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진료기록부 변조의 위험성

2022.12.01 11:41:55 제994호

치과의사 하태헌·이정은 변호사의 법률칼럼-33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세종의 하태헌, 이정은 변호사입니다. 이번호에서는 임플란트 수술을 시행한 치과의사에게 수술 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다른 질병을 확인할 의무 및 전원을 권고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건을 소개드리며, 그 경우 의사 측의 진료기록 변조행위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사안의 개요 
치과의사인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임플란트 수술을 받은 환자가 그 후 17일 만에 패혈증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러자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망인의 당뇨 증세를 확인하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키지도 않은 피고의 의료과실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이에 피고는 수술 전 망인의 당뇨 증세를 확인하고, 수술 후 통증을 호소하는 망인에게 내과 진료를 받을 것을 권고하였다는 취지로 다투면서 그에 대한 증거로서 진료기록지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런데 소송 중 치과의사인 피고가 망인에 대한 진료기록지 중 망인의 당뇨증세를 확인하였다는 부분과 수술 후 지속적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망인에게 내과적 진료를 권고하였다는 부분을 사후에 가필하여 변조하였음이 인정되었습니다.

 

■ 의사 측의 진료기록 변조행위에 대한 소송상의 평가
법원은 의사 측의 진료기록 변조행위에 대하여, 이는 입증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당사자 일방이 입증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이를 하나의 자료로 삼아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방해자 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음에 그칠 뿐 입증책임이 전환되거나 곧바로 상대방의 주장 사실이 증명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나(대법원 1999. 4. 13. 선고 98다9915 판결  참조), 의료분쟁에 있어서 의사 측이 가지고 있는 진료기록 등의 기재가 사실인정이나 법적 판단을 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의사 측이 진료기록을 변조한 행위는, 그 변조이유에 대하여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당사자간의 공평의 원칙 또는 신의칙에 어긋나는 입증방해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법원으로서는 이를 하나의 자료로 하여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의사 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39567 판결  참조)”라고 보았습니다. 

 

담당 재판부는 본건에서 치과의사인 피고가 제출한 망인에 대한 진료기록지는 이 사건 소송을 위하여 급조된 것이거나, 사후에 임의로 수정, 가필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피고가 그 변조이유에 대하여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변조사실을 부인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로 내세우는 것은 명백한 입증방해행위라고 보았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피고의 의료상의 과오를 추정하는 유력한 사정의 하나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피고의 진료기록지에 대한 수정, 가필행위를 피고의 과실 판단에 있어 참착하기로 한다고 하였습니다.

 

■ 의사 측의 의료상의 과실에 대한 판단 
(1) 원칙

법원은 원칙적으로 의사 측의 의료상의 과실 및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의사가 진찰,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담당하는 의사에게는 그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위험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가 요구되고, 따라서 의사로서는 환자의 상태에 충분히 주의하고 진료 당시의 의학적 지식에 입각하여 그 치료방법의 효과와 부작용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 치료를 실시하여야 하며, 이러한 주의의무의 기준은 진료 당시의 이른바 임상의학의 실천에 의한 의료수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나, 그 의료수준은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하고, 해당 의사나 의료기관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할 것은 아니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0. 1. 21. 선고 98다50586 판결 등 참조).

 

(2) 본건에서 피고의 의료상 과실 
본건의 경우, 망인이 사망 직전 종합병원에 입원하여 실시한 혈액검사에서 혈당수치가 정상 범위의 약 3배에 이르는 351㎎/㎗로 측정되었는데, 혈액배양검사 결과 망인에 대한 패혈증의 원인균으로 발견된 클렙시엘라 균(Klebsiella pnuemoniae)은 정상인의 장(腸)과 구강 내에도 존재하는 흔한 균으로서 저항력이 있는 정상인에게는 아무런 질병을 일으키지 아니하고 주로 당뇨 환자나 알코올중독환자 등이 감염되기 쉬운 점, 대부분 당뇨병 환자가 당뇨병을 진단받기 수년 전부터 당뇨병을 앓기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고, 망인이 생전에 당뇨병으로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바 없기는 하나, 혈당이 아주 심하게 증가하지 않는 한 고혈당에 따른 자각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있어 환자 스스로 당뇨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망인에 대한 임플란트 수술 무렵 망인에게는 당뇨병이 있었거나, 적어도 치과 수술이 불가능한 정도의 조절되지 아니한 고혈당 증세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임플란트 수술과 같은 침습적인 수술을 시행하는 치과의사인 피고로서는, 그와 같이 환자에게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이 있으면 수술부위 상처의 치유가 지연되고, 수술 자체가 정상 혈당의 조절을 방해하며, 수술 전후 고혈당이 있으면 감염에 대한 감수성의 증가로 감염의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시술 전에 환자에게 당뇨 증세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당뇨 증세가 있는 환자의 경우 수술이 가능한 정도의 혈당으로 조절되고 있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피고가 소염진통제와 항생제를 처방하였음에도 망인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고, 피고 스스로도 드문 경우로 판단하여 임플란트를 제거할 정도로 비정형적인 것으로서 치과적 원인 이외의 다른 원인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수술 이후 오한이나 발열 등 패혈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수술 부위의 감염을 의심할만한 징후가 보일 경우 이를 의심하고 그에 대한 처치를 시작하여야 할 것이며, 만일 그 진단 및 처치가 치과의사인 피고의 전문 외의 진료 영역이거나 피고 병원의 설비가 미비한 등의 사정으로 인하여 진단에 필요한 검사나 합당한 처치를 실시할 수 없다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검사나 처치가 가능한 해당 의료기관에 신속히 환자를 전원 시킬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책임의 제한
다만, 법원은 망인이 받은 임플란트 수술은 침습의 정도가 비교적 크지 않은 수술로서, 망인에게 패혈증을 일으킨 원인균인 클렙시엘라 균은 저항력이 있는 정상인에게는 아무런 질병을 일으키지 아니하는데도 망인의 신체저항력이 낮았던 이유로 수술 부위에 침투한 원인균을 극복하지 못하여 패혈증이 발생한 것으로 망인의 당뇨 증세가 유일한 원인이라기보다는 망인의 여러 체질적인 소인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패혈증은 그 치사율이 매우 높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피고가 적기에 진단하여 망인을 전원 시켰더라도 나쁜 결과를 피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비율을 40%로 제한하였습니다.

 

■ 시사점 
위 사례에서 환자는 생전에 당뇨병으로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환자였습니다. 이런 경우 치과의사가 해당 환자에 대한 병력 청취를 제대로 한다고 하더라도, 환자 스스로도 알지 못하고 있었던 당뇨병을 확인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이 사건은 다소 불가항력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통의 경우라면 치과의사의 책임이 부정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으나, 이 사안에서 법원은 피고의 진료기록지 변조를 피고의 과실 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참작하여 피고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였습니다.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의료인으로서는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행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였음에도 불가항력적인 사건이 발생한 경우, 만일 상황을 무마하기 위하여 진료기록부 변조 등을 하게 되면 법원은 이러한 변조 행위를 매우 엄하게 보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의료과실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의사 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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