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내 치과 ‘디지털치과’ 만들기 ⑦

2021.03.12 12:02:26 제910호

“밀링기를 도입하면, 나를 돌아보게 된다”
글/이진용 원장(서울사랑치과)

구강 스캐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디지털치과’ 만들기를 본격적으로 고려하는 치과들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치과 디지털화의 화두는 ‘구강 스캐너’가 이끌고 있는 모습이지만, 사실 치과 디지털의 시작은 캐드캠 밀링머신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치과 디지털치과 만들기’ 시리즈, 이번 호에서는 캐드캠 밀링머신을 다룬다. 국내 공급되고 있는 다양한 장비 및 시스템 소개와 함께, 현재 일반 동네치과를 운영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디지털치과 만들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이진용 원장과 박기홍 원장의 캐드캠 밀링머신 도입기를 전한다. 이를 통해 캐드캠 밀링머신을 치과에 안착시키기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하고 해결해 나가야할지를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4차 산업 혁명의 거대한 흐름을 치과계라고 피해갈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몇 억원대를 투자해 도입한 구강 스캐너와 CAD/CAM 장비들이 건조대로 전락했다는 괴담이 어색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신규개원의 기본옵션이 원내 디지털 랩이니까요.

 

디지털 치과의 임상적, 기술적인 측면은 이미 많은 선생님들께서 자세하게 알려주셨기 때문에 필자는 철저히 ‘디린이(디지털 어린이)’ 입장에서 짧게나마 밀링기를 도입하고 운용해본 개인 경험과 소감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필자는 구강스캐너를 사용하고 있는 홀로 동네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원장이며, 치과기공사를 고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학부를 졸업한 이후 기공을 직접 해본 적은 없습니다. 아래 내용은 모두 저와 같은 형태로 밀링기를 사용할 분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봅니다.

 

가장 먼저 밀링기 도입여부와 도입 시 기대효과를 고민했습니다. 골드와 PFM 보철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만 외주에 맡기고 지르코니아와 하이브리드 세라믹 인레이를 내부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를 통해 원하는 형태의 기공물을 좀 더 빠른 기간 내에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밀링기를 선정하는 제 기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지르코니아와 인레이(간혹 PMMA까지)를 모두 가공할 수 있는 5축 장비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 대 성능비

-일정기간 이상의 업력과 확실한 사후지원 체계를 갖춘 업체

 

이와 같이 선택 기준을 정하고 조사를 해보니, 밀링 가공에 대한 기본적인 용어와 개념들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관련 공부도 조금씩 병행했습니다. 여러 선후배들의 조언도 구하고 관련 세미나를 참석하면서 몇 가지 제품을 후보군으로 선정해 비교 후 현재 사용하는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구매 후 PMMA와 인레이부터 기공작업을 했고, 점차 지르코니아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밀링기 사용 후 제가 느낀 것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원래 생각보다 추가 지출이 꽤 큽니다. △디자인 프로그램(exocad 등) 구매 비용(정식 라이선스 버전 비용+추가모듈 비용) △디자인 및 밀링을 위한 전용 PC 구매 비용 △설치 공간 문제 시 내부공사 비용(인테리어 변경/air & water line 등) △지르코니아를 위한 신터링/포세린 퍼니스 구매 비용 △기공 재료 및 밀링기 소모품(bur 등) 구매 비용 △구강 스캐너가 없는데 인상재를 이용한 인상채득을 선호하는 경우 모델스캐너 구매 비용 △지르코니아 컬러링이나 스태이닝을 위한 재료 구입비용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둘째, 치과기공사를 고용하지 않는다면 디자인 프로그램을 따로 배우고 연습해야 합니다. 지르코니아 컬러링이나 스테이닝 과정도 배우고 연습해야 합니다. 다행히 유튜브만 검색해도 꽤 훌륭한 콘텐츠들이 많고 관련 세미나도 활발한 편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익힐 수 있습니다. 초기 시행착오 극복을 위한 시간 투자는 감안해야 합니다.

 

셋째, 내 진료에 대해 강제로 자아성찰(?)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프렙한 치아 인상을 직접 보고 디자인하기 때문에 프렙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그동안 치과기공소에 컴플레인했던 것들을 깊이 반성하게 됩니다. 프렙을 더 깔끔하게 하기 위해 bur도 더 자주 바꾸고 margin과 line angel도 한 번 더 다듬게 됩니다. 인접면 박스를 다듬는데 좋다는 sonic instrument도 사고 싶어집니다.

 

프렙을 하는 동안에도 “이렇게 디자인할 때 문제없을까”를 고민합니다. 구강 스캔이 좀 더 잘 나오게 하기 위해 지혈제도 2~3가지씩 구매하게 되고, 레이저 장비도 사고 싶어집니다. 인레이 접착에 대해 더 신경 쓰게 돼 공부도 다시하고, 시멘트도 바꾸고 chair-time이 좀 더 길어지며 상황에 따라 접착방법을 변경할 때면 직원들이 싫어합니다.

 

넷째, 사용 목적에 맞는 기술 사양을 갖춘 밀링기를 충분히 알아보는 게 결과적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일 인레이 치료를 하겠다면 좀 더 비싸더라도 이에 특화된 밀링기를 구매해야 좀 더 쉽게 생산성을 확보, 유지할 수 있습니다. PMMA나 하이브리드 세라믹 가공을 많이 한다면 비용과 공간 문제에서 조금 불리한 고출력, 고강성의 중대형 밀링기도 고려해야 합니다.

 

지르코니아 기공이라면 습식과 건식의 차이 및 장단점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합니다. 또 어떤 장비를 구매하더라도 유지 관리에 신경 쓰지 않으면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주기적인 청소(습식의 경우 냉각수 교환도 포함) 및 보정(calibration)은 필수입니다.

 

다섯째 보험임플란트 때문에 PFM을 아예 안 할 수는 없는 현실이므로, PFM 비율이 높다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PFM을 원내 제작하려면 금속가공이 되는 밀링기에 포세린 퍼니스가 필요하고 포세린 빌드업을 수작업해야 하는데 원장이 취미 삼아 몇 개 정도는 직접 할 수는 있겠지만, 생산성 측면에서 매우 불리합니다.

 

결국 모든 걸 원장이 직접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일이 더 늘어납니다. 진료 외 시간을 진료에 신경 쓰고 싶지 않은 분들은 고민해볼 부분입니다. 기공사를 고용하면 해결되겠지만, 처음부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 했거나, 환자가 늘어나서 고용하게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또 현재 거래하고 있는 기공소에 매우 만족하는 분이라면 굳이 도입하실 이유가 없겠죠.

 

하지만 내가 디자인하고 가공한 기공물이 환자 입안에서 깔끔하게 시적될 때의 그 기분을 맛보신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Workflow 개선 및 진료기간 단축, 생산성 향상, 기공물 재제작 및 수정의 용이함 등을 통한 핵심역량의 내재화는 덤으로 얻을 수 있고요.

 

많은 선생님들이 보시는 이 귀중한 지면을 빌려 이런 개인적인 경험과 소감을 풀어놓는 게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그래도 이 얄팍한 글이 (일단 사놓고 종목 공부하는 ‘주린이’같은) ‘디린이’를 빨리 탈출할 수 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큰 영광이겠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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