다. 머리를 기능에 맞게 정적으로 사용할수록 고등동물이고 동적으로 사용할수록 하등동물이다. 날개는 대체기능을 지닌 눈이나 신장과 달리 단독으로는 기능을 하지 못하는 동적 목적을 지닌 다리와 같은 특성을 지녔다. 한 쌍으로만 존립할 수 있는 구조물이다.

 

그런 상징성 때문인지 두 항공사의 형제 간 분쟁은 유난히 다른 기업보다 더 크게 보인다. 더 많이 가지고자 하는 욕심에서 출발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상대방보다 적게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더 크기 때문이다. 재벌들 상속 분배가 아무리 적고 손해를 보아도 민간인들이 볼 때는 매우 크고 많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상대방을 평생 용서하지 못할 만큼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심리에서는 많고 적음이 절대적 가치가 아니고 상대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반대편 날개가 지니고 있는 존재가치를 당연가치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범하는 오류다. 주고받음이 같다보니 상대방이 지닌 절대가치를 잊어버리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흔히 부부들에게서 발생하는 오류다. 두 항공사 추락은 서로 도와야 할 2세대들이 개인 욕심을 따라 분쟁을 선택함으로 시작했다.

 

급성장하던 개발도상국 시절엔 무엇을 해도 흥하던 때라서 협력 없이도 각자 살아남을 수 있었으나 지금 같은 저성장 정보화 시대는 예전과 완전히 다르다. 최근 롯데가 형제의 난으로 고난을 겪은 것도 이런 이유다. 기업도 인간처럼 한계수명이 있다. 기업은 통상 60년을 넘기기 어렵다. 사람은 질환과 싸우며 무수히 노력하여 60년에서 90년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기업도 요즘 같이 빠른 변화의 시대에 대비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위기가 온다. 그런데 개인 욕심과 맞물리면 파국이 더 빨리 온다. 한 국가에서 권력이 개인 욕심과 만나면 나라가 망하듯 기업도 유사하다. 내가 더 가져야 한다는 생각과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결국에는 망하게 하는 것이지만, 자연계라는 큰 틀에서 보면 구세대가 사라지고 새로운 세대가 시작되는 세대 간 교체이다. 자연의 법칙이다. 인간 욕심은 파멸을 빠르게 유도하는 촉매로서 순환을 위한 자연법칙의 일부다. 비록 스스로는 망하는 것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새롭게 시작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두 개의 날개가 서로 존중한다면 오랜 기간 사용할 것이지만, 상대와 투쟁하면 결국엔 상대가 멸하지만 자신도 같이 망하게 된다. 과연 두 항공사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지 궁금하다. 마음이 변하듯 상(相)도 늘 변한다. 그래서 세상(世相)도 늘 변한다. 앞으로 그들 마음에 따라 변할 相이 궁금하다. 새의 날개가 두 개인 것이 변하지 않듯이 그들의 선택과 무관하게 탈 비행기는 언제든지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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