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건축가 정태종 교수의 건축 도시 공간 눈여겨보기 (4)

2020.07.06 11:57:18 제878호

폴리시티(Folly city)_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와 광주폴리

 

비엔날레의 도시 광주

문화 도시 광주를 표방하면서 시작한 광주 비엔날레. 짝수 해는 미술을 중심으로 비엔날레를, 홀수 해는 디자인을 중심으로 하는 디자인 비엔날레를 개최한다. 광주는 언제 가더라도 미술과 디자인으로 넘쳐난다. 그러나 막상 가면 눈앞에 있는 것이 작품이라고 할 만한 것인지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작품 수는 왜 이렇게 많은지….


2015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1) 광장은 매우 경쾌한 조형물로 채워졌다. 공간조형물 ‘신명(晨明)’은 일본 건축가 도요 이토(Toyo Ito)의 작품으로 담양 소쇄원에서 영감을 얻어 대나무, 자작나무합판, 스틸 등으로 제작됐다. 수직으로 뻗는 얇고 가느다란 대나무를 이용하여 곡선으로 휘고, 연결하고, 다발로 묶어 마치 동양의 서예를 쓰듯 직선과 곡선의 선들이 공간을 향해 뻗어 나가는 형태는 공동주택이 배경이라서 더욱 눈에 띈다. 이런 형태, 구조, 재료의 세 가지 조화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그림 1].


폴리(Folly)와 도시 이미지
광주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눈에 띄는 것들이 있다. 조각도 아니고 건축물도 아니고 저건 뭘까?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광주폴리(Folly)는 성공한 것이리라. 2011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의 하나로 시작된 광주폴리 프로젝트2). 소규모 건축조형물을 도시 곳곳에 설치해 미적 문화적 조형물의 역할과 더불어 간단한 도시의 기능을 더해 사람들의 관심과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해 시작됐다[그림 2].

 


광주폴리 프로젝트 1차는 충장로를 중심으로 도심의 구석구석 비어있는 공간, 거리, 지하도 입구, 심지어는 도로 바닥까지 다양한 도시의 공간에 디자인을 입히려고 노력했다. 2차와 3차는 기능을 강조하여 틈새호텔과 쿡폴리까지로 확장하게 되었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재료로 알려진 티타늄으로 만든 꿈집, 시시각각 다양한 시민들의 정치참여 행위와 그 결과를 보여주는 전광판, 초등학교 앞 거리에 자동차 대신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도시의 일상성을 보여주는 아이 러브 스트리트, 일반적인 지하 건널목을 코르텐강을 이용하여 시간과 빛이라는 현상학적 공간, 고층 옥상에 시각적 전망을 주제로 한 공간, 시민 공모를 통해 선정된 열린장벽 등 다양하다. 광주 시내 구석구석 폴리를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그림 3].


지붕 얹은 거리
바르셀로나를 가면 도심 람블라스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이카리아와 후안 미로 거리가 만남을 시작하는 곳에 현대건축가 엔릭 미라예스(Enric Miralles)가 설계한 파세오 이카리아 루핑(Paseo Icaria Roofing)3)이 있다. 이 조형물은 하나가 아니라 도로 중앙에 두 개의 블록을 연달아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면서 서 있다. 인공 가로수 같기도 하고 때로는 햇빛 가리는 차양막 같기도 한 건축가 디자인 특유의 예각의 구부러짐을 절묘하게 이어서 가로수들 사이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의자들이 있어 주변 사람들이 편한 복장으로 신문 하나 들고 나와 햇빛도 즐기고 휴식도 취하고 있다. 이곳은 자동차도로의 가운데 절반을 시민의 공간으로 내어주고 중심공간에 가로수와 벤치만 설치한 것이 아니라 건축가의 손을 빌려 멋진 디자인의 폴리들을 만들어 내어 휴식의 공간과 더불어 도시의 경관까지 제공하였다[그림 4].

 


 

체험의 틈새 골목
소통의 문 폴리는 충장로에서 가장 좁은 골목에 있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작은 골목을 이용하여 사람이 들어가면 새로운 공간을 느끼게 해주는 색다른 폴리다.

 

소통의 문은 들어가면 명주실에서 영감을 받아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엮어주듯 골목 벽을 타고 꼭대기까지 배치된 LED 라인들이 관람객을 뒤쪽 공영주차장 방향으로 인도한다.

 

흰색의 기하학적 선과 불빛이 하늘까지 무한대로 그려진 까만색 좁은 건물 틈새 공간에 들어선 순간 앞서가는 일행의 검은색과 흰색의 옷으로 인해 정면의 출구가 막힌 듯 시각적 진공이 된 폴리의 공간이 나를 압도한다. 이런 우연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낯선 폴리 공간 체험은 두고두고 기억되리라[그림 5].

 

 

 

 

 

 

주석

1. http://www.gdb.or.kr/new/html/prev_design06.asp 
2. http://gwangjufolly.org/archive/gwangju-folly-i/concept/
3. https://www.pinterest.co.kr/pan8318/miralle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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