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 치과대학병원에서 자신의 지도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해당 대학병원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를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7일 본지 편집국으로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전공의라고 밝힌 제보자 A씨는 소속대학 교수 B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6장에 이르는 경위서를 보내왔다.
경위서에 따르면 B씨는 자신의 연구실과 진료실에서 A씨를 끌어안거나 엉덩이를 쓰다듬는 등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했다. 또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정신적인 충격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위서에서 피해자 A씨는 “가해자가 교수이고, 사건당사자는 피교육자 신분으로 갑과 을의 관계였으며, 독립된 진료실 밖의 외래에는 진료중인 환자가 다수 있어 외래를 시끄럽게 할 수 없었으며, 여성으로서 수치심 때문에 크게 저항하지 못하였다”고 밝혔다.
A씨는 소속 대학 전공의협의회를 비롯해 대학과 병원 측에 이 사실을 알린 상태다. 전공의협의회에서 이에 대한 공식적인 대응방안을 밝힌다는 방침이다. 병원 관계자 역시 “현재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며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섣불리 이야기 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B교수는 현재 A씨의 주장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B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지면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이다. 공식적인 입장은 조사결과가 나온 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지도교수가 수련 중인 전공의를 성추행 한 사건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발생해왔다. 지난해 말 의료계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서울아산병원 소속 교수는 여성 전공의들을 차에 태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하고, 신체 일부분을 더듬는 성추행을 범했다. 이 사건은 언론에까지 공개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대한의사협회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요청에 따라 해당 교수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한 바 있다.
더욱이 지난해 6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인 이른바 ‘아청법’이 강화되면서, 의료인의 경우 성범죄로 벌금형 이상에 처해질 경우 향후 10년간 의료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개원은 물론이고, 10년간 의료기관 취업조차 원천 차단되는 조치로 의료인으로서의 생명은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 처분이다. 의료인 스스로가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