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특집] 소아청소년과 위기 속 소아치과 미래는?

2023.09.27 11:20:42 제1033호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 0.78명, OECD 국가 중 최하
출생자 ‘줄고’ 소아치과 ‘늘고’…갑질, 인력난 등 경영 어려움 多
소아치과 전문의 “불합리한 수가 개선 절실” 한목소리

최근 의과에서는 출산율 추락으로 비롯된 소아환자 수 급감, 불합리한 진료비 수가, 일부 학부모들의 극성 민원 등 다양한 이유로 소아청소년과(소아과) 폐업 및 폐과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 30년간 소아청소년과의 위기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여전히 이를 외면하고만 있는 정부의 태도에 “더 이상 소아진료에 대한 희망은 없다”는 것이 소아청소년과 의료인단체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비슷한 나이대 아이들을 진료하고 있으면서도 저출산과 맞물린 환자 수 감소 등 동일한 진료환경 변화를 겪고 있는 소아치과계 현실은 어떨까. 소아치과 전문의들을 통해 소아치과 현황 및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해결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 3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이하 소청과의사회)는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청소년과 폐과’를 선언했다.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그동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라는 자긍심으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하고 싶어도 도저히 이 나라에서 아이들을 진료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살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면서 “소아청소년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말을 전하려 한다”며 눈물을 보였다.

 

소청과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고, 662곳이 폐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10년간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수입은 약 28% 감소했으며, 진료비는 30년 째 동결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인턴 의사가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면 의대만 졸업한 의사보다 수입이 적고, 이는 동남아 국가의 1/10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소청과의사회가 회원 3,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0% 이상이 폐업을 고민하거나, 전과를 희망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아 수 줄었는데, 소아치과는 늘었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1만1,000명 감소한 24만9,000명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970년 출생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저치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8명으로, 전년(0.81명) 대비 0.03명 감소하면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저출산 현상의 심화는 결국 소아치과 진료대상인 소아 환자 수 역시 감소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전국 소아치과 의원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전국 병의원 및 약국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소아치과를 진료항목에 포함한 치과 중 소아치과 전문의 1명 이상이 등록된 치과병의원은 339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전문의 1명 이상 등록된 기관은 331곳이었으며, △2021년 253곳 △2020년 212곳 등과 비교해봤을 때 그 수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출산 문제가 전부는 아냐, 수가 개선 절실”

그러나 임상에서 소아치과 전문의가 체감하는 상황은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소아치과 원장은 “소아치과 역시 소아청소년과가 직면한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 개원의들의 숫자는 해마다 늘어나지만, 출산율은 급감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10~20년 전과 같은 호황은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원장은 “줄어든 출생자 수 만큼 소아치과 환자 수 역시 줄어들지 않겠는가?”라며 “이는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주변 동료들은 해외로 나가는 방법을 알아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통계에는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된 진료 트렌드와 이에 따른 치과 이용 증가 △소아치과 표방 치과의원 확대 등의 요인이 반영된 것일 뿐, 실제 개원가의 경영환경은 매우 열악해지고 있다는 것. 소아치과 전문의들은 입을 모아 “적절한 수가 개선이 마련되지 않는 한 소아치과의 미래 역시 어둡다”고 내다봤다.

 

A개원의는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된 보험수가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며 “낮은 보험수가는 결국 의료의 질적 저하뿐만 아니라 의료인의 양적 저하까지 불러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B개원의는 “소아치과의 경우 진료시간을 예상할 수 없고, 어린이들이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도 많아 업무 난이도가 높지만, 현재 이러한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마치 아이를 로봇처럼 취급해 수가를 책정하고 있다. 가령, 택시를 탔다고 가정해봤을 때 거리에 택시가 멈춰있다고 요금이 안 오르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소아치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수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피력하는 한편 “소아청소년과와는 달리 아직까지는 크라운, 교정치료와 같은 비보험 항목이 존재하지만, 비보험으로 살아남은 것들이 형편없는 수가로 보험화된다면 소아치과 역시 소아청소년과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보호자 ‘갑질’에 멍드는 소아치과

그릇된 자녀 사랑으로 인한 소위 ‘갑질’ 문화 역시 소아치과 경영에 큰 어려움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한 학부모들의 ‘갑질’이 교사를 넘어 소아치과 의료진들에게도 향하고 있다. 아이들과 대면하는 직업이다 보니, 이러한 상황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는 의료진들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C개원의는 “소아 환자가 병원 내에서 뛰어다닌다거나, 진료기구에 손을 대려고 한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주의를 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아이가 뭘 안다고 큰소리를 내냐’며 화를 내는 학부모들도 있다”면서 “동네 의원의 경우 입소문에 많은 영향을 받곤 하는데, 이 같은 상황이 생기면 여지없이 학부모들 사이에 ‘불친절한 치과’로 낙인찍히곤 한다”고 토로했다.

 

치과대학병원의 경우도 다르진 않았다. D교수는 “소아 환자 교정치료를 하다가 발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치료할 때는 아무렇지 않던 아이가 엄마 얼굴을 보자 별안간 자지러지며 울음을 터뜨렸는데, 그 모습을 본 학부모가 ‘왜 이를 그렇게 빼느냐. 이러려고 시간 내서 대학병원에 온 줄 아느냐’며 화를 냈다”면서 “자주 겪는 일이다 보니 익숙해질 법도 한데, 무리한 요구를 받거나 기본 예의도 없는 학부모들의 행동을 마주하게 되면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다”며 씁쓸해했다.

