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층간소음, 현명한 해법은?

2021.05.07 14:05:15 2021SS

글 / 김명준 교수(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아파트공화국’... 2007년 발레리 줄레조라는 프랑스여성학자가 오랫동안 한국의 아파트 현상을 연구하고 출간한 책의 제목이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아파트를 언급할 때 사용되어져 온 용어이기도 하다.

 

「건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동주택 용도에 해당하는 건축물은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으로 구분된다.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지어지기 시작했던 공동주택은 우리나라 전체 주택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에서 아파트 비율이 약 80%,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이 나머지 20%이다(통계청, 2019). 3집 중 2집 정도가 아파트인 셈이다.

 

고밀의 아파트가 주거문제 해결에 기여하여 왔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잃은 것 또한 적지 않다. “효율성과 경제성에만 주목하여 주거동 건물을 기계적으로 배치하는 아파트는 모두에게 맞추었지만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집이며, 공간적 사회적 소통 부재로 이어지는 얼굴 없는 이웃이 모인 공간(박철수, 2013)” 이라는 아파트에 대한 건축학자나 사회학자들의 시선에 쉬이 공감하게 된다.

 

◯ 아파트 층간소음 현황과 문제점
층간소음은 아파트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보았을 것이고, 아파트 하면 떠오르는 단어일는 지도 모르겠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의 분쟁이 입주민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커다란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위아래층 세대 간의 소음을 일컫는 층간소음뿐만 아니라 벽을 사이에 둔 이웃집과의 소음을 일컫는 벽간소음, 반려견에 의한 층견소음 등의 신조어까지 생겨나면서 이웃간 소음문제에 대한 범위와 정도가 점차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재택근무, 재택수업의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층간소음 민원도 늘어났다고 한다.


층간소음 피해의 약 70%는 아이들 뛰는 소리나 발걸음 소리라고 한다(한국환경공단, 2020). 그러나 실제로는 아랫집, 윗집 모두가 서로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아랫집에서는 윗집에서 유발된 소음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윗집은 소음이 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며 생활하고 있는데 아랫집이 너무 예민하다고 피력하기도 한다. 이웃간의 조그만 다툼이 어느 순간 적대적인 관계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이처럼 층간소음이 문제로 제기되는 사례는 많이 보아왔지만, 매끄럽게 해결되었다는 소식은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듯하다. 피부로 와 닿는 획기적인 해결책은 없는 것인지? 층간소음으로 인해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 외국의 층간소음 규제
미국 뉴욕시의 경우 타인의 생활을 방해하는 정도의 지속적인 소음발생을 금지하고 있으며, 몇 차례 경고 이후 위반횟수에 따라 약 50~15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독일은 연방질서 위반법에 따라 공공이나 이웃을 괴롭히거나 타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불필요한 소음의 배출은 위법이라 정하고, 위반 시 약 600만원 정도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공해방지법에서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는 수면을 방해하거나 악기연주와 같은 고소음 유발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동주택이 기본적으로 소음에 취약한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고려하여, 선진국에서는 소음을 일으키는 행위를 법이나 공동주택 규약 등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범죄처벌법상 ‘인근소란’ 행위를 한 사람에게는 1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로 처벌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소리크기, 지속시간 등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소음기준 위반여부를 객관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체계를 정비하고, 예방적인 차원에서라도 선진국처럼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층간소음의 영향은 소음을 유발시키는 정도, 유발된 소음에 대해 사람이 느끼는 정도 그리고 아파트 구조체가 소음을 전달시키는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층간소음을 줄이는 해법은 건축적으로 접근하는 방법과 사람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방법으로 구분하여 고려할 수 있으며, 정부, 주택건설업체, 입주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 지속적인 아파트 소음저감 기술개발 노력 필요
먼저 건축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으로서, 아파트 구조체가 소음을 쉽게 전달시키지 않게 건물을 짓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2005년부터 층간소음을 고려하여 바닥구조 성능기준을 만들었고, 그 후 몇 차례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여 왔다. 이는 신축주택이라는 생산품에 대한 일종의 제조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성능기준을 강제성이 없는 권고치로 채택하고 있지만, 우리가 법으로 성능기준을 규제하고 있는 것은 아파트가 주류인 우리나라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된다. 여기에 2022년 하반기부터는 사후성능평가제도가 도입되어 성능기준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주택건설업체에서도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뛰거나 보행 시 발생된 소음이 아랫집에서 조금이라도 더 작게 들리게 아파트를 짓는 것이 층간소음 해법에 있어 우선적이며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러나 이는 거주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주택건설업체가 실현하고 정부가 확인해야 하는 몫이다. 다만 단독주택과는 달리 공동주택은 바닥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세대가 함께 생활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일정 가능한 범위 내에서 소음을 줄일 수는 있어도 완벽하게 소음을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은 우리 모두가 인지할 필요가 있다.

