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건축가 정태종 교수의 질병과 공간 분석(7) - 당신의 공간은 건강합니까?

2021.03.25 17:34:14 제912호

질병과 공간 그리고 사회와의 관계성에 대한 분석

● 전염병 방어공간과 미셸 푸코의 3차 질병의 공간화

 

현대사회는 지역 간 이동이 증가해 질병의 파급력과 다양성이 커진다. 이로 인해 의료분야에서 질병의 개념은 기존의 환자 개인의 몸에서 지역사회 전체로 확대됐고, 사회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질병의 치료와 관리에 의학적 지식 이외 질병의 인식에 관한 인문의학적 틀을 적용하는 연구가 요구된다.1) 최근 코로나19와 같은 급성 전염성 질병이 지역적 경계를 벗어나 광범위한 지역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러한 전염병이 지역사회의 주요한 진료대상이 되는 상황이 나타났다.

 

미셸 푸코의 질병의 공간화

미셸 푸코는 질병의 공간은 인식의 틀에 따라 다양하며 질병이 인식되는 의학적, 사회적 의미에 따라서 전염병과 같이 지역사회에 나타나는 공간을 3차 질병의 공간화로 설명했다. 3차 질병의 공간화는 질병이 환자 개인의 범위를 넘어서는 집단사회와 지역의 거시적 공간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전형적인 사례로 개인의 몸을 벗어나 지역사회로 확대되는 경우며 여기에는 국가나 정부가 질병을 다루는 의료의 구조적 특성이 반영되고 격리나 사회정책을 통한 위생환경의 결정 등이 포함된다. 이는 시각적이며 공간을 점유하지 않는 1차 공간화와 환자의 몸이라는 미시적이며 개별성에 기초하는 2차 공간화와는 다르다.

 

감염병과 도시건축공간

역사적으로 인류는 전염병에 지속해서 노출됐으나, 특히 2000년 이후 대유행의 위협이 확장되고 있다. 최근 감염병의 종류는 사스(SARS), 신종플루, 메르스(MERS), 에볼라, 지카바이러스, 그리고 최근 코로나19 등이 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공간은 선별진료소, 자가격리시설인 가정과 단체격리시설인 생활치료센터, 감염병의 진료가 수행되는 3차 진료기관이나 권역별로 지정된 감염병원, 정부산하의 전염병 정책 결정 및 시행기관인 질병관리센터 등이다.

 

 

질병 검사 공간

모든 코로나19 대상자가 처음 방문하는 곳이 선별진료소다. 선별진료소 공간구성의 특징은 신속한 검사와 분류가 필요하며 전염병 시기에 적극적으로 이용되므로 대부분 이동성을 가지며, 감염유무가 불확실한 대상자를 상대하므로 외부에 설치하는 임시시설이 많다. 또한, 한국형 선별진료소는 감염병의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외부의 격리공간에 독립된 워크스루(Walk-through) 방식이 선호된다.

 

 

격리시설

선별진료소의 검사 결과 증상이 없는 경우 필요한 공간인 격리시설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자가격리시설인 개인 주거공간과 단체격리시설인 생활치료센터다.

 

자가격리시설인 개인 주거공간은 본인의 판단 하에 증상을 확인하면서 14일 동안 본인의 공간에서 스스로 격리하는 것이다. 자가격리시설로서 개인 주거공간의 공간적 약점은 적절한 공간의 격리를 고려하지 못한 공간구성의 한계로 인한 가족 간의 전파 가능성이다. 가족 간에도 일상생활 공간의 일부가 격리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피한 공간의 공유와 접촉의 한계가 나타나며 이를 위한 건축계획적 고려가 필요하다.

 

단체격리시설인 생활치료센터는 일상에서는 주로 공공기관, 기업체 연수원, 교육원 등 단체교육시설로 이용되며 응급 시 단체격리시설로 활용 가능한 시설이다. 공간적 특징은 평소에 단체공간이나 개인별 격리공간으로의 전환이 가능해 1인실의 개인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의 가변성과 최소한의 일상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감염에 대비한 검사 및 양성 반응 시 의뢰를 담당하는 의료인력과 감염병원으로의 쉬운 이동이 요구된다.

 

집중치료공간

현재 감염병의 진료가 수행되는 감염병원은 대부분 별도의 감염병원이 아닌 3차 진료기관이나 권역별로 지정된 전문병원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일반진료와 더불어 호흡기질환과 전염병 질환의 구분이 필요하며 격리공간의 구분이 명확해야 한다. 집중치료공간과 더불어 선별진료소도 외부공간에 설치돼 유증상자를 검사하고 확진 시 입원치료로 연결한다.

 

질병관리센터

질병관리센터는 정부산하의 전염병 정책 결정 및 시행기관이며 1차, 2차 질병의 공간화 공간은 아니지만, 전염병에 대한 대응정책 수립 및 행정을 총괄하는 3차 질병의 공간화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이다. 공간적 특성은 다른 공간과는 다르게 시각적으로 노출되거나 현장에 있을 필요는 없지만, 유사시를 대비해 현장과 가까이 위치하는 것이 고려된다.

 

감염병 관련 공간구성과 관계

전염병은 1차 공간화인 주거공간의 한정된 격리공간, 2차 공간화인 병원시설의 환자 수용공간 부족, 그리고 새로운 질병에 대한 3차 공간화의 대응 한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의 위생과 주거공간, 전염병에 걸린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과 더불어 대유행으로부터 전염병을 막고 조절해 지역사회와 공공의 보건을 유지하는 행정기관 등 공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상호 소통이 돼야 하며 각 공간은 대유행에 대처할 수 있게 건축계획적 가변성을 가져야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을 겪고 있는 코로나19와 관련된 한국 내 질병의 공간화와 공간구성의 흐름도는 다음과 같다.

 

1) 이민구, 홍세연, 2015, 푸코의 질병의 공간화와 중동 호흡기 증후군, 의철학연구 20, pp.65-85

2) https://www.archdaily.com/937840/alternative-healthcare-facilities-architects-mobilize-their-creativity-in-fight-against-covid-19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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