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단] 2011년의 다짐

2011.01.17 09:11:37 제429호

김홍석 논설위원

 또 한 해가 갔다. 그리고 어김없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연말 각 방송사의 연예프로를 보다가 33번의 제야의 종이 울려야 비로소 시간의 인위적 경계를 넘어섰음을 느낀다.

 

이제 선명한 나이테 하나를 더 추가한다. 창 밖에는 연신 눈이 내리고 있다. 강원도 대관령에서 색다른 새해맞이로 아름다운 폭죽이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불현 듯 여느 해와는 달리 사자성어가 화두로 떠올랐다.


海不讓水(해불양수).


바다는 물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늘로부터 내려와 산 정상을 거쳐 흩어진 여러 갈래의 물길은 결국 바다와 만난다. 바다로 모인다. 바다에서 어울리고 섞이고 다시 원래의 깊은 심연으로 녹아드는 것이다. 너른 바다의 포용성은 물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맑은 물이건 탁한 물이건 오염된 물이건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듯이 품에 안고 보는 것이다. 섞인 바다에서 지나온 모습을 지우고 원형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바다처럼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자아도취에 빠져서 항상 옳다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한다. 특히 아랫사람이나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들어주기만 해도 대접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낮은 곳으로 임하고 아래로부터의 소통, 같은 곳을 지향하면 그 사람들이 나를 만들어 준다. 그러면, 어느 조직이라도 발전하기 마련이다.


그러려면 비난이 아닌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비난은 다분히 감정적이고 충동적이며 상대에게 반발이나 변명거리를 찾게 한다. 비난은 기분을 언짢게 할 뿐더러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며 관계를 악화시킨다. 하지만 비판은 수용할 수 있다. 비판은 듣기 거북한 조언이자 대안이기 때문이다.

 

입장의 차이가 있을 뿐이고 보는 관점의 차이 뿐이다. 역지사지의 생각으로 접근하면 일리 있는 일이다. 행여 자존심이 상한다고 하여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건전한 비판을 묵살한다면 보스에게는 충복을 잃는 것이고, 감독에게는 선수를 잃는 것과 같다.


섞이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다르다는 낯설음을 넘어서야만 바다에서 만날 수 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두렵기도 하지만 서로 다름에 매력이 느껴지는 것이다. 서로 부딪히고 씻겨서 둥글게 원만하게 다듬어져야 한다.


바다의 너그러움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유머스러워져도 괜찮다. 긴장된 상대, 위축된 상대에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보여주고 경계를 풀 수 있게 말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던데 마음의 부자가 되어 곳간 가득한 양식을 뚝 떼어준들 어떠한가. 웃음을 머금게 하는 것은 몇 만 냥 이상의 양식을 주는 것이다.


여유를 가진 자는 힘을 가진 자이다.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다. 힘이 있되 함부로 쓰지 않고 남을 위협하지도 않으며 자랑하지도 않는다. 헤비급은 라이트급을 상대하지 않는다. 잔 펀치를 맞아줄 뿐이다. 한 번 때리면 끝나기 때문이다.


아직도 눈이 내린다. 창 밖에 눈도 결국 녹아서 바다로 갈 것이다. 바다의 이치를 우리는 항상 잊고 산다.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 듯 하고 작은 것에 얽매이다 큰 것을 잃고 만다.

 

몇 발치에 말뚝을 박고 장막을 쳐서 남이 나를 못 보게 하지만 동시에 나도 밖을 보지 못한다. 빛이 들지 않는다.

 

바다를 배워야한다. 바다를 배워야겠다. 새해에 갖는 다짐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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