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의 날 기획 3] 노후를 준비하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 ‘잇몸관리’

2024.05.07 15:06:03 제1064호

글 / 이중석 교수(연세치대 치주과학교실)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이 20%를 초과하는 사회를 초고령화 사회로 부르며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30%를 훌쩍 넘어 전 세계 어느 국가도 따라갈 수 없는 소위 ‘넘사벽’인 이웃 나라 일본과 아직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일본의 고령화 속도를 따라잡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임상 경력이 최소 10년 이상인 치과의사 대다수라면 과거 진료하던 환자의 연령대가 현재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물론 우리 사회는 그동안 연 1회 스케일링 및 노인 임플란트/틀니 보험화를 통해 초고령화 사회에 대한 많은 준비를 해왔다.


사회 변화와 함께 치과의사의 진료 패턴도 분명 바뀌었다. 사회가 마련한 노인들을 위한 제도를 보편화하여 많은 노인층이 좀 더 잘 씹고,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를 보면 치은염 및 치주질환의 경우 환자 수에 따른 요양급여비용 총액을 10년 전과 비교한다면 압도적으로 상승했고, 다빈도 질환에서도 첫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물론 코로나19 시기에는 코로나 검사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즉, 우리나라 인구의 30~40%는 치과에 내원하여 잇몸관리를 받는 등 노후를 위한 관리를 시작하였다.

 

또한, 65세 이상의 인구에서는 ‘치아 및 지지구조의 장애’에 투입된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압도적으로 첫 번째다. 노인 연령층을 대상으로 보험 틀니와 보험 임플란트 제도를 활용하여 저작이 안 되는 부분을 개선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첫번째 문제로 ‘노인빈곤율’을 들 수 있다. 65세 이상의 전체 인구 중 빈곤상태로 구분되는 노년층은 40% 중반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수입이 미미하거나 없는 노년층에게 틀니나 임플란트 등의 의료비 지출은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삶의 질, 혹은 전신 건강과 직접 연관된 구강 건강의 회복은 필수적이니 우리 사회는 소외된 노년층의 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두 번째 문제는 ‘긴 비(非)건강수명’이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82.7세인데 반해, 건강수명(입원 혹은 요양상태가 아닌 건강상태의 수명)은 65.8세이다. 약 17년이 바로 비건강수명으로 노년층 삶의 질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

 

2021년 영국의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치주건강 관리에 관한 경제적 관점의 리포트를 중점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치은염 예방관리를 하지 않은 시나리오를 비롯해 치은염을 예방하는 상황, 치주염 치료를 하지 않은 상황, 치주염 치료를 유병률의 90%까지 확대하는 상황을 현재와 비교하는 시나리오상의 경제적 비교를 시행하였다. 이 중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치은염을 예방함으로써 국가적 수준에서 큰 폭의 의료비용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탈리아의 경우 52조원, 영국의 경우는 35조원 이상 감소할 수 있었다.

 

물론 치은염을 예방한다고 해서 치주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전체 인구 90% 수준에서는 치은염 예방 활동으로 치주염뿐만 아니라 치아우식 등을 방지할 수 있다. 이는 초고령화를 문전에 두고 있는 그리고 어느 곳보다 노년층의 빈곤, 의료비 증가를 사회문제로 안고 있는 우리 사회가 그리고 치과의사들이 관심을 두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경제적 효과가 큰 이유 중 하나는 치주질환이 다른 질환과의 연관성이 높다는 데에도 있다. 실제로 이 시나리오 비교에서도 치은염 예방을 통해 가장 극적으로 건강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치주질환은 낮은 수준의 아주 오래 지속되는 ‘만성 염증’ 상태를 의미한다. 이 지속적인 염증 상태가 노화를 가속하고 노인성 질환과의 연관성을 높인다는 근거들이 최근 많이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것은 ‘Inflammaging’, 즉 ‘염증성 노화’라는 단어로 학계에서는 표현한다. 노화된 세포는 비감염 상태에서도 염증 신호를 만든다. 노화와 노인성 전신질환을 유발하는 실험적 근거들이 공개되며 체내의 염증 상태가 이를 가속할 수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치주질환 등의 만성염증질환 진행이 급격히 진행되는 40대 이후 또는 50대에 급격한 노화 양상이 관찰되는 점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환자들에게 치주질환을 예방하는 구강위생 관리습관을 만들어주고, 여러 노력을 통해 연 2회 이상 치석제거술 등을 챙겨주는 것부터가 초고령화사회 한국의 치과의사가 앞장서야 할 첫 번째 숙제일 것이다.

 

 

 

 

 

 

 

이중석 교수(연세대치과병원 치주과 과장)


연세대치과병원 원내생진료실장
대한치주과학회 대외협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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