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정태종 교수의 건축 도시 공간 눈여겨보기 (20)

2020.11.05 13:35:29 제894호

쇼팽과 도시 공간

서유럽의 국가나 도시가 명확한 정체성을 가지면서 독자적인 문화가 강조되면서 발달한 것에 비해 동유럽의 경우는 도시마다 커다란 차이가 없고 유사하게 보인다. 물론 동유럽의 유사성에는 필자의 무지도 한몫한다. 냉전의 시대에 경제적 사회적 손실과 피해가 가장 컸던 땅인 만큼 복구도 더디고 오래 걸린다. 그러나 평화의 시대에 동참하면서 도시마다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가면서 현대건축이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비용의 문제로 개발이 늦어지면 오히려 전통이 남게 된다는 개발의 역설이 이곳에서도 어느 정도 적용되는 듯하다. 오래된 구도심과 새로 개발된 신도심의 적절한 조화는 많은 다른 국가에서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 폴란드의 바르샤바는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답게 현대화하는 중이다.


구도심은 다 좋다

 


바르샤바 구도심의 비어 스트리트(Beer Street)에 있는 성 마틴 교회(St. Martin's Church)1)는 처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바르샤바의 구도심은 프라하(Praha), 부다페스트(Budapest), 소피아(Sofia), 탈린(Tallin) 등 동유럽의 다른 도시와 유사한 분위기여서 큰 기대 없이 돌아다녔다. 그러다 교회를 지나서 다른 블록으로 가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눈에 들어온 교회 첨탑과 옆 건물의 가로등 그리고 건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의해 건물의 노랑과 붉은색이 마치 스푸마토(Sfumato) 기법처럼 퍼지면서 골목 분위기가 필자의 마음속까지 번지며 들어온다. 동유럽의 도시가 비슷하게 눈에 익숙하고 일상의 도시처럼 무뎌질 때 바르샤바의 구도심은 필자에게 최고의 장면을 안겨주었다[그림 1].


바르샤바 현대건축

 


바르샤바 구도심의 감동을 안고 다니다 보니 어느덧 바르샤바 대학교(University of Warsaw)2)까지 가게 되었다. 대학교는 유리 커튼 월(Curtain Wall) 도서관과 옥상정원 등 현대건축으로 가득 차 있어서 오히려 바르샤바라는 오래된 도시가 어색해 보일 정도이다. 어색함은 전쟁이 치열한 도시일수록 파괴된 곳이 많아 현대건축도 많고 새로운 건축이 자리를 잡는 데는 사람처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이곳의 건축은 기존의 장소를 고려하면서도 현대건축의 특징들이 잘 나타나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Collegium Iuridicum IV는 하부의 돌과 상부의 유리를 접목하여 전통과 현대를 조합하였다[그림 2].


코페르니쿠스(Copernicus) 이름만으로도

 


바르샤바 대학교 길 건너에는 코페르니쿠스 과학 센터(Copernicus Science Centre)3)가 있다. 강가에 낮고 넓은 상자로 램프를 이용하여 공간을 연결하고 입면은 수직의 다양한 패널을 사용하여 한눈에 봐도 최근 현대건축의 경향을 반영한 듯하다. 램프를 걸어 오르면 중간에 강 쪽을 파노라마 전망으로 접하게 되고 다시 돌아서 옥상까지 가니 데크와 옥상정원이 나타난다. 현대건축에서 사용하는 시각적 전망, 건축적 산책로, 연속성 등을 이용하여 좋은데 사용된 건축어휘들이 예측 가능한 것으로 이뤄져 아쉬웠다. 코페르니쿠스라는 이름만으로도 천체와 하늘과 우주를 느끼게 하는 그 어떤 상상력이 발휘될 듯한 공간이기를 바란다[그림 3].


 

피아노 건반 횡단보도

 

바르샤바 시내로 돌아오면 사회주의 국가였을 때 소련에서 일부러 사회체제의 선전을 위해 만들어진 문화과학궁전(Palace of Culture and Science)이 있다.

 

37층짜리 고층 빌딩으로 시내에서는 웬만해서는 다 보일 정도의 규모의 사회주의 건축양식이다. 시민들은 구 소련체제를 상징하는 건물을 보고 싶지 않을듯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도로를 건너는데 건널목이 피아노 건반이다. 바르샤바에서 쇼팽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만 위로를 해주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상처받은 사람들 마음 구석구석을 위로해준다.

 

시내 바닥을 보면서 쇼팽 박물관4)으로 간다[그림 4].

 


동유럽도 최첨단으로 탈바꿈하는 중

 


바르샤바 중앙역 쇼핑몰인 즈워티 테라시(Zlote Tarasy:Golden Terraces)5)는 바르샤바를 대표하는 현대 상업시설이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지붕은 유리와 철골로 덮혀 있다. 이런 디자인은 설계와 시공 비용이 많이 들어 국가의 경제적 상황을 보는 척도로도 인식되기도 한다. 그래서 바르샤바에서 이런 상업시설을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동유럽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현대건축 프로젝트가 많지 않지만 하나의 프로젝트가 한국이나 아시아에서의 프로젝트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고민을 더 많이 한 결과처럼 보인다. 미국의 상업건축을 주로 설계하는 건축가 존 저드(The Jerde Partnership)의 역작이라는 사실이 조금 아이러니하다[그림 5].

 

 

*주석
1) https://en.wikipedia.org/wiki/St._Martin%27s_Church,_Warsaw
2) https://www.buw.uw.edu.pl/en/
3) https://en.wikipedia.org/wiki/Copernicus_Science_Centre
4)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87XX41600218
5) https://en.wikipedia.org/wiki/Z%C5%82ote_Taras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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