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사] 짧은 휴가를 끝내고 떠난 너와의 시간을 추억하며~ 사랑한다 효수야!

2014.09.03 15:02:54 제603호

치협 정효수 군무이사의 영전에 읊조립니다_최성욱 원장(탑플란트치과)

2014년 여름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서 뒤늦은 장마로 이어지는 긴 여름 속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불과 몇 주 전만에도 함께 여름휴가를 보냈는데 말입니다.

 

여름이면 누구나가 휴가에 관해 이야기하고 계획하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 할지, 또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늦은 결혼으로 이제 10개월 된 첫 아이를 둔 저는 올여름 휴가는 도시에서 도시로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서울의 한 호텔에 숙박을 정하고 친구네 가족과 함께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태원과 장충단 맛집을 투어하고 서울에 있을 때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마시는 맥주에 만족하며 행복해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친구는 공룡을 만나러 가야겠다 했고 실시간으로 설악산 공룡능선의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그 사진은 병원에서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친구와 저의 환호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친구와 저는 그 친구의 화려한 휴가를 감탄하며 우리의 휴가가 초라한 건 아닌지 서로 반문하며 웃었습니다. “화려하든 행복하든 휴가는 끝나는 것”이라는 말에 동감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지 않아 함께 환호했던 친구의 위독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죽음 또한 갑작스럽게 맞이해야 했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맞닥뜨린 믿을 수 없는 당혹스러움과 믿기지 않는 친구의 부재, 슬픔은 눈물이 되었습니다.

 

문상객들이 나누는 몇 마디에도 가슴이 저리는 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건 친구의 이 세상으로의 휴가가 너무 짧았다는 사실입니다. 휴가는 끝나게 되어있다고 동감했지만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일들을 남긴 채 끝나버린 친구의 이 세상 휴가가 너무나 갑작스럽게 예고도 없이, 준비도 없이 끝나버렸다는 무상함 때문일 겁니다.
그래도 남은 사람들은 일상을 이야기하고 또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저도 일상으로 돌아와 환자 진료를 하고 또 창밖도 바라봅니다. 자전거가 지나갑니다. 큰딸의 초등학교 시절 거의 매일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등교를 시켜주던 자상한 아빠의 모습, 친구 얼굴이 떠오릅니다.

 

주말이면 아들과 시장 골목 맛집을 찾아다니며 사람 구경에 즐거워하며 아이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고 호응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던 친구의 모습도 생각납니다. 시간이 날 때면 인근 공원을 산책하며 마음 완보를 읊조리던 모습, 그리고 친구들과 소주 한 잔에 맛난 음식을 나누는 걸 좋아했던, 소주 한 잔을 털어 넣고 내려놓던 손동작 하나까지도 떠오릅니다.

 

사진작가로 사진 작품을 대하던 진지함과 또 다른 시선으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던 눈빛과 프로젝트 사진 전시회를 하면서 즐거워하던 모습, 다른 친구들이 병원 경영문제로 한숨 쉴 때 훨씬 적은 수입임에도 흔쾌히 술을 사며 위로하던 넉넉한 가슴과 포용력도 기억납니다.

 

최근에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이사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와 열정으로 설레어 하던 모습까지 눈앞에 쉴새 없이 파노라마로 펼쳐집니다.

 

분명 이 세상에서의 짧은 휴가였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행복하게 살다간 친구와의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을 생각하면 할수록 커지는 슬픔과 그리움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쯤 저 세상에서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은 친구를 생각하며 오래도록 고맙고 행복했던 마음을 보냅니다. 사랑한다. 친구야!

 

- 최성욱 원장(탑플란트치과)

최학주 기자 news@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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