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필 교수의 NLP 심리상담 - 24

2016.07.07 11:47:00 제689호

동반 병원

여름이 한창이다. 폭염과 함께하는 장마는 불쾌지수를 높이고 그러다 보니 전반적으로 생활리듬이 가라앉게 되며 좀처럼 삶의 활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시기에는 심리적인 측면과 아울러 신체적인 건강에도 유의하여야 한다.

 

날씨가 덥고 습도는 높아지다 보니 다른 계절에 비하여 먹는 것에 더 민감해지고 또한 무엇을 먹을지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가에 대한 식욕도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다. 실제 다른 계절과 비교했을 때 한 여름에 장염환자가 급증하는 이유에는 생선회나 냉면 그리고 차가운 음료수나 아이스크림과 같은 음식자체에도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있겠지만, 다른 계절에 비하여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들의 식탁 메뉴를 준비하는 주부들의 고민은 더 커지게 된다. 어떤 종류의 메뉴를 점심으로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직장인들에게도 한여름의 또 다른 스트레스일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믿고 찾아갈 수 있는, 늘 한결같고 변함없이 편안한 단골 식당이다. 그 집만이 낼 수 있는 음식 맛과 분위기. 다른 고민은 할 필요도 없고 그 집으로 향하는 길에 이미 음식의 맛과 향이 입안에 고이는 그런 집, 그런 집을 우리는 단골이라고 한다.

 

일반 서민들 사이에 회자되는 유명한 단골 식당 중에 하나는 바로 기사식당이다. 이전부터 기사식당은 대부분의 음식 간과 맛이 일정하고 또한 직원들의 서비스도 주차에서부터 식단 세팅까지 어느 식당보다도 잘 되어있다. 당연히 좀 더 많은 손님을 유치하려는 전략이지만 이러한 서비스가 발달한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손님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들이다.

 

택시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분들은 택시 안이 자신의 일터이고 늘 작은 사고에서 큰 사고까지 걱정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 늘 긴장해야 하고 사고의 위험을 훨씬 많이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민감하고 예민해진 심리적 상태가 음식의 사소한 양념 맛의 차이나 자신을 대하는 식당 직원들의 표정과 말투 하나까지에도 적용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오래된  기사식당의 음식 맛은 시간이 지나도 늘 한결같고 기사 분들을 대하는 태도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진지하게 응대하려는 것 같다. 하기야 사람들은 식사전의 공복상태에 민감성과 예민함이 더 많이 나타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식당을 정할 때에는 꼭 주변 지인들의 소개나 추천을 받거나  아니면 인터넷이라도 검색하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맛이나 가격은 당연히 기본이고 그 집의 분위기다. 그만큼 사람들이 다른 행위를 할 때와는 다르게 심리적으로 민감하고 예민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식당보다 더 민감하고 예민한 상태에서 어떤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바로 병원에 갈 때다. 특히 치과는 더더욱 민감하고 예민해진 상태에서 찾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치과는 유독 주변지인들의 추천을 거쳐서 선택하려고 한다. 그리고 추천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환자들 마음이 편해지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심리적 민감성이나 예민함이 치료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증상이라도 어떤 환자의 경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어떤 경우에는 너무도 쉽게 진료가 종결된다. 의술의 숙련도 차이도 있겠지만 민감하고 예민해진 환자의 심리상태를 얼만큼 편안하게 만들려고 하는 심리적 유대관계(Rapport)를 형성하는데 있다. 그래서 요즘 많은 병원이 환자들이 이전과는 너무 달라졌고 그들이 제기하는 크레임(Claim)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도 크다고 한다. 물론 병원 근무자들이 많이 힘들고 또 그런 환자들로 인하여 받는 상처를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프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을 대하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고 있지 않는 것이다. 생활수준이 낮을 때에는 단골식당이라는 것이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하지만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자신을 알아주고 편안하게 갈 수 있는 단골식당을 찾게 된다. 치과도 비슷한 것 같다. 이제 치과를 찾는 사람들은 동네병원을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주는 믿고 맡길 수 있는 편안한 단골 병원을 찾으려는 것이다.

 

필자는 그것을 ‘동반 병원’이라고 하고 싶다. 100세 시대에는 모든 병원 중에 유일하게 평생을 함께 하여야 하는 병원이 바로 치과다. 그래서 치과는 사람들의 생활과 함께 하는 ‘동반 병원’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지금과 다른 삶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교육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자랑스럽게 추천할 수 있는 그런 동반 병원이 바로 당신이 근무하는 곳이라면 그 병원은 좀 더 많이 행복해 질 것 같다. 

 

글_ 손정필 교수(평택대학교 교수 /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jpsh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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