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연중기획] 내치과 ‘디지털 치과’ 만들기 ③

2021.02.09 10:21:07 제906호

언제 디지털 치과를 시작해야 하나?
김양수 원장 (서울좋은치과보철과)

최근 수년간 치의학계 및 개원가 그리고 치과산업계는 ‘Digital Dentistry’가 가장 큰 이슈였다.“ 보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 결국 모든 시스템은 디지털로 전환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Digital Dentistry’기획연재를 통해 디지털 치과로의 접근에 보다 객관적이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에 치과 디지털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원장, 도입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선뜻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는 원장, 이미 디지털 치과로 변신해 잘 안착시킨 원장, 그리고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원장 등 이들의‘디지털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지면에 담아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 치과를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과연 어느 정도 돈을 써야 할까요? 돈을 들인 만큼 효율적일까요? 투자를 했는데 사용도 안 하고 기계를 놀리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실제로 아무런 생각없이 투자를 하고 기계에 먼지가 쌓여가는 치과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확실하지가 않으면 남들이 잘 쓰는 장비도 나에게는 무용지물입니다. 내가 어느 정도까지 만들어야 하는지에 따라 필요한 장비가 달라지며, 기공사의 유무에 따라 내가 알아야 하는 지식의 양 또한 많이 달라집니다.

 

일반적인 가이드의 제작을 위해선 스캐너와 3D 프린터로 충분하며, 지르코니아와 PMMA 임시보철물을 원한다면 건식 5축 밀링기와 캐드 프로그램, 그리고 sintering furnace, porcelain furnace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인레이와 라미네이트까지를 원한다면 습식 5축 밀링기를 사용하는 게 좋으며, custom abutment 제작도 감안한다면 좀 더 고가의 밀링머신이 필요합니다.

 

환자를 보는 것만으로 귀찮은 일도 많고 바쁜데 내가 왜 디지털에 신경을 써야 하나 생각하는 원장들이 많을 것입니다. 실제로 디지털에 관한 강의를 경험해보면 어려운 내용이 많아서 접근이 어려운 게 사실이고, 필자 자신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우리치과는 많은 고민 끝에 지르코니아를 하기로 결심하고 2015년 말에 모델스캐너와 5축 건식 밀링기를 들여놓게 되면서 디지털에 입문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건 지르코니아 크라운을 원내에서 만들 뿐이었으며 그 당시 치과에 치과기공사가 3명이 있어 필자가 직접 디지털을 해 본거라고는 캐드 프로그램으로 마진을 한번 그려본 것 뿐입니다. 그 후론 내가 할 일이 아닌 듯해 포기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18년 치과를 이전하게 되었고 병원이 좁아지면서 기공실을 따로 둘 상황이 못됐습니다. 병원 내에 기공실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보철을 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선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고민 끝에 2019년 5월경에 모든 걸 직접 해보자는 심정으로 다시 디지털 장비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디지털에 관한 관심은 계속 있었고, 여러 회사의 구강스캐너를 데모로 사용해봤지만 러버로 인상을 채득하는 것에 비해 크게 정확한 것 같지 않아 포기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해야 하는 상황이 왔고 모델을 제작하는 게 너무 번거로운 상황이라 많은 고민을 하다가 여러 사람에게 추천받고 메디트의 구강스캐너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구강스캐너는 기존 아날로그 인상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 놀란 게 생각보다 매우 정확하다는 점입니다. 눈으로 보인다면 그 부분에 관해선 왜곡이 없는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어느 부분이 부정확하다면 그 부분만 지워서 다시 스캔하면 되고 지대치 인상채득을 위해 마취해 놓고 프렙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냥 나머지 부분을 먼저 스캔하고 지대치 부분만 나중에 조금 더 스캔하면 매우 편리합니다.

 

러버인상을 직접 경험해보면 몇 분 기다리는 과정이 너무 괴로운데 인상 후에도 남아있는 인상재의 찝찝한 느낌과 혹시 인상실패로 재 인상채득을 몇 번 한다면 그 환자는 병원에 다시 내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치아의 동요도가 큰 경우나 브라켓이 붙어 있는 교정환자에게서도 언더컷을 신경 쓰지 않고 인상 채득이 가능하며, 병원에 모델을 보관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을 생각해보면 내가 왜 디지털을 이렇게 늦게 시작했나 싶을 정도 입니다.

 

구강스캐너를 사용한 후부터는 이제는 크라운 인상에서 러버, 알지네이트 인상을 채득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다음 단계에서 고민해야 되는 게 스캐너로 모델 없이 크라운을 만들면 정확하게 딜리버리가 되는 지가 문제입니다. 모델이 있다면 미리 맞춰볼 수 있으니 딜리버리 할 때 따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많지 않은데 모델리스라면 컨택과 교합에 관한 것 모두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에서 문제가 많아 현재 모델리스로 크라운을 안 하는 이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필자는 현재 혼자 모든 걸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모델리스로 만든 첫 크라운을 딜리버리 하는 데 30분이 걸렸습니다.

 

컨택과 교합 모두 엉망이라 예전에는 동일한 치료를 할 때 거의 조정 없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힘드냐는 환자의 핀잔을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모든 게 처음이라 조금 더 열심히 해보자 노력했습니다.

 

결론은 내가 디자인한 대로 크라운이 밀링돼야 하는 데 여러 단계에서 오차가 생겼으며 이를 검증해내지 못해 모델리스로 크라운을 만드는 게 어려웠습니다. 현재는 디자인한 대로 환자에게 치아를 만들어 껴주는 게 너무 쉬워졌고, 시멘트 갭에 관한 것도 직접 다 조절이 되니 더 이상 환자에게 헐렁거리는 지르코니아 크라운을 껴주지 않을 수 있게 됐습니다.

 

캐드 디자인과 캠을 돌리는 프로그램, 그리고 컬러링, 스테이닝 등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 보여 포기하는 이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어려운 게 당연하지만 생각보다 쉽고 빨리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다면 좀 더 쉬워질 수 있겠죠.

 

현재 이런 상황들이 과도기인 상태라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조금 더 편해질 수 있겠지만 시행착오 없이 모든 결과를 쉽게 얻어내긴 어려울 것입니다. 모든 게 완벽해지길 기다린다면 그때는 은퇴해야 될 때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접 모든 걸 해보면 다른 세상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 단계가 쉽다고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확실한 건 앞으로는 모든 게 디지털로 바뀔 거라는 건 분명합니다. 결국 디지털을 하는 치과와 하지 않는 치과로 나뉘게 될 텐데 어느 시점에 시작할지는 각자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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