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항상 옳아야 하는 사람을 만나면

2022.09.15 14:40:54 제983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81)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전문지식을 지닌 치과의사보다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를 만난다.

 

예를 들어 소아교정에서 상악 제1대구치를 후방으로 밀어야 하는 경우에 제2대구치의 맹출 여부는 중요하다. 맹출 전이 좋지만 엄마가 스스로 생각하여 모든 치아가 맹출되기를 기다렸다가 아이를 치과에 데리고 오는 경우가 있다. 상태가 심하지 않으면 다행으로 심한 경우 발치교정를 해야 하기도 한다. 비발치 치료라는 선택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때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수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머리로는 이해하면서 가슴으로 수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엄마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학문적으로 설명하면 짜증 내거나 심지어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그런 유형의 사람을 필자는 ‘자신이 항상 옳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이 항상 옳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생각과 행동으로 타인의 충고나 지적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의외로 주변에서 한 두 명 정도는 발견된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연인 사이에서 아주 사소한 충고나 조언조차 수용하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 감정적으로 심하게 폭발하는 사람이 있다면 성격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성격장애는 개인의 성격특성 자체가 특이하여 사회나 인간관계에서 부적응적인 양상을 지속적으로 나타내는 경우를 말한다.

 

심리학에서는 성격장애로 판단하기 위한 조건이 있다. 첫째로 인지, 정동, 대인관계 기능, 충동 조절 등 4가지 영역 중 2개 이상에서 나타나야 한다. 둘째는 고정된 행동 양식이 융통성이 없고 개인 혹은 사회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로 인해 고통을 받거나 기능장애를 겪는다. 셋째는 양식이 변하지 않고 오랜 기간 지속되어 왔으며 청소년기나 성인 초기에 시작돼야 한다. 성격장애는 크게 세 가지 군으로 분류한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기이한 성격인 경우를 A형, 정서적이고 극적인 성격특성은 B형, 불안하고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특성은 C형이다. 이런 다양한 성격장애를 심리전문가는 구별이 가능하지만 일반 치과의사가 구분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필자가 정한 것이 ‘자신이 항상 옳아야 하는 사람’이다. 일반인은 타인의 생각이나 행동을 수용하거나 화를 내는 것이 상식의 선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성격장애는 자신만이 옳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반응이 나타난다.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차단되는 것을 공통적으로 거부한다. 아무리 사소해도 성격상 수용하고 넘어가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사소한 일이나 큰일이나 경중이 같기 때문이다. 보통사람들은 사소한 일은 그때그때 무시하거나 양보하고 넘어가고 큰일을 당하면 반응한다. 반대로 그들은 시종일관 같은 행동을 보인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이 문제성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큰일을 겪으면서 인식하게 된다. 이런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 중에 스스로나 지인들이 인지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주변에 더 많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된다.

 

어딘가에서 누군가 ‘자신이 항상 옳아야 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성격장애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처해야 한다. 필자도 지나치고 나서야 환자 응대를 잘못했다고 반성하는 경우가 있다. 사회는 ‘진상’이라고 표현하지만, 심리학적으로는 ‘성격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진상이든 성격장애든 응대하는 입장에서는 힘들기 마찬가지다. 결국 상대방을 빨리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고 그 시작의 키포인트가 ‘자신이 항상 옳아야 하는 사람’이다.

 

누군가 스스로 옳기를 주장하면 그냥 그가 옳은 것을 부정하지 말고 응대해야 한다. 그리고 가족이 아니라면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 성격장애는 쉽게 바뀌거나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족이 아닌 고객이나 환자로 만난다면 그들의 생각과 반하는 언쟁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사소해도 그들이 물러서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소한 사건에서 조짐을 파악하고 큰 사건으로 확장되는 것을 막는 방법이 최선책이다.

 

누군가 스스로 옳기를 원하면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아무리 좋은 충고나 조언도 단지 지적일 뿐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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