 

직원 구인난? 소아치과 부담 더해

소아치과 전문의들은 소아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진료시간이 들쭉날쭉한 데다, 학부모들의 과도한 서비스 요구 및 컴플레인, 그리고 아이를 돌보는 데 소모되는 감정노동까지 더해져 직원들의 피로도 역시 높다고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 지친 직원들이 결국 퇴사를 하고, 소아치과 취직을 기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 역시 소아치과를 위기로 내모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소아치과는 야간진료도 거의 없을 뿐더러 근무시간도 짧고, 평균적으로 일반 치과에 비해 급여가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직원 구인은 타 과에 비해 훨씬 어렵다는 것이 소아치과 개원의들의 입장이다.

 

소아치과에 근무 중인 한 치과위생사는 “진료실에서 아이가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거나, 손발을 휘두르는 것은 예삿일이고, 심하면 침을 뱉거나 깨무는 아이들도 있다”며 “이러한 경우 안전한 치료를 위해 직원 여럿이 달라붙어 아이를 붙잡아 진정시켜야 하는데, 일부 학부모들이 이를 보고 아이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며 소리를 지를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힘이 센 경우가 많아 행동 제어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날은 온 몸에 기운이 다 빠지곤 한다. 혹시나 학부모에게 항의가 들어올까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동료들 사이에서 ‘탈(脫) 소아치과 하자’는 웃지 못할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아동 관련 사업 취지 공감, 효과는 ‘글쎄?’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학생치과주치의사업과 학생구강검진에 대해 일선 치과병의원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낮은 수가와 급여 삭감 등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한 개원의는 “주치의사업으로 학생이 오면, 구강검진, 구강위생교육, 파노라마 엑스레이촬영, 치아염색약 도포, 보호자 상담, 스케일링 및 불소도포, 심지어 필요하다면 실란트까지 모두 해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전담직원이 적어도 20분 이상 붙어 집중케어를 해야 하지만, 여기에 책정된 금액은 학생 한 명당 약 4만원 정도다. 얼핏 보면 큰 금액일지 모르나, 주치의사업이 아닌 일반 예약환자가 방문한다면 번거로운 절차 없이 적어도 6만원 이상(보험수가 포함)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구강검진 역시 마찬가지다. 한 명당 몇 천원의 검진비를 받지만,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고 기존 예약환자와 겹치는 시간에 한꺼번에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기존 환자에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다른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환자들의 항의가 늘어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번거로운 서류작업이 많아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 역시 이를 기피하는 실정이고, 치과 입장에서도 시간대비 효용이 높지 않아 사실상 치과 경영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소아치과 개원의들의 중론이다. 결국 이러한 사업 역시 현실적인 수가책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기과’ 소아치과는 과거의 영광?

소아치과의 어려운 개원 현실만큼이나 소아치과 진료를 기피하는 치과의사들이 늘어나는 것도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지역별, 대학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나, 과거 100%의 지원율을 기록하며 최고 ‘인기과’로 손꼽혔던 소아치과의 전공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전공의가 없으니 전문의 수도 줄었다.

 

대한소아치과학회에 따르면 소아치과 전문의 수는 기수련자 및 해외수련자 응시로 크게 늘었던 지난 2018년 209명을 기록한 이후 △2019년(80명) △2020년(34명) △2021년(39명) △2022년(36명), 올해는 31명의 전문의가 배출됐다.

 

E교수는 “출산율 급감 및 여러 사회적 분위기가 소아치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된다. 후학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구구조에 맞는 정부 차원 대비책 시급

지난달 대한소아치과학회 학회지에 게재된 ‘소아치과 전문의 인력 현황 및 공급 적정성에 관한 연구(연구팀 임여원, 채용권, 이고은, 남옥형, 이효설, 최성철, 김미선)’에 따르면 학회에 등록된 소아치과 전문의 회원 734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92.15%가 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 및 구체화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소아치과 진료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높은 업무강도가 요구되는 영역임에도 비정상적으로 낮은 보상수가가 개선되지 않은 채 이어져왔기 때문에 보장 수준 강화를 통한 소아연령 가산 등 현실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노인 환자의 보장성 사업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감소하는 소아청소년 인구구조에 맞는 정부 차원의 대비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연구팀은 “일부 의과 전문과목에는 ‘전문의 인력 가산제도’가 마련돼 있다. 일부 검사료, 영상 진단 및 방사선 치료료, 처치 및 수술료에서 해당 전문의에게 최저 5%에서 최고 100%까지 가산율을 산정해 주는 제도로, 향후 치과에서도 차등수가제도가 도입된다면 전문의 수급 관리뿐 아니라 전반적 치료 질 향상에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는 한편, △ 치과치료 난이도 수가에 반영 △급여항목 세분화 및 확대 △소아치과 전문 보조인력 확충을 위한 정책적 지원 △‘소아청소년치과’로 진료과목 개명 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 young@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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