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치협 대의원총회 기명투표제 도입에 대하여

2019.04.19 17:38:55 제820호

대한치과의사협회 윤영호 대의원(성동구치과의사회장·서울25개구회장협의회장)

요즘 여러 매체에서 경기하강을 알리는 보도들이 넘쳐나고 있다. 각종 모임에서 만나게 되는 동료 의사들도 하락하는 체감경기 속에 병의원 운영의 고충을 얘기하곤 한다. 이런 상황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언제 경기가 좋은 적이 있었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총 인구수는 줄고 치과의사는 매년 1,000명 가까이 배출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하나의 추세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처를 해야 할 것인가? 주위 치과보다 시설을 더 갖춰놓고 광고도 더 하고, 진료수가도 할인해서 경쟁에서 이겨야 할 것인가? 아니면 서로 협력해서 공동으로 우리 직역을 지켜야 할 것인가?

 

많은 사람이 머리로는 후자가 옳다고 여기지만 전자의 방법에 심정적으로 기우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방법을 쓰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과 경쟁심을 가지고 공격적으로 병의원을 운영한다면 원장 자신의 행복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병의원 경영 역시 앞으로는 남지만, 뒤로 밑지는 사례가 흔하게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한 사람의 돌발행동이 주변으로 전파되는 결과를 가져와 동반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결론적으로는 더디고 힘들 수 있지만, 동료 간의 협력으로 여러 문제를 극복해야만 우리 직역의 추락을 막을 수 있다.

 

동료와의 협력을 모색하는 방법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협회의 결성이다. 우리 직역에도 분회, 지회, 협회가 결성되어 있고 우리 동료 중 일부가 회무에 관여한다. 필자도 회무에 관여하고 있어서 각 회가 운영되면서 발생하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를 보고 듣고 있다. 회가 운영되면서 긍정적인 효과가 많이 일어나려면 회의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치과의사회 분회의 경우 회원 수도 적고 예산도 많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이 친목에 의해 유지되며 특별히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지회로 올라가면 좀 더 복잡해져서 확실한 회무 원칙이 요구된다. 특히 필자가 소속돼 있는 서울지부는 전국에서 가장 회원 수가 많은 지회로 여러 요구와 필요가 있고, 한 해 살림살이와 사업방향을 결정하는 대의원총회는 여러 규정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특히 서울지부는 수년 전부터 중요안건에 대해서는 대의원 기명투표제를 실시키로 해 회무의 투명성을 보다 향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안 심의 시 기명투표제 실시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의원제도의 기본정신과 부합한다. 대의원은 소속분회의 대표이므로 회원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때로 회원 다수의 의견과 대의원 본인의 의견이 다른 경우에도 기명으로 본인의 의사를 밝힌다면 추후에 합당한 이유로 소명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회도 이처럼 운영되고 있다.

 

둘째, 기명투표제를 반대하는 측에서 오해하는 바가 있는데, 집행부 임원이나 위원의 선출, 사퇴, 탄핵과 같이 특정 인물과 관련된 사항은 비밀투표가 원칙이다. 다만 국회에서도 근래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같은 중차대한 사안은 기명투표를 실시하기도 했다.

 

재작년과 작년 치협 대의원총회에 상정된 기명투표안은 부결되었다. 아마도 위와 같은 오해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 글을 기고하는 이유 역시 그와 같은 오해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우리 치과계를 대표하는 현명한 치협 대의원들이 오해가 없다면 기명투표제 도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오해라면 기명투표제를 실시할 경우 총회 시간이 길어진다는 우려다. 이 또한 총회에서 배포하는 전자투표기 일련번호와 대의원 개인의 성명을 사전에 매칭만 해두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다.

 

이상의 이유로 필자는 치협 대의원총회에서 기명투표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본다. 모든 의제를 기명투표할 필요는 없다. 총회 전 지부장협의회나 지부장회의에서 기명투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의안에만 적용하면 될 것이다. 올해 치협 대의원총회에서는 기명투표제 도입이 가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특별기고는 글쓴이의 개인적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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