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011.06.27 08:41:16 제451호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 (50)

신문지면 한곳에서 충주의 모치과원장님께서 의료소송을 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난 후 자살을 시도했다는 기사가 눈에 띤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문으로 의료인의 자살이 많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신문지상에서 접하니 참 마음이 아프다.

 

필자가 접한  내용들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의과에 비하여 환자가 사망할 극단적인 상황이 상대적으로 적은 치과에서는 환자와의 트러블보다는 경제적인 부분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었다. 그런데 이번 일의 경우는 환자와의 문제가 원인이었다는 것이 마음 한구석을 더 무겁게 한다.

 

필자가 주변에서 들었던 의료사고들을 정리해보면 구강외과에서의 수술 후 사망 사건 혹은 소아치과에서 마취 후 사망한 사건이 가장 큰 것이다. 그리고 일반 치과의원에서 발생한 것 중에서 치료 외적인 것으로는 파일이 눈에 떨어져서 실명한 경우, 간호사 손톱에 몸부림치던 아이 얼굴이 긁힌 경우, 약품이 옷에 떨어져 색이 변한 경우, 틀니가 기도에 걸려서 개복 수술한 경우 등이 있으며 파일이나 크라운을 삼킨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치료적인 예는 너무도 많아 다 적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다. 필자 역시 환자와의 트러블로 인한 스트레스로  소주 반병을 마셔야만 잠을 잘 수 있었던 시절이 생각나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하지만 하루하루 환자를 접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필자에게도 고소와 관련된 두 번의 해프닝이 있었다. 구강외과 수련 시절에 모 지검 검사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환자로부터 고소가 들어왔는데 본인의 생각에 조금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문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유인 즉, 필자에게 사랑니를 발치한 다음부터 발기부전으로 성생활에 지장이 발생하였다고 고소인이 주장하는 내용이었는데 필자가 아직 그런 사례를 들어 본 바가 없으니 인과관계 증명이 어려울 거라 설명하였고 그 일은 그렇게 해결되었다.

 

또 하나는 심한 당뇨성 치주염을 앓고 있던 당뇨병 말기의 20대 여성 환자로 모든 치아를 발치하고 틀니가 필요해 종합병원으로 온 경우였다. 이에 환자와 보호자와 상의하여 내과에서 당뇨를 관리하며 발치하고 틀니까지 만들어 넣어주고 환자로부터 진심어린 감사의 말을 받고 치료를 종료하였었다.

 

그런데 2~3년이 흐른 뒤, 오빠 되시는 분이 치과 외래로 찾아와서는 환자가 사망했는데 그 이유가 치과에서 발치를 많이 하였기 때문이며 이에 소송을 하겠다고 이야기였다. 내원 당시 당뇨말기에 눈까지 침범하고 있는 단계여서 이미 어느 정도 예측은 하고 있었지만 사는 동안이라도 먹고 살 수 있게 해달라는 말에 필자도 너무나 안타까워서 최선을 다해 씹을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이다.

 

환자 오빠의 말에 너무도 실망한 필자는 “오빠 말씀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돌아가신 환자분이 더 억울해할 원통한 일이니 꼭 소송해서 반드시 이기십시오”란 말만 남기고 더 이상의 대화를 단절하였다. 그 후 어떠한 연락도 없었던 것을 보면 순간의 화풀이였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당사자인 필자에게는 정말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치료하기에 실수도, 오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인성을 인정해준다면 서로 상처를 덜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치과신문에 실린 기사엔 정확한 내용이 없어 알 수는 없으나 심적으로 너무 많은 고통을 받은 것만은 사실일 것이며, 누구의 도움도 받기가 어려웠거나 받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아프다.

 

이 시대를 산다는 것 자체가 어려움이고 전문 직업인으로 사는 것은 더욱 어렵다.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숙명처럼 의료인의 길을 걸어 왔고 앞으로도 걸어 가야한다. 그렇다면 경전에 나오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씀처럼 그렇게 가야할 것이다. 부디 다치고 상처받은 마음들이 빨리 회복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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