 

◯ 이웃과의 소통과 공동체의식 필요
공동주택은 이웃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기본적으로 필요한 곳이다. 먼저 내가 사는 이곳이 이웃과 함께 살고 있는 공동주택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내 집이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생활할 때 이웃간의 분쟁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입장에서 이웃끼리 소통하고 배려하는 공동체의식을 갖는 것이 층간소음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어느 매스컴에서 한 석좌교수의 일화를 소개한 내용이 기억난다. 층간소음으로 시달리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놀이터에서 윗집 아이를 만나게 되었고, 어떻게 하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후로 그분은 아이가 뛰어다녀도 소음을 인식하기보다 먼저 아이 얼굴이 생각나서 웃음짓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면식 없던 이웃이 아는 사람이 되면서 생긴 변화라는 것이다(주간조선, 2020).

 

위층으로 이삿짐 사다리가 놓이면 어떤 이웃이 올까 맘졸이게 되고, 이사 후 이웃집에 떡 하나 돌리는데도 어찌 생각할까 주저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엘리베이터에서 작은 인사라도 나누고, 필요할 때 열림버튼이라도 눌러주는 성의와 작은 배려가 이웃과 소통을 시작하는 일이 아닐까싶다. 언제라도 이웃과 소통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크고 작은 소음은 무뎌지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 층간소음 분쟁시의 대응
층간소음의 해결을 법과 제도에만 의지하고 호소할 일은 아니다. 개개인이 소음에 대해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법을 통해 소음을 규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거주자 스스로 이웃을 배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만일 층간소음 분쟁이 발생될 경우 직접 이웃을 찾아가 해결하려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 불쑥 찾아가 당사자끼리 만나게 되면,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게 되어 언쟁이 생기기 쉽다. 감정적인 대응은 2차 범죄로 이어지는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자제하고 제3자를 통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환경공단에서는 다음과 같이 단계별로 층간소음 민원의 중재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1단계로는 이웃간 분쟁이 생기면 관리주체인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경비직원에게 민원을 전달하고 중재를 요청하는 것이다. 이때 관리주체에게 민원관리대장에 조치사항을 기록하도록 요청하면 향후 동일민원이 발생할 경우 진행상황을 빠르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2단계는 아파트단지의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요청하는 방법이다. 공동주택관리법에 의거하여 관리사무소장, 동 대표, 경륜있는 입주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통해 조사와 갈등중재를 요청할 수 있다. 2단계까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다면 마지막으로는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중앙환경분재조정위원회, 서울시 층간소음 상담실 등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공기관이다.


완벽하게 소음을 차단하는 공동주택이란 어쩌면 이상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비록 내 윗집과 아랫집, 옆집이 모두 비워져 있더라도 정도의 차이는 느낄 수 있을 테지만 소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결국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층간소음의 가장 좋은 해법은 소통할 수 있는 이웃이 되는 거라는 어느 시민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참고자료
1) 통계청, 『2018 인구주택총조사』, 2019.8
2) 박철수, 『아파트: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 도서출판 마티, 2013.6
3)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2020년 1분기 운영결과’, 2020.4
4) 주간조선, 『[인터뷰] 60대 미식부부의 특별한 맛집 이야기』, [2596호], 20